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도문화의 악의적 취사모방 - 2017년 『제국과 유신의 검찰』 전면 개정증보판
최영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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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찰의 무소불위와 선택적 정의는

일본 제국주의 검찰 제도문화의

악의적 취사모방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일제 검찰 하에서 경찰의 모든 수사는 법과 제도로써 무소불위를 뒷받침하는 검찰의 지배를 받는 체제였다. 해방 이후 1947-48년 일제 검찰은 여러 폐해를 폐지하였으나 대한민국 검찰은 경찰 위에 군림하는 여러 제도를 계승, 인정, 유지하였다.


저자는 현재 한국 검찰의 제도 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관보'와 사료, 법령을 통해 일제 시대의 검찰 조직을 살펴보고, '메이지유신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국 검찰 제도 문화의 시작과 현재, 미래를 조망하며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 책을 통해 1948년 일본은 검사의 지배적 수사 지휘권 제도를 폐지하였지만 대한민국은 그 제도를 계승하여 2020년에야 폐지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여수사관이 수행하는 역할도 일본은 1948년 폐지되었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그 제도를 고수 중이며 대한민국의 영장 청구권 독점 제도의 폐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초동 수사 및 현장 수사에 필요한 필수적인 체포 영장, 압수수색 검증 영장에 대한 경찰의 직접 청구권을 인정하여 검찰의 비리를 견제할 수 있다. 


이밖에도 1947년에 일본은 폐지한 전관예우 제도가 드러난 신문기사들을 제시하여 현재도 대한민국에서 관습법에 따라 계승하여 창궐하고 있는 전관예우의 실태를 꼬집었다.


검찰 내에서 전직 검사들에 대한 전관예우가 검찰 내에서 광범위하고 파격적, 신분상 예우였다면 퇴직 검찰 직원에 대한 집행관의 부여는 한정적(집행수수료 수입), 신분적이면서도 실정법적인 예우라고 보았다.



여러 관보와 사료들이 해방 후 일본은 폐기한 반문명적 일제 검찰 제도문화의 골격과 골수를 대한민국은 현재까지 그대로 계승하여 70여 년 동안 그대로 유지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검찰개혁을 외치며 정치권에서 시끄러울 때도 그들만의 리그라며 냉소하였던 나인데 왜 이런 개혁이 필요한 것인지 역사적으로 훑고 난 후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관심이 생겨난다.


저자의 말대로 2011년, 2020년 검찰 제도문화의 선의적인 모방으로서 일부 개혁이 있었으나 아직도 일제를 모방한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국 검찰의 무소불위와 선택적 정의라는 검찰의 원리주의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모든 것의 핵심은 정권 유지... 헌법이 9차례 개정되었던 것도 목적이 뚜렷했다. 이 책을 통해 검경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 그 뿌리를 살펴봄으로써 무엇을 개혁하고 폐지해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올바른 방향.

무엇보다도 방향이 중요한 때다.

나아갈 바를 알고 나아갈 때 올바른 방향을 위한 길잡이가 필요하다면 "한국검찰의 무소불위와 선택적 정의는 일본 제국주의 검찰 제도문화의 악의적 취사모방으로부터 나온 것이다"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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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입 수시.정시 입시컨설팅의 모든 것 - 한 권으로 끝내는
박영식 외 지음 / 데오럭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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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후 대학입시가 바뀌면 재수를 할 수 없는 학년이 현재의 고1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렇게 불안한 시기에는 수시, 정시에 뙇!!!! 합격해서 인생을 순항하면 돛을 올려야겠지요.

그러려면 먼저 정보가 중요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은 만큼 실천할 수 있지요.


아이가 중등이 된 후로 여러 입시 설명회, 컨설팅에 다녔지만, 혼란만 가중되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이번에 <한권으로 끝내는 2025 대입 수시,정시 입시컨설팅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얼마나 유익한지!

뒷편 부록에 수록된 입시용어편이 저같은 햇병아리 풋내기 학부모에게는 딱 좋은 정보랍니다.



