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에서부터 명확한 저자의 집필 의도에 감동받았다. 사실 독자에게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집필 의도에 감동보다는 책 내용에 충실하고 전달력이 명확하면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본문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움직였고 내 귀와 눈은 집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양한 책들을 접하는 요즘 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 통한 느낌을 받은 책은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난듯한 반가운 마음이었다.
이 책은 365개의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루 한장씩 부담없이 가볍게 읽으며 과학과 친해지도록 저자가 의도하였다. 시간 순서대로 풀어나가며 단순한 역사를 나열하는 개념이 아닌 주제를 요일별로 다르게 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과학에 접근하도록 의도하였다. 모든 이야기는 독립적이지만 시간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서로 보완하며 이어지도록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나면 과학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고 느끼도록 구성되었다.
월요일에는 과학자의 말-큰 업적을 세운 과학자들의 행적과 명언에 관하여
화요일에는 세상을 바꾼 과학 사건-중요한 과학사의 사건을 통해 흐름을 보고
수요일에는 과학의 생각-어렵게 느껴지는 과학이론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목요일에는 과학자의 서재-과학책, SF소설들을 과학자의 시각으로 살펴보고
금요일에는 신기한 과학 발명품-우리 주변에서 쉽게 보여지는 물건부터 인류사를 바꾼 발명 이야기까지 두루 다루며
토요일에는 과학자의 주방-요리에 숨은 과학원리를 탐구하며 더 맛있는 요리를 위한 과학적 팁도 소개하고
일요일에는 영화관에 간 과학자-과학의 주제를 다룬 영화를 소개한다.
책의 구성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제별로 1주일 단위로 진행이 되지만 목차는
관심있는 주제를 찾기 쉽도록 요일별로 내용을 소개하므로 호기심 가는 부분을 찾아볼 수 있게 독자를 배려하였다. 하지만 주의 할 것은 목차에 나와있는 숫자는 페이지를 의미하는 숫자가 아닌 365일의 날짜를 의미하는 숫자이므로 참고하길 바란다.
요일별로, 주제별로 재미있게 읽거나 인상깊은 내용들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월요일-과학자의 말, 우장춘박사'길가의 민들레는 밟혀도 꽃을 피운다'
씨없는 수박을 개발한 박사로 알려져 그렇게만 알고 있었지만 사실 씨없는 수박은 다른 일본의 박사가 개발한 것이고 몰랐던 우장춘 박사의 배경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조선인 우범선, 어머니는 일본인으로 일본인에 가까운 사람이었지만 일본에서는 차별과 박해를 받고 조국에서는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아버지를 둔 사람으로 반역자의 죄책감을 갖고 있었기에 어디에서나 환영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조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돌아와서 해방직후 대한민국의 식량부족 문제에 앞장서고, 주요 작물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미래의 학자와 기술자들을 양성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조국으로 돌아오면 분명 손가락질과 경멸을 받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와 조국의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 준 우장춘 박사의 업적을 다시 알면서 우장춘 박사에 대한 나의 창은 큰 변화가 생겼다.
화요일-세상을 바꾼 과학 사건, 백신의 발명 2021년 1월 말.. 코로나라는 전염병으로 우리 일상이 송두리째 뒤바뀐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전염병에 의한 인류의 삶의 변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 1918년 스페인 독감 등으로 백신이라는 것을 개발해 왔는데 이는 인공적으로 면역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균에 조작을 가해 독소를 약화시키거나 균을 죽게 만드는 주사약이다.
이 백신을 처음 만든 사람은 루이 파스퇴르다. 백신의 어원은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a'다. 면역반응을 이용한 예방법은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먼저 시행이 되었지만 병원균을 직접 분리해서 인공적인 백신을 만든 것은 파스퇴르가 최초였다고 한다.
수요일-과학의 생각,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인과율때문이다. 원인 없이는 어떤 결과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그러기 때문에 스티븐 호킹은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주장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역설'을 제시했는데 내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살해한다면 나는 존재 할 것인가 아닐 것인가에 대한 가설이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2009년 디스커버리채널과 공동으로 '시간 여행자를 위한 파티'를 열었는데 초대장에는 장소를 나타내는 경도와 위도, 파티 시간이 기제돼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 파티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과연 이것은 세계가 무수히 분화해 나가는 다세계 해석에 의한 것일까, 과거를 바꾸려 시도하면 무언가 개입해 그러한 일을 막는다는 '자기 일관성의 원리' 일까, 아니면 시간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영화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믿는 내가 맞을까... 사실 무엇이 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다.
목요일- 과학자의 서재, 일하지 않는 개미, 완벽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하세가와 에이스케 교수는 일하지 않는 개미로 유명하다. 다들 알다시피 일개미 70%는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고 10%는 평생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80%는 무임승차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파레토법칙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인구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 하고 있다는 법칙, 하지만 하세가와 에이스케 교수가 하고 싶은 말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받아드리면 좋겠다고 말한다. 분명 빈둥거리는 거 같지만 실제로 일하는 20%의 개미들에게 변수가 생긴다면 그 다음으로 움직이는 개미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어떠한 변수에도 개미사회가 운영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모든 일이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굴러간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게 너무 많다. 그렇기에 항상 인생의 예비전력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그런 예비전력에 날이 서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에이스케 교수에 동감한다.
금요일-신기한 과학 발명품-에어후라이어, 거의 매일 사용하다 시피 하는 에어후라이어의 원리를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알 수 있었겠지만.. 뭐가 그리 바빴는지 이 원리한번 검색해 볼 수 없었나 모르겠다. 덕분에 확실하게 알았다.
기름보다도 빠르게 가열되는 공기를 통해서 음식을 가열하는 것인데, 공기가 식기 전 빠르게 순환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에어후라이어는 위쪽에 전기로 가열되는 열선이 있다. 아래에 있으면 음식에서 떨어지는 기름 등으로 화재가 날 위험이 있기에 위에 배치한다.
토요일-과학자의 주방-된장찌개는 뚝배기에, 라면은 냄비에.
며칠 전 저녁에도 김밥과 라면을 끓여먹었다. 너무 당연한 듯이 냄비를 꺼내 라면을 끓였지만 뚝배기에 끓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책에서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갔다. 찌개를 뚝배기에 먹는 이유는 늦게 식게 하기 위해서 라고 알고 있었는데 라면을 뚝배기에 끓일 경우에는 남아있는 열로 인해 면이 불어터지기 때문이라는 말에 웃었다. 이 부분 말고도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과학자의 주방편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일요일-영화관에 간 과학자, 쥬라기공원, 초등학교3학년때 쥬라기 공원을 보면서 일단 눈이 휘둥그래 졌다.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공룡이 진짜 공룡처럼 보여졌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공룡을 피해 부엌으로 숨어 있을 때는 같이 숨죽이고 봤던 기억이 난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을 바탕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이 공원이 탄생하는데 실제로 공룡의 DNA를 복원하는 날이 올까...? 내가 죽기전에는 복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룡을 애완동물로 키우기에는 너무 무섭다...
과학과 친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고 과학과 친해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또 너무 가볍지 않은 내가 알고 있는 창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에도 좋고 나처럼 어떤 한 사건으로 인해서 투명한줄 알았지만 제대로 투명하지 않았던 창을 고쳐보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