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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검사들
이중세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4년 8월
평점 :
모든 건 최수현 변호사가 윤종건의 숍 <이끌>을 찾아오며 시작되었다.
그 빨간 드레스를 입고 날 넘어트린 여자. 그 여자가 가져 간 USB를 되찾아야 한다.
범죄를 은닉하기 위해 검경에 뇌물을 먹이는 깽패들
뇌물장부로 검찰을 협박하고 보스가 되려는 변호사
꼬리를 잘라내고 조직과 권력을 지켜려는 검사들
진짜 거악은 장막 뒤에 존재한다!
이중세 장편소설 『나쁜 검사들』 이다.
제목만으로 무척 끌렸다. 현실 세계가 워낙 짜증 나고 답답하니 소설 속에서 시원한 한 방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건 이상일뿐 소설 속 결말도 그리 속 시원하지는 않다. 그래도 현실보다 훨씬 낫잖아. 온갖 결탁과 더러운 협잡이 있어도 현실보다 낫다니.. 그리고 이 정도는 애교로 보이는 수준이라고 생각 든다면 현실은 정말 썩을 대로 썩은 거겠지.
등장인물 그 누구도 청렴결백한 캐릭터는 없다. 그나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몸을 던지니 그마저도 멋져 보인다고 해야 할까. 깡패든, 변호사든, 검사든, 계급이 낮든 높든 다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줄을 잘 타야 했고, 그들로부터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적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거.
중요한 소송 증거를 훔친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찾기 위해 들어선 윤종건의 숍이 화근이었다. 그곳은 단순한 의상실이 아니었다. 돈 세탁과 탈세가 이뤄지고 있는 세탁소였으며 20년 동안 검찰 고위층에 상납해온 뇌물 장부가 있는 곳. 검찰이 냄새를 맡았다 오해한 조직은 꼬리 자르기에 돌입한다. 이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는 의문의 변호사, 그는 검찰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짜려 하는데... 검찰 개혁을 꿈꾸는 반부패수사부 김훈정 검사를 끌어들이면서 사건은 점차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여자라면 환장하는 검찰 출신 변호사 최수현, 평소라면 참 비호감이 캐릭터인데 소설 속 이 인물은 미워할 수가 없다. 말 한마디 한마디 어찌나 엣지있는 지랄 멘트를 해대는지, 찰진 대사에 홀라당 넘어가고 말았다. 거기에 백수사관과 김훈정 검사와의 티키타카 또한 재미를 한몫하며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런 말솜씨 어디 가르치는 학원 없나 ㅎㅎ 진심 배우고 싶다.
극이 전개될수록 서서히 밝혀지는 조직적 부패와 타락, 인간의 욕망과 배신이 휘몰아치며 이야기에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짓는 비릿한 웃음.
"개기면 죽는다...... 나쁜 것과 나쁜 게 아닌 것의 구분은 우리 검찰이 한다.... 뭐 그런 거."
법대로 하면 될 걸 지들이 뭔데 나쁜 것과 나쁜 게 아닌 것을 구분하는 건지, 이 대사에 깊은 분노가 이는 건, 진짜 그러고 자빠져있는 현실 때문이겠지.
"결탁이라고 더러운 협잡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세상은 회색이고, 더 묽거나 더 짙을 뿐이야. 완전한 흰색도 없고, 온전히 까맣지도 않아."
"검사예요. 우리는"
그들은 개로 누구를 섬길 것인지 저울질한다. 시민인지, 검찰인지.
누구를 섬기든 그들은 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