아이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여전히 대학을 연관하지 않고는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는 방법이 없더라구요.

저는 특성화고등학교 투어도 다녔는데요,

특성화고에서도 입시반이 있어서 입시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2025년 대학입시 일정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수험생 당사자나 그 부모님이 숨도 못 쉰다는 표현을 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인생의 관문 앞에서 다양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는 2025 대입 전형에 관한 전반적인 주요사항을 알려줍니다.

수시모집 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과 정시모집 수능전형의 특징과 지원전략이 설명돼 있습니다.


2부에서는 주요학과의 특징이 분석돼 있어요.

올해 정원 확대로 뜨거운 감자가 된 의예과, 치의학과, 한의학과, 약학과, 수이학과, 간호학과, 경영학과, 경제학과 등 주요 8개 학과에 대한 수도권, 지역별 대학의 전형이 설명돼 있어요.



3부에서는 주요 대학의 입학 전형과 3년 입시 결과를 분석하고 


5부에서는 입시용어, 2024 전국연합학력평가 일시 및 범위, 전문대학을 포함해서 전국 대학 현황 등이 실려있습니다.



저는 초보 학부모라~

5부가 가장 좋았는데요,


아이와 용어부터 정리해서 어떤 대학의 어떤 학과를 염두에 둘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다가 진로 로드맵이라는 과제를 앞두고 혼란했던터라 아이의 마음도 비장하네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대학이라는 중요한 관문을 전략없이 통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요.

아이가 진로의 로드맵을 설계하도록 열심히 지원해보렵니다.


데오럭스는 입시전문 출판사군요.

궁금했던 학생부 세특에 대한 책이 세 권이나 있네요.

이 책들도 챙겨봐야겠어요.


2025 대학입시를 치루는 수험생과 학부모를 응원합니다.

저도 몇 년 안에 그 자리에 서서 타인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게 되겠네요.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도서만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느낀대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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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3 (초판 한정 윈터 에디션) - 거울 속에 누군가 있다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3
도미야스 요코 지음, 오바 켄야 그림, 송지현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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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아빠와 여우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유이, 다쿠미, 모에는 신기한 여우의 힘을 물려받았다. 서로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엄마와도 사이가 좋은 시골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엄마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겨울 방학에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곤 하는 다쿠미 가족에게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 유이는 할머니가 유이넹서 3박을 예정하며 지금 할머니의 친구집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할머니맞이 대청소를 시작한다. 


문제는 매일 들락거리며 이상한 행동으로 머리를 쭈삣 서게하는 여우 친철들! 도무지 인간의 습성과 매너를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유이네에서 제멋대로 구는 여우할아버지, 느닷없이 거실에 나타나 "재앙이 온다!" 외쳐대는 이모할머니, 자유로운 변신으로 유이네를 골탕먹이려는 이모, 이상한 물건들을 들고 나타나는 삼촌까지! 예의바르고 점잖은 시골 할머니에게 이들의 정체를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유이네 가족들은 연신 등골에 땀이 흐르는데...


할머니가 아버지의 물건이라고 보내신 택배는 화장대??? 아무도 납득할 수 없는 물건인데... 거울이 두 개가 달린 화장대를 여는 순간, 여우의 힘을 가진 유이는 물냄새를 맡았다고 하고, 모에는 거울 속에서 남자 아이를 보았다며 갑자기 거울을 떨어뜨린다.


할머니와 여우 할아버지의 만남에 이어 이모할머니의 등장도 감당이 안되는데... 유이는 이모가 쳐놓은 함정에 빠져 48시간 동안 능력을 쓸 수 없게 된다. 이모의 꿍꿍이는 무엇일까? 변신의 귀재인 이모가 유이에게 자신을 맞춰보라는데... 이모의 속셈을 알 수가 없다!


화장대 앞에 알 수 없는 물웅덩이가 남겨져 있고, 아빠가 어린 시절에 누군가에게 빌려주었다는 소중한 책 <파브르 곤충기>가 서랍에 놓여져 있다? 아빠의 머릿속 혼란은 갈수록 더해지고...


