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을유세계문학전집 14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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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거 앨런 포의 글은 어쩌면 나의 마지막까지 남겨지는 책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의 암울한 문장들과 우울한 공상의 풍경은 끝내 나의 감성을 집어삼키곤 한다. 젊었을 때 습관적으로 읽던 고전의 느낌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 생의 절반쯤 닿아 읽는 그의 글은 절대적으로 죽음의 냄새가 난다. 그 죽음의 내음들이 나의 남겨진 생을 미리 보게하는 예지의 감성을 준다. 이번에 받은 그의 소설을 조애리님의 해설과 함께 읽었다. 단편 단편의 느낌을 [상상계의 균열과 주이상스]라는 라캉의 철학과 함께 풀어준 글로인해 작가의 생애와 함께 그의 글속에 녹아있는 인간 군상들의 공포와 폭력성을 조금은 더 이해하며 읽게 되었다.

애드거 앨런 포는 불운한 작가다. 그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아버지는 그들을 버리고 떠나고 어머니는 결핵으로 죽는다. 그는 양부모에게 길러지지만 포의 작가의 길과는 멀게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포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도박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오히려 도박중독에 빠지게 된다. 포는 대학을 자퇴하고 양어머니는 결핵으로 죽고, 그의 첫 아내도 결핵으로 죽게 된다.(이때 결핵으로 죽는이가 많았나보다) 그는 점점 알코올 중독의 음주문제로 공격적인 평론으로 잡지사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아내의 죽음으로 점점 불안정해졌다. 그러던 중 전약혼녀와 잠시 안정적인 삶을 찾아가는 도중 거리에서 혼미하고 말을 못하는 상태로 발견되고 40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죽음은 음주, 심부전, 혹은 다른원인 때문인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속에는 음주와 아편의 이야기도 곳곳에 쓰여있다. 그의 소설은 왠지 그의 삶을 대변해 주는듯 소설보다 그의 삶을 읽는듯 했다. 그렇게 그의 문장들은 고독하고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상상속의 군상들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서서히 오감이 열리며 감각적인 여러 부분들이 끝없이 예민해지고 까탈스럽고 이질스런 불쾌감까지 느껴지게한다.

[검은 고양이]를 포함한 여러 단편들이 좋았지만 [어셔가의 몰락]이 특히나 좋았다. 집을 닮아가는 어셔의 불안전한 심리상태의 문장들이 너무도 압도적이다. 헨리 제임스 [나사의 회전]속 건물인 블라이저택이 연상되었고 그 소설을 페러디한 영화 [블라이 저택의 유령]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었다. ’눈처럼 보이는 공허한 창문들과 무성한 사초와 죽은 나무의 그루터기…….이 광경을 보자 내 형혼은, 말하자면 완벽하게 우울해졌다.(중략) 집 옆의 무시무시한 검은 호수는 잔물결도 일지 않고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났다. 호수에 거꾸로 비친 사초, 소름끼치는 나무줄기, 공허한 눈처럼 보이는 창문의 이미즈를 보자 전보다 훨씬 더 오싹해져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p54) 이러한 대 저택에 사는 어셔의 성격조차 그 집을 닮아간다고 작가는 쓴다. ’오감이 병적으로 예민해져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는 가장 싱거운 음식밖에 못 먹고, 꽃향기는 모두 너무 숨이 막히고, 특정한 천으로 된 옷만 입을 수 있고, 아주 희미한 빛만 비쳐도 눈이 몹시 아프다고 했다. 특정한 소리, 현악기 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무섭다고 했다.’(p60) 작가는 집의 아주 특이한 형태와 영혼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말하며 어두운 호수가 결국 어셔의 삶의 이욕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병적으로 예민한 광기어린 어셔, 그는 집을 뒤덮고 있는 무성한 이끼나 그 주의의 썩은 나무의 배열 순서뿐 아니라 벽돌이 배열 순서, 그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된 이런 배열과 고요한 호숫물에 비친 동일한 모습이 지각의 증거가 호수와 벽 주위에서 서서히 단단하게 응축되고 있는 공기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어셔는 쌍둥이여동생을 생매장하게 되고그녀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 단편이 좋았긴 하나보다. 읽은후에도 한번 더 읽게 되었고 어셔가의 몰락이 '집'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쓰여진 이 소설이 나를 매료시켰다. 집에 대한 영화도 더 찾아보고 싶어지게 했다.

