길을 잃은 나에게 꿈이 답하다 - 꿈과 민담 속 상징으로 마음을 읽다.
문심춘 지음 / 그루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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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모를 무리들이 나를 뒤쫓는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질주한다.

건물과 건물을 뛰어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폭포수 아래로 몸을 던지며

그들을 따돌리려 발버둥친다.

그러다 거의 잡힐 듯한 순간 꿈에서 깨어난다.


이 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치 스릴러 영화의 반복 장면처럼,

나는 자주 이 꿈 속에서 도망치고,

또다시 같은 꿈 속으로 되돌아가곤 한다.


《길을 잃은 나에게 꿈이 답하다》 는 그런 꿈들의 정체를 묻는다.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

무의식이 ‘꿈’이라는 언어로 보내온 편지에 귀 기울이는 여정.


저자는 민담과 실제 상담 사례를 엮어, 

꿈의 상징이 어떻게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지를 보여준다.

복잡한 해몽이 아니라 민담과 꿈이 건네는 보편적 이야기를 삶 속에서 풀어내는 따뜻한 안내서다.


“5년을 방 안에서 보낸 후,

조심스레 상담실 문을 열었던 18세 소녀.”


책은 ‘라빈’이라는 한 소녀의 상담 과정을 따라간다.

고슴도치 한스와 반쪽이의 이야기를 통해 결핍의 의미를,

오딘과 환웅의 신화를 통해 관점의 전환을,

아리아드네와 바리데기를 통해 버려짐과 치유를 이야기한다.


“길을 잃고 방황하던 그 시절,

꿈은 나에게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꿈과 민담 속 상징에 귀 기울이며 갇힌 미로에서 길을 찾듯,

우리 또한 자신의 불안과 상처를 마주하며 내면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는 꿈, 

지하철역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꿈,

도착해야 할 곳을 향해 달리지만 제자리걸음인 꿈

이런 꿈들은 불안의 표현을 넘어 우리 시대의 집단적 무의식을 반영합니다.

_p.180


매번 쫓기는 꿈이 단순한 불안의 부산물이 아니라,

내가 외면한 감정과 마주하라는 무의식의 신호일지 모른다.


이 책은 그 두려움 가득한 꿈을

‘길을 잃은 증거’가 아니라

‘길을 찾는 시작’으로 바꿔 놓는다.


꿈은 무섭지만, 동시에 다정하다.

그 속삭임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결국 자신에게 닿는다.


오늘 꾼 당신의 꿈은

당신이 외면하는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오늘 무슨 꿈을 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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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매듭
배미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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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이 뜨는 밤에 남자를 먹는 거야."

"아이만 가지면 남자는 먹어도 돼."

"아이가 남자애면 아이도 먹어야지.“


어느 날 친모라며 나타난 의문의 여자

딸을 낳지 않으면 엄마는 죽는다며, 가능한 빨리 아이를 낳으라 말한다.

"지금 당장이면 더 좋겠지"

"최대한 빨리 해치우면 너도 그만큼 빨리 자유로워질 테니깐."

온의 나이 열세 살 이었다.


이 한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질긴 매듭》은 바로 이런 식이다. 다섯 명의 여성 작가가 모여 ‘모계 전승’이라는 화두를 파고들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질서와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책 속 인물들은 대대로 이어져 온 굴레와 저주를 직면하거나,

스스로 끊어내거나,

혹은 기꺼이 이어낸다.


〈이삭은 바람을 안고 걷는다〉 배미주

보이지 않는 노동자 이삭.

“아무 의미도 아니었다”는 존재가 연대의 온기로 존엄을 회복해 간다.


〈엄마의 마음〉 정보라

초경과 함께 시작된 저주.

“첫딸이 딸을 낳아야 한다”는 잔혹한 저주를 마주한 소녀 온은 이 저주를 끊을 결단을 하게 되는데...


〈행성의 한때〉 길상효

"이 진화는 틀렸어… 거기로 돌아가야 한다고.”

종이 아닌 개체를 볼 것’이라는 선언으로 진화의 방향을 거꾸로 묻는다.


〈거짓말쟁이의 새벽〉 구한나리

타인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는 소녀와 자매의 연대를 통해

“네 탓이 아니야”라는 말이 누군가의 새벽이 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오랜 일〉 오정연

여성 대상 폭력의 현실 앞에서 기록되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전하며,

목소리 외의 어떤 것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진실을 증언한다.


《질긴 매듭》은 오랫동안 여성들의 삶을 얽어온 ‘모계 전승’이라는 화두를 새롭게 사유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모계 전승은 단순히 피와 혈통의 계승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때로는 차마 거부할 수 없는 저주처럼 강요된 굴레이기도 하고,

때로는 끝내 이어가야만 하는 생존의 힘이자 연대의 끈이 되기도 한다.