훈훈한 가족의 좌충우돌 성장기가 펼쳐지나 기대하는데 갑자기 미스터리 스릴러의 등장? 오! 스토리의 쫀쫀함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처럼 재미나다.


과연 유이와 가족들은 이 모든 함정에서도 엄마의 정체를 들키지 않고 4일을 버틸 수 있을까? 화장대와 관련한 아빠의 추억팔이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할머니의 기억과 아빠의 기억이 달라지는 지점에 힌트가 있다?


벌써 4권 예고가 나왔네!

사람 아빠와 여우 엄마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라니~ 이거 흥미롭군. 일본식 판타지를 좋아하는 <전천당> 세대에게 또다른 시리즈의 재미를 안겨줄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올 겨울 온 가족이 읽으면서 가족이 하나로 똘똘 뭉쳐 예의바르게 헤처나가는 모험을 이야기하면 좋겠다.


근데, 유이남매~ 왜 이리도 예의가 바른거야~ 울 집 똘방구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그러다가도 여우엄마의 현명함과 할머니의 자상함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 


겨울방학 추천 시리즈~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4권을 기다리게 하는 재미를 함께 느껴보기를 바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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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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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로페즈 (1945~2020)


55년이 넘는 세월 동안 8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썼다. <늑대와 인간에 대하여>로 미국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북극을 꿈꾸다>로 미국도서상을 수상하였다.


1960년대부터 대지와 인간의 관계, 인간의 정체성 등의 문제를 다룬 픽션, 논픽션 작품들을 발표했다. 다른 작가들과 협업, 공동 작업을 왕성하게 펼쳤고, 이 에세이집에는 협업의 생생한 증언들이 담겨 있다.


그는 어린시절 캘리포니아에서 자랐으며 평생 이 곳을 그리워하였다는 이야기로 에세이집이 시작된다. <캘리포니아를 그리워하며>에서는 그가 이 장소에 대해 특히 애착을 느끼는 감정적 이유를 찾는 과정을 그렸다.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의 기억과 아버지의 부재 동안 어머니로부터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진 어린 소년의 육체가 유린당한 기억이 가득한 캘리포니아는 이와 동시에 그가 '살아 있는' 혹은 '살아 남아야 하는' 이유를 내포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배리는 이 에세이집에 자신의 삶의 전반에 대한 회고와 동시에 자긱고백, 자신의 신념을 담은 에세이를 실었다. 

이는 그가 55년동안 숲과 평원, 사막, 북극 등에서 얻은 자연과의 교감, 대지와의 친밀감을 통해 고통에서 치유로 행해 나아간 생의 여정이자 기록들이다.


자연주의자이며 신비주의자인 그는 절대자에 대한 믿음과 신앙의 발현이 그를 살아 있도록 잡아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었음을 고백한다. 그것은 세상이 규정짓고 원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믿음이 아니었더라도 그가 겪은 고통스러운 어린시절을 버티게 해준 끈이었고, 살아야할 순간의 구원의 손길이었음을 그는 고백한다.


그는 네 편의 에세이를 통해 그의 어린시절을 유린한 아동 성도착자와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쏟아낸다.

그가 어떻게 4년 반 동안의 시간을 견뎠고, 고작 7살밖에 되지 않은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견뎠고, 그러는 동안 그가 살아 있도록 갈망한 자연에 대한 예찬과 1960년대의 캘리포니아의 분위기에 대해 회고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동 성도착자에게 유린당하고 있을 다른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망하면서 간접적으로 그들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존경받는 인물의 성범죄 증거가 제시될 때 그들의 더럽고 추악한 범죄가 어떻게 덧입혀서 포장되는지를... 


" 비중 있는 사회적 역할과 관대한 제스처로 쌓아올린 신망은 아동 성도착자들이 만들어낸 보호막일 때가 많다."