오랜만에 또다시 애드거 앨런 초의 소설을 의미있게 읽게 되었다. 이것이 또 고전의 힘이리라 끄덕이며 나의 죽음전까지 오래 곁에 두고 읽을 듯 싶다. 좋은 책을 새롭게출간시켜주신 을유문화사에 깊이 감사드리고 계속해서 고전은 포에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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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돌아가 볼까 - 그리고 소설가 송지현의 일요일 다소 시리즈 3
송지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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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날 때부터 무용한 일들에 마음을 더 빼앗기는 타입이었는지도 모르겠다.’p041

독특하고 귀여븐 책에 홀릭해서 급 신청해보았다. 책을 받고서도 그 감성을 놓치지 않게 예쁨이었다. 더 예뻤던건 위 글귀였다. 나도 오랜 세월을 그랬던것 같다. 늘 무용한 일에 마음을 빼앗겼던 날들, 왠지 젊은작가의 문장 한 줄이 이렇게 나이를 먹은 독자에게도 따스한 위로 한스푼을 더해준다. 투명pvc커버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키링이나 가름끈을 달수 있는 커버에 뚫려있는 작은구멍, 그리고 도서정보와 고유한 순번이 적혀있는 북커버 (나의 도서인쇄순번은 No,0077)까지 정성들인 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무용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나(주인공), 또 그 곁에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 그들과 엮여지는 일상의 삶속에 드러나는 작은 오해들과 유쾌한 대화들이 따뜻하다. 읽으면서 내내 애정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과 주변인들. 그들의 일상의 소소한 생활들이 따뜻하고 즐겁게 공감되었다. 소설은 어느해로 시작해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흐르고 새해를 맞는다. 동거를 하게 된 민수와의 무심한듯한 대화와 건조하고 단조로운듯한 생활패턴이 은근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와 엄마, 나와 동생, 나와 할머니 등 서로의 기억과 느낌은 다르지만 일상의 만남들이 정겹기까지 하다. 나와 주변인들의 관계, 직진하지 못하고 유연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삶의 이면들이 그것을 잘 연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이런 딸 하나 있었으면 할 정도로ㅎ)내내 사랑스러웠다.

‘믿는 수밖에…….,그 말이 오래도록 생각났다. 도시를 걸을 땐 믿음이 필요하다. 내가 밟고 있는 것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나와 타인이 다르지 않음을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종종 작은 불행을 겪으며 작은 실수를 저지르고 사소한 것을 의반하는, 평범하게 못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고.‘p111

책속에는 작가의 소설이전의 이야기와 소설 이후의 후일담이 쓰여있다. 방학이 끝나기전에 단번에 쓰여졌던 숙제같았다는 작가의 솔직한 고백같은 일기가 여러편 실려 있다. 작가의 실제 책상풍경과 [소설가 송지현의 일요일]이 과감하리만치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나는 갑자기 어떤 것에 마음이 끌리면 하던일을 멈추고 바로 그걸 탐구하는 타입이다”라는 작가는 “마감은 진짜 진짜 내일부터!”라고 쓴다. 작가의 이러한 솔직한 표현들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미소짓게 한다. 젊은 작가들의 현대적인 소설을 많이 읽어보려고 한다. 시대속에서 그들의 사랑과 고민과 삶에 대한 방향성을 읽으면서 함께 공감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이번에 다산북스에서 출간하는 [다산시리즈]가 더욱 반갑고 정성스런 출간이 끌림이다.

2025년 7월30일 자각의 일기중에서-
‘어쨌든 다음 날 보는 글은 언제나 쓰레기처럼 느껴지고 열 문장을 쓰면 한 문장이 남을까 말까다. 지독히 낮은 생산성이다. 게다가 나는 7월 29일의 일기마저 완성하지 못하고 다음 날인 지금까지 이어진다.‘

#다소시리즈 #다산북스 #책추천 #짹꾸
#오늘은좀돌아가볼까 #송지현작가 #다소가까워지는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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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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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 그리스어 키마이라에서 왔는데, 이는 염소와 몸퉁, 사자의 머리, 뱀의 꼬리로 이루어진 그리스 신화 속 피조물을 가리킨다.

