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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리듬 (알라딘 한정판 표지)
엘라 윌러 윌콕스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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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사랑시다.
충만한 사랑도 빼앗겨버린 사랑도
혼자하는 사랑도 서로간의 사랑도
잃어버린 사랑도 첫,처음의 사랑도
열병에 묻히고 광기에 사로잡힌 사랑도
생의 본질은 결국 '사랑'이라는듯이,

비유가 아니고
비비꼬아서 만든 언어도 아닌,
어느 땐 날것으로 어느 땐 직관적으로
어렵지 않게 사랑을 쓰고 그려낸다.
누구든 쉽게 사랑을 수용하고,
만지고, 보고, 누릴 수 있는 그런 사랑을 논한다.
그래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그래서 누구나 용기를 얻고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우리를 막힘없이 이끌어 낸다.

지금 사랑하는 이
지금 이별하는 이,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그게 무엇이든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가는 길이 어둡거나 밝거나
생사의 사슬의 일부인 우리는
우중 중심의 섭리아래 강하다고
그래서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다고'
시대를 넘어 깊은 위로와 울림을 준다.
그래서 윌콕스는 문단의 비평가들보다
대중에게 더 사랑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많이 사랑하라

많이 사랑하라. 세상은 쓴맛으로 넘치니까
기회 있을때마다 단것을 넣으라
아무리 굳은 마음이라도 결국 사랑이 이긴다
사랑은 인간의 숭고하고 원초적인 이상이다
미움은 시초의 위대한 섭리와는 관계가 없다

많이 사랑하라. 너의 마음이
시샘과 속임으로 쌓은 제단으로 인도되어 도살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사랑하라. 끊임없이!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사랑이, 꾸밈없는 사랑이,
천상의 달콤함을 지닌 사랑이 당신의 발앞에 놓이리니

많이 사랑하라, 너의 믿음이 힘을 잃고 흔들리며
너의 신뢰가 솔깃하고 부정한 유혹에 배반당하지 않으려면
믿음을 복구하고 새로운 신뢰를 일깨우라
구름에 가릴지라도 신뢰의 별은 순수하다
사랑은 생명력이니 지속되어야 한다

많이 사랑하라, 차가운 의심은 영혼을 수축시키고
따뜻한 사랑은 영혼을 확장시킨다
인류의 낮은 곳에서 숭고하고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건 신조가 아니라 사랑이다
세상이 그걸 알고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집 한 권 속에 담겨진 사랑의 메세지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유의 시간을 허락한다. 어쩌면 지금의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고 경쟁의 시대에서
'더 많이 사랑하라"는 문장은 지독하게 이질감과
함께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역설로 윌콕스의 시가
더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말은
사랑(자기애가 강해지고 헌신이 사라지는)할 힘을
잃어가는 시대에 무해한 풍경소리처럼 울린다.
윌콕스의 숙명과도 같은'사랑'이
왠지 나를 부끄럽게 한다.

"나는 어떤 기준에도 구애받지 않고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시를 썼다. 하지만 훗날 세상 사람들은
나보다는 더 면밀하고 고지식한 예술가들을 기억할
것이다. 나는 내게 무엇이 부족한 지 잘 알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해도 아마 다르게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내게 주어진
의무에 충실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단독 시집으로 #엘라윌러윌콕스 의 시 세계를
한국에 처음 소개해준 #아티초크 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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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삶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3
그라실리아누 하무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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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은근히 희망을 갖기를 요구한다.
꿈을 꾸기를, 사랑하기를,
그렇게 삶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휴머니스트세계문학 시리즈가 어느새
<날씨와 생활>이란 주재로 시즌7이 출간되었다.
시리즈로 5권씩 묶어 출간되는데 겹쳐지는 책을
제외하고는 틈틈히 책탑을 쌓게 한다.
초역이 다수라서 구입해야 될 책이 더 많기는 하지만,
고급스러운 책 표지를 보면은 소장욕망이 일수밖에
없게하고. 또한 새롭게 읽게 되는 제3세계의 소설
이라는 점도 은근 매력을 더해준다. 이번에 만난
브라질의 #그라실리아누하무스 의 #메마른삶 도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는 소중한 독서의 시간이였다.