실제로 어머니의 재혼으로 그의 마수에서 벗어나고 몇 년 후, 그를 다시 찾아온 가해자가 어머니와 재혼한 새어버지 앞에서 저자를 어떻게 모함했는지! 가해자와 심각하게 얘기를 나눈 어머니가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하지만, 그분은 의사잖니!"

저자는 딱 이 한 문장으로 말했다... 나는 이 문장에 담긴 저자의 분노와 좌절과 실망과 절망을 동시에 느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의 명망을 가진 인사가 어떤 식으로 힘없는 자들을 유린해왔는지... 그들의 교묘한 범죄가 어떤 식으로 가려지고, 포장되는지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우리 사회에 일어났던 많은 성비위 사건들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그들, 혹은 자기방어가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의 아동들이 당하는 학대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들이 상대해야했던 포장되고 가려진 권력을 가진 가해자들을 그려본다.


"수년간 연쇄 아동 성폭력범 추문과 관련한 신문과 잡지 기사를 읽고 종합한 바로는, 사람들은 피해자들이 가장 욕망하는 응징의 방식이 돈과 정의이며 거기에도 순번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내 짐작을 말하자면,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믿어주기를 바란다. 존엄의 감각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토대를 원한다. 자기 존중의 회복이 돈보다 중요하다. 복수보다 중요하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타인의 공분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타인의 공분이나 대중의 분노가 아니다. 자신을 대신해서 분노를 발화해주기를 원하는 게 아니란다. 단지 믿어주는 것... 사회적인 신망이 두터운 이들이 하루아침에 성범죄의 가해자로 밝혀졌을 때, 한없이 공명정대하며 인자한 얼굴로 장기간의 성폭력을 가한 가해자로 지목되었을 때 나는 피해자들을 믿어주었던가? 비단 성인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들은 아동들이 자신이 당한 일의 종류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깨닫기 전에,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나이의 아동들이 당할 정신적 고통을 믿어주었는가.


그의 어머니도, 새어머니도... 어머니의 사촌 에벌린도 그의 편이 되어주지 못했다. 담담한 그의 기술 뒤로 그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마음 속이 엉망이었고, 망연자실했고... 진실이 위폐된 곳에서 그는 자신의 치유, 세정식을 시작하게 된다. 


생은 많은 경우 어린 시절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도 자신의 이면에 뿌리내린 터무니없는 감정들이 아동기의 경험에 기반한다는 자각과 함께 심리치료사를 통해 치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치유를 완성한다.




그가 왜 이런 상처와 치유에 대한 과정과 감정과 통찰을 고백하였을까? 

나는 그를 이루는 많은 감각들이 이 어린시절의 상처와 경험, 그와 함께 그 순간들을 견디고 살아 있도록 도운 신비한 경험과 자연과의 교감의 중요함을 말하고자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치유의 끝을 경험한다. 상담치료사와의 치료를 받고 귀가하는 어느 날, 가슴벅찬 안도감이 들면서 폭압의 갑작스러운 증발을 경험한다. 해결되지 않던 공포와 분노는 연민으로 바뀌었고, 타인의 악몽에 공감하는 보다 큰 포용력을 자신의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 


" 우리에게는 우리를 삶의 예의로 다시 데려다줄 타인이 필요하다."


이후 그의 다른 에세이를 보면서 나는 더욱 확실함을 느꼈다. 그가 타인의 악몽에 공감할 수 있었으므로 북미 역사사 선주민으로 살아가던 자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때 '대학살', '폭력', '죽음'으로 변한 현장에 관심을 가졌다고. 그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죽음이 미국 역사를 다시 조망함으로써 '삶의 예의'로 다시 데려다 줄 타인이 자신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읽었다.


또한 자연과 대지, 그가 행한 많은 협업들도 그의 이러한 성품에 기인한다. 기후위기와 기후변화의 현장에서 <주의 기울이기>, <인내하기>, <몸이 아는 것을 귀담아듣기>를 실천하며 교감하였던 그였기에 장소와의 친밀감을 누리며 수천년, 수만년 전에 살아간 원시인들과도 교감하고 동질감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는 고압적이지 않다. 그는 말이 많고 주장이 강하며 신념을 앞서는 강력한 무기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의 글은 온화하고 자연 속에 녹아드는 자신을 발견하며 그곳에 그가 있음을 기뻐하는 모습을 띈다.