세계는 3차대전이 일어나고 인류의 존폐위기에 처한다. 영원히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속에서 신인류 혼종을 창조해낸다. 다소 황당한 이 이야기는 바로 5년 뒤 시작된다. 미래의 상상속 이야기라지만 소설은 왠지 일어날것도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생물학교수 알리스는 도덕적,윤리적에 부딪치면서 혼종의 창조를 위해 지구에서 410km떨어진 ISS우주 정거장에서 극적으로 이루어 낸다. 곧 3차대전이 일어나고 극소수의 인류만 살아남은 지구에 세 종류의 혼종을 데리고 들어온다.

첫번째는 공중을 나는 인간으로 에어리얼이라 이름 붙여진 인간+박쥐,
두번째로는 땅을 파고들어가는 인간으로 디거라 이름붙여진 인간+ 두더지,
세번째로는 헤엄치는 인간으로 노틱이라 이름붙여진 인간+ 돌고래

일명[변신프로젝트]로 유전자 조작을 이용한 인류영속을 위한 새로운 인류의 개발로 종의 생존을 위한것이 목적인 프로젝트였다.
인간50%+ 동물50%= 신인류100%
알리스는 이 종들을 데리고 황폐해진 지구로 귀환한다. 방사능 오염으로 지상에서는 생존가능성이 회박하다는 이유로 지하세계에서 당분간 공존한다. 그러나 이것도 생존해서 거주하는 인간에게는 쉽지않은 공존이었다. 이들은 다시 지상으로 방사선오염이 극히 적은곳을 찾아 한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려고 한다. 이렇게 신인류의 등장으로 인간도 하나의 종 단위인 사피엔스로 불리어진다. 그러한 종의 세계는 동등하고 평등한 집단으로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게 될까? 그들을 창조한 알리스의 의도대로 그들은 어머니 밑에서 서로의 위치를 자유로이 허용하며 공존하게 될까? 이후부터가 점점 흥미로워진다. 사피엔스와 신인류는 동종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후에 일어나는 하나하나의 사건은 또 하나의 인간세계를 보는 듯하다. 그들은 결국 계층을 만들고 서로의 구역을 만들고 결국은 전쟁을 일으킨다. 이렇게 되면 4차대전도 불가피하게 되는걸까? 결국 인류는 존재하지 못하고 지구상에는 생존력이 강한 어떠한 자연만이 남게 되는걸까? 작가의 상상력은 끝이없다. 그의 연속적으로 쓰여지는 소설들은 늘 놀라운 상상력을 들려주고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야할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에게는 어쨌든 유쾌하지만은 않은 신인류의 출현, “ 뭘 기대하신거예요? 혼종들이 사피엔스를 향해 영원히 한없는 고마움을 느끼길 바라세요?“라고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창조자 알리스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책속에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덧붙여진다. 그것에 쓰여진 한 챕터가 의미깊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흔히 <인류세>라고 불린다. 우리는 <최초로 단일 동물종이 지구의 생태적 균형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시대를 살고 있으나 우리가 미치는 이 영향이 결코 긍정적이지 않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중략> 여러 전작에서 그렸던 미래의 모습은 머지않아 현실로 닥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독보적인 우월종의 지위를 점하고, 물질적 성장과 기술적 발전에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인류의 영향력을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결국 스스로 불러온 위기를 해결할 방도는 인간의 손에 있다고.’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소설을 너무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재미도 재미지만 작가의 상상력에 너무 놀라웠다. 이제 계속되는 그의 소설이 흥미롭기만 한것이 아니라 지구존폐의 위기를 상상하며 지금 나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심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책이다. 좋은 책을 보내주신 [열린책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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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의 도쿄 도시 산책 시리즈
양선형 글, 민병훈 사진 / 소전서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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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의 도쿄. 산책은 얼마든지 길을 잃어도 좋은것이 아닐까. 그렇게 예상치 못한 풍경을 긍정하는 일이 아닐까.”책중에서