다섯 편은 각기 다른 장르와 결을 지녔지만, 모두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이어가고, 무엇을 끊을 것인가?”

이 물음은 단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세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해당된다.


사회가 여성의 몸에 부여해온 부당한 강요를 드러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노동자’의 존엄을 통해 사회가 지워온 존재를 복원하기도 한다.

또 타인의 고통을 감응하는 몸을 통해 연대의 가능성을 그려내며,

오랜 세월 이어져온 이야기의 원형을 현재의 폭력과 맞닿게 한다.


아마 이게 이 책이 가진 힘일 것이다.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를 구원한다는 믿음.


《질긴 매듭》은 단순히 페미니즘 단편집이 아니다.

이는 오래된 이야기의 힘,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다시 엮어야 할 이야기의 방향을 가리키는 지도다.


나는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마음속에서 묻고 있다.

나는 무엇을 물려받고, 무엇을 끝내 끊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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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 - 의학의 새로운 도약을 불러온 질병 관점의 대전환과 인류의 미래 묻고 답하다 7
전주홍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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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해부는 의사가 아니라 이발사가 했다?!


18세기 초 해부실을 떠올려보면 충격적이다.

칼을 들고 시신을 가르는 건 의사가 아니라 신분이 낮은 이발사-외과의였고,

교수는 단상에 앉아 교과서를 낭독할 뿐, 직접 손을 대는 일은 없었다.


놀랍게도 이런 장면은 과학의 눈으로 보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지금도 낯설지 않다.

최근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파묘〉 속 굿 장면을 떠올려 보면,

원인 모를 병에 걸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무속의식에 매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첨단 의학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병을 신의 노여움이나 조상의 탓으로 돌리고,

무속적·비과학적 치료에 기대곤 한다.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바로 이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의 역사적 전환을 추적한다. 신의 징벌에서 체액의 불균형, 장기의 손상, 분자의 결함, 그리고 정보의 오류까지—질병을 해석하는 프레임이 바뀔 때마다 의학은 새로운 도약을 거듭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류가 질병을 바라본 방식을 다섯 가지 관점으로 풀어내며,

사회, 문화, 예술과 과학기술의 변화 속에서 의학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 방대한 역사를 흥미롭게 전해준다.


첫째, 신의 노여움

고대 사회에서 질병은 신의 징벌이자 공동체 전체에 내린 재앙으로 여겨졌다. 굿이나 제의 같은 비과학적 치료에 의존했지만, 동시에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는 정서적 접근을 남겼다.


둘째, 체액설

네 가지 체액이 균형을 잃으면 병이 생긴다고 믿었다. 잘못된 이론이었지만, “질병에는 자연적 원인이 있다”라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이 관점이 수백 년간 이어지며 사혈 같은 오류도 낳았다.


셋째, 해부학적 관점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의 인체 탐구와 인쇄술의 발달은 몸속 장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지식을 공유하게 했다.

“증상은 고통받는 장기의 비명이다”라는 말처럼, 질병은 특정 장기의 손상으로 이해되었고 근대 의학의 문이 열렸다.


넷째, 분자 관점

현미경과 측정 기술은 질병을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 파악하도록 이끌었다.

‘마법의 탄환’이라 불린 항생제, PCR, 표적항암제 같은 혁신적 치료법이 여기서 탄생했다.


다섯째, 오늘날의 정보 관점

유전자는 암호로, 질병은 정보의 오류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개인의 유전체와 환경, 생활습관을 고려한 정밀의학은 맞춤 치료를 가능하게 했고,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며 미래 의료를 바꾸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의료 불평등, 돌봄의 본질, 윤리적 갈등 같은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읽는 동안 특히 흥미로웠던 지점은,

의학의 거대한 도약이 의외의 영역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르네상스 예술가들이 더 정교하게 인체를 그리려는 열망이 해부학의 발전을 촉진했다는 대목은, 의학과 예술이 긴밀히 얽혀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또한 우리가 흔히 쓰는 ‘다혈질’이나 ‘우울질’ 같은 기질 개념이 사실 고대의 체액설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학의 발전은 위대한 업적의 나열이 아니라,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때마다 이루어진 도약의 기록이었다.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그 역사를 따라가며,

의학을 고정된 지식이 아닌 끊임없이 갱신되는 관점의 진화로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에게 질문을 남긴다.


질병 극복에 도전해온 인류는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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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디테일 - 중등부터 시작하는 공부법의 모든 것
한정윤.오인경.윤소정 외 10명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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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했는데 왜 성적은 안 오를까?”
언젠가 딸이 나에게 던졌던 말이다.

'진짜 열심히 해봤나? 정말 최선을 다했나?'
난 속으로 되묻는다. (속으로만...)