그의 관찰을 통해, 서술을 통해, 행간의 묻어나는 의미를 읽는다. 그러므로 나는 <힘의 열네 가지 양상>을 읽으며 탁월함을 느낀다. 한낱 일화가 열네 개로 늘어져서 꼬리를 잇듯 이어져 있는데 글을 읽으면서 속에 어떤 긍정의 힘이, 부정의  힘이 담겨 있는지 저절로 깨달아진다. 그의 탁월함은 이런 서술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부분 여지를 남기며 관찰을 토대로 서술하는 과정에서 독자가 비집고 들어갈 많은 여지와 생각거리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는 가고 없지만, 그의 마지막 인사는 우리 곁에 진하게 남아 여운을 남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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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도 쉽게 배우는 보고서 쓰기
이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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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결산하고 2024년을 준비하면서 '좋은 글'에 대한 기준과 평가를 더욱 명료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뀐 교육과정에서도 서술형, 논술형 평가가 심화되어서 내신의 비중이나 압박이 심해져서 글을 쓰는 바른 기준과 평가를 잘 세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이 되었다고 과제 및 보고서 작성이 뚝딱 써질까? 글을 쓴다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 책은 대학에서 필수로 습득해야하는 글의 구조에 따라 교수자의 평가기준을 직시하며 자신의 견해를 담아내는 글을 쓰는 법을 지도하고자 쓰여진 교재이다.

신입생 글쓰기 수업이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고서 작성 수업에서 활용하도록 실용성 있는 교재로서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었다.


좋은 글의 조건은 무엇일까?


좋은 글의 특징은 분명히 존재한다.

1. 글의 형식적 구성에서 완성도가 높은 글 - 체계성

2. 전통의 담화 맥락에서 정확한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글 - 정보성

3. 기존의 장르 담화를 따르면서도 어떤 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면이 돋보이는 글 - 창의성

4. 독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며 성실한 읽기와 고된 쓰기 능력을 통해 구현된 글 - 맥락성


 

마찬가지로 좋은 보고서에도 격식과 틀이 있다. 교수자의 평가기준을 따져보고 보여지는 글을 써야하는 대학 새내기나 공적인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글의 형식과 내용의 구성을 채우는 공부가 필요하다.

내 경우만 해도 독후보고서와 비슷한 서평, 독서 감상문을 주로 쓰고 수필과는 다른 학술적 에세이를 가끔 쓴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특히 A+ 보고서를 쓰는데는 평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알고 쓰도록 이 책에는 '유학생'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과 조건을 꼼꼼히 따져서 제시하고 있다.


실제 글쓰기 수업에서 실용적인 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총14강으로 구성하였고 각 강마다 실전문제, 연습문제를 담았다. 배운 내용대로 글을 써보고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담은 것이다. 실제 예제나 답이 없으므로 교수자가 강의에 활용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활용성을 높인 것이다.

(다만 독학하는 나같은 독자를 위해서는 예제에 대한 답안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뿐만 아니라 토론하기 주제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1.대학에서 보고서 과제로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이유를 설명해 보자.

2. 보고서로서 학생의 역량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면 어떤 역량을 증명해야 할지 하나씩 거론해 보자.


자신의 의견을 말로 피력할 때 글쓰기가 기반이 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말하기'는 '글쓰기'의 일환으로 글쓰기가 선험적인 입장에 놓이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다.

책에서 말과 글을 동시에 훈련하는 법을 제시해서 좋았다.


이 책을 읽고 전체 구성과 유형별 글쓰기, 각 유형마다 무엇을 내포하고 버릴 것인가를 알게 되어 글이 명료해졌다. 특히 좋은 보고서의 체제를 이해하고 각 부분마다 서술할 관점과 요건을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 내게도 2024년은 더 '좋은' 글을 쓰도록 공부하고 배우는 한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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