나는 이제 ‘미시마 유키오‘를 ‘미시마 도쿄‘라고 부를 것 같다. 양선형 작가님의 글은 충분히 그의 작품세계를 들려주었고 미시마의 소설을 다 읽지 않아도 그의 소설을 읽어 본듯한 느낌을 충분히 갖게 했다. 도쿄에서 나고 자라고 생을 다한 미시마 유키코, 작가는 산책하듯 걸으며 그의 흔적들을 사진과 함께 아름답게 열어준다.하나의 도시로만 보여지던 도쿄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꿔주었고 그 안에서 마지막까지 글을 쓰고 활복자살을 한 미시마의 삶을 통해 여실히 작가를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을 들려주었다. 사실 미시마의 소설을 아직 많이 접하지 않았다. [금각사]와 [사랑의 갈증], [봄눈]을 구입하고 제대로 읽었나싶은 생각과 함께 그를,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문장들의 의미를 계속해서 찾고 싶어졌고 그의 모든 책을 나의 한 공간에 채워두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곧 그의 자전적 소설인 [가면의 고백]을 읽게 될 것 같다.

‘나는 무언가 나를 죽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인가 나를 살게 해주기를 기다리는 것과 똑같은 일이었다.’ -가면의 고백중에서

미시마 유이코는 탐미주의자, 바디빌더, 극우작가, 퀴어, 활복자살을 한 작가다. 일반들에게는 거의 광인처럼 느껴지는 생을 살았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멈출 수 없게 극단적인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그것은 작가가 살아온 시대를 통해서 그리고 그 시대속에서 오로지 탐구한 소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어렸을때부터 허약했던 미시마, 그런 미시마를 과보호하고 예민하게 교육시켰던 할머니( 미시마를 빛을 보지 못하게 할 정도로), 그리고 늘 죽음을 보여줬던 태평양전쟁과 제국의 패망……미시마는 소외감속에서 글을 쓰고 컴컴한 어둠속에서 빛을 그리며 수많은 책을 탐독했다고 한다. 그리고 십대부터 집필해낸 소설들. 미시마는 소설과 일체할 수 있는 죽음을 생각했다. 미시마의 모든 소설은 죽음을 예고하는 죽음의 미학을 그려내는 글들이었다고 한다. 그는 죽음을 사랑했고 그것은 삶을 사랑하는 일과 동일했다. 소설속에서 인물들의 죽음은 어쩌면 어느정도 그의 죽음을 예고해준것이 아닐까 싶다. 문학과 현실의 간극을 폐지하는 일 그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작품속으로 자신을 밀어넣는 것이었는지도, 그래서 불타는 [금각]은 활복을 통해 [금각]이 되었는지도.

‘작품에 매혹된 독자라면 그 매혹에 상응하는 사유의 값을 치러야 한다. 그의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그와 갈등하기를 바랐고, 갈팡질팡하면서 그에게로 향하는 회귀한 샛길을 발견하기를 바랐다.미시마도 그걸 원하지 않았을까? 그는 대결과 반항을, 모독과 투쟁을 사랑했으니말이다.’-본문중에서

양선형 작가님의 글들이 빛이난다. 자꾸만 계속적으로 미시마를 표현해내는 문장들이 끌림이다. 계속해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을 찿고, 작가님의 소설도 찾게 되었다(소설가인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리고 소전서가의 책들을 찾아내서 담아놓았다. 이 책 전에 펴낸 [카프카의 프라하]와 이 후에 펴낸[울프의 런던]까지 함께 읽고 싶어졌다. 책 속의 글 뿐만이 아니라 감성있는 사진 그리고 페이지마다 고급스런 종이의 색채는 읽을때마다 나 나름대로의 단락을 나눌 수 있게끔 해주었다. 고민하지 않게 한다면 사유하지 않는다면 그건 글의 생명력을 잃은건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의식하게하고 내 의식을 새롭게하고 나의 세계관을 넓혀주는 책들, 그러한 책을 탐미하는것은 또 오로지 독자의 몫이 아닐까하는, 나의 책읽기에 더한 욕망을 주고 일상의 시간을 책읽기에 쏟아붇고 싶게하는 이러한 책들은 계속해서 곁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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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손수연 옮김 / 저녁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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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를 보고 무조건 신청했다. 제목과 함께 책이 예뻤다. 그리고 또 프랑스 소설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낭만적인 느낌이 들게 했다. 소설은 한 편의 프랑스 영화를 보는듯 읽혀졌다. 통통튀는 대화들이 웃음짓게 하면서도 가슴 시리게 하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짧은 페이지인데 포스트잇이 가득하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인 엘사와 뱅상의 만남과 일상을 읽으며 열렬히 좋아지고 따뜻하게 공감하며 무조건 애정을 갖게 되었다.