내가 늘 딸에게 강조하는 건 공부의 효율성이다.
아무리 오래 앉아있다고 문제집을 많이 푼다고 성적이 오르는 게 아니다. 다양한 공부법을 찾아보고 거기서 나만의 공부법을 만드는 거. 그걸 이 책에서도 강조한다.

공부법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부족한 점을 정확히 짚고, 그것을 보완해 나에게 꼭 알맞은 형태로 다듬어 가는 것. 결국 공부법은 스스로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대 현역 선배 13인의 공부법을 담은 『공부의 디테일』은 바로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암기 → 단순 나열이 아니라 구조화하며 오래 저장하는 법
이해 → 교과서를 ‘기승전결’로 읽고 단권화하는 법
적용 → 오답노트 마지막 장에 ‘행동 강령’을 적어 실수를 줄이는 법

이 모든 디테일은 “얼마나 열심히”가 아니라 “어떻게” 공부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부법은 EBSi 인공지능 단추 서비스였다.
지금까지의 모든 기출문제와 EBS 교재 문제를 풀 수 있을 뿐 아니라, 맞춤형 시험지를 제작할 수 있다.
특히 오답률이 높은 기출문제로 시험지를 구성하면, 내가 헷갈리는 개념이나 취약한 부분을 집중 공략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방법을 활용해 성적이 향상되는 사례를 보고, 딸에게 당장 알려줬다.
하지만 딸은 “아~ 그렇구나” 한마디만 하고 방으로 쌩 들어가 버렸다.

그래 숟가락으로 떠먹여줘도 맛있게 먹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리...

그리고 난 깨달았다.
공부는 방법 이전에 목표와 간절함이 먼저라는 것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나의 목표는 무엇인지가 선명해질 때,
그제야 자신만의 공부법을 개발하고 성적도 오를 수 있다.

《공부의 디테일》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비법 모음집” 아니다.
서울대 선배들이 몸으로 부딪치며 검증한 15가지 전략을 통해,
후배들이 자신의 공부법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실전 가이드북이다.

특히 부록으로 실린 공부 고수들의 비밀 노트는,
서울대생이 직접 실천한 과목별 1등급 전략의 핵심만 모아놓아 곧바로 공부에 적용하기 좋았다.

더 이상 양적 투자로 승부할 수 없는 시대,
《공부의 디테일》은 학습자에게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가장 본질적인 조언을 건넨다.
공부는 현실이며, 실전이다. 그리고 승부는 디테일에서 갈린다.

일단 포스트잇 팍팍 붙인 이 책을 딸에게 건네며... 간절함을 담아본다.
그나저나 내가 수능을 다시 보는 게 훨씬 빠르려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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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임정, 최후의 날
이중세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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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을 던져서 왜놈 100명을 죽이려면, 내 곁에 선 젊은이 얼마를 잃어야 할까.


광복절, 서대문형무소에 다녀왔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되었던 그곳은 여전히 차가운 벽과 바람 속에 고통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던 그분들의 넋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특히 사형장 앞에 서 있는 미루나무, 

‘통곡의 나무’라 불리는 그 앞에서는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형장으로 끌려가던 독립운동가들이 마지막 순간 이 나무를 부여잡고 울부짖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선명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 앞에 서니 눈물이 차올랐다. 책 속 투사들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들의 넋이 겹쳐졌다.


1932년 상해. 일본군과 밀정의 그림자가 드리운 프랑스 조계지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마지막까지 싸우고 있었다.

김구, 이봉창, 윤봉길과 같은 이름은 익숙하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안공근, 유상근, 이덕주, 유진만, 이화림 같은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투쟁 역시 이 책은 놓치지 않는다.



배신과 의심이 가득한 밀정의 시대, 끝내 꺾이지 않았던 불굴의 의지.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은 기록에 남지 못한 목소리까지 되살려낸 더욱 의미가 깊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깊이 남은 건, 

독립투사들이 싸워야 했던 적이 단지 일본군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배신은, 동포의 얼굴을 하고 온다.”


같은 동포였고, 함께 독립을 꿈꾸던 동료였지만 그들이 밀정이었단 걸 알았을때 끝내 처단해야 했던 순간들. 그 고뇌가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왔다. 


“내 손은 피에 절어 있어.

그건 어떤 물로도 지울 수 없는 흔적이었다.”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은 바로 그 ‘적과 싸움’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동포를 의심해야 하는 싸움’의 비극을 생생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우리가 잘 아는 김구, 이봉창, 윤봉길의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안공근, 유상근, 이덕주, 유진만, 이화림 같은 인물들의 서사를 담아냈다.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반드시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오늘 우리가 다시 불러내는 순간, 독

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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