아빠의 죽음으로 상실의 시간을 겪는 장례상담사인 엘사와
소설가이면서 사랑을 떠나보내고 오래된 상처를 안고 있는 뱅상,
그 둘은 정신과 대기실에서 스치듯 만남을 갖게 된다.

뱅상: “행복할 조건은 다 갖췄죠. 저도 알아요. 그런데도 공허해요. 더 이상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요. 저는 부정적인 것만 기억하고ㅜ모두를 의심해요. 사람들은 제가 인류애 넘치는 이야기를 쓴다고 말하지만, 저는 더이상 인간을 믿지 않아요.우리는 공겨적이고, 비겁하고, 잔인해요. 실망스럽죠. 저는 더이상 정보를 접하지 않아요. 몇 달 째 신문을 펼치지도, 텔레비젼을 켜지도 않았어요. 세상의 소식은 저를 괴롭게 하고, 다른 사람들의 고통이 저를 지어삼키는 것 같아요.”

엘사: "어떤 상황속에서도 잘 지내야 한다는 그 압박감, 불편한 페이지는 빨리 넘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저를 몹시 짜증나게 해요. 아마도 제가 그런 것들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행복 속에서 살기 위해, 아니, 최소한 거기에 가까워지기라도 하려고 오랫동안 저를 아주 몰아새웠거든요. 저는 슬픔을 문밖에 두려고 오래느시간 애썼어요. 얼마나 파괴적인지 잘 알고 있어서 집 안으로 들이고 싶지 않은 오래된 친구처럼요. 행복의 횡포에 짓눌렸던 거예요. ”

이러한 그 둘은 쇼메 박사의 정신과 진료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우연적 요소들이 겹치다 보면 인연이 되는걸까. 그들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그곳을 찾지만 결국 상처의 치유는 사랑밖에 없음을 은근슬쩍 보여준다. 둘은 어떤 기대도 의도도 없었지만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미고 교차한다. 그들의 발랄하면서도 웃픈 대화법은 나도 이런 재치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부러움을 갖게 한다.(역시나 프랑스 소설다운)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면서도 서로의 삶의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치유되어가는 시간들, 빠르게 무언가를 이루려는 것이 아닌 서로를 충분히 깊이있게 이해하고 공감해가는 시간들이 너무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둘은 식빵에 케첩을 발라 먹고, 맛이 조금 변한 와인을 마셨다. 아이들과 읽는 책, 엘사의 일, 자신들의 어린 시절과 친구들, 흘러가는 시간과 90년대, 쇼메 박사, 지연된 기차,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둠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걸 부추겼고, 그들은 흔들리는 촛불 아래서 한 겹씩 자신을 드러내 보였다.(p172)

문학을 품은 나라 프랑스의 한 신인 소설가 비르지니 그리말디. 그녀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재치 있는 글로 독자와 소통하다가 2014 에크리르 오페미닌 문학상을 수여하고 다음 해 첫 소설을 출간한다. 그녀의 소설은 2019년부터 매년 100만 부 가까이 팔리고 있으며 총 누적 판매 부수는 800만 부에 이르렀고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연이어 11권의 소설을 발표하지만 우리나라에는 3권정도가 출간되었다. 프랑스가 가장 사랑하는 여성 소설가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이야기, <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는 그녀의 열번째 소설이다.어쩌면 그녀의 소설을 한국에서도 계속해서 읽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일상의 대화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어쩌면 지상에서우리의 삶은 연습과 훈련이 아닐까싶은, 죽음에 대한 것 까지도 우리는 미리 준비하고 서로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갑작스럽게 닥친 죽음의 이별은 오래 아픔이 쌓이고 현실의 삶을 멈추게 한다. 여러 상실의 이유들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큰 장애가 되기도하는데 그때마다 찾게 되는 여러 다양한 문학들, 동시대에서 함께 그러한 상실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아프면서도 유쾌한 치료법, 그것이 프랑스문학의 오랜 힘이지 않을까싶다. 작가의 섬세한 통찰력이 또 하나의 상처를 조금은 가벼웁게 하고 웃게하고 다시 사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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