큰 가뭄으로 한 가족이 이주를 하게 된다.
메마른 땅을 떠나 좀 덜 메마른 땅으로. 그러나
소설은 읽을 수록 목마르게 하고 배고프게 하고,
날것의 생생한 현실은 집요하게 불안하고 우울하게 한다.
가진것 없이 태어나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소몰이꾼 파비아누와 그의 아내 빅토리아 어멈,
그리고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은 큰아이와 작은아이,
그리고 주요인물중 하나인 암캐 발레이아(개인데
하나의 주요 인물처럼 그려진) 생존을 위해
피난을 떠나게 된다. 그들이 겪는 삶의 생존이
하나씩 에피소드로 그려지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브라질 농촌 내부의 계급사회, 지주층과 소작인의
대립되는 관계, 결국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다시 떠나게 되는 이주와 도주의 시간들.

'파비아는 슬퍼졌다. 남의 땅에서 안착했다고
생각하다니! 그것은 큰 오해였다. 그의 운명은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것이 었다. 방황하는 유대인처럼
정처 없이 세상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다.'p22

그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는 척박한 가뭄과
그를 강압적으로 억압한 노란제복의 군인과
소작을 받지만 더 가난하게 만드는 지배층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교육을 받지 못해서 자신의
생각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억눌린 감정에
복수를 꿈꾸지만 정작 그는 '정부는 정부니까요'란
말로 '돼지를 키우는건 위험하다'고 탈출구를
찾지못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뱉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여전히 꿈을 꾼다. 제분소의
토마스씨의 것과 동일한 '가죽침대'를 갖는 것, 그래서
노동 후 편안하게 몸을 누이고 싶은, 이런 소박한
꿈을 꾸는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현실의 메마름.
그들은 과연 꿈을 꿀 수 있을까?......

'그의 목에는 멍에가 드리워져 있다. 그들을 계속
끌고 가야만 하는 것일까? 빅토리아 어멈은 나무살
침대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아이들은 아버지처럼
아둔했다. 그 아이들도 크면 보이지 않는 주인의 소를
돌보며 노란제복의 군인에게 짓밟히고 천대받고 상처
받게 될것이다.'p47

'그러한 운명으로 태어난 것이다. 나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어쩌겠는가?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그는 운명에 순응했고,더 이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만약 그의 몫을 주었다면
만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몫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미천한 존재였다. 강아지나 매한가지였다. 뼈다귀나
받아먹는 존재였다. 부자들은 왜 그 뼈다귀의 일부마저
차지하려는 걸까?' 'P121

발레리아 암캐는 그들의 가족이었다. 파비아누와 소몰
이를 하고 그들이 배고플때 기니피아를 잡아다 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먹고남은 뼈다귀가 발레리아의 몫이었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어려움에 처할때마다 돕는다.
두 아들은 끝내 이름을 얻지못하지만 이 암캐는 이름이 불려지고 소설속에 당당히 존재감을 드러낸다.(어느땐
비인간적인 인간보다 나은) 그러나 늙고 병들어 쓸모가 없게되자 파비아누는 총으로 쏘개되고 두 눈알이 독수리에게 뽑힌 채 죽게된다. 이 장면은 결국 인간도
나이들어 쓸모없어지면 이렇게 죽어갈거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같아 씁쓸해진다,

그렇다면 '덜 메마른 땅'을 찾아서 다시 떠나게 되는
그들은....그들의 자식은 교육을 받고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그래서 그들은 자기 이름을 내고
자기 생각을 말하며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을까?
그의 아내 빅토리아 어멈은 편하게 누울 수 있는
꿈꾸던 침대를 소유하게 될까'자기 앵무새를 먹지 않고
자신의 가족이었던 발레리아를 끝까지 지겨낼 수 있을까? 희망을 가지라고 한다. 작고 소박한 꿈을 버리지 말라고
한다. 과연 우리는 메마른 숨을 그 갈증을 삼켜 낼 수
있을까? 문학은 그 작은 틈을 여실히 제공한다. 우리는 그 작은 숨으로 살아 내게 된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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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 개정판
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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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속으로 들어가는걸까
아니면 세상밖으로 벗어나려는 걸까'

"사람들이 알아주느냐 아니냐는 것이 다를 뿐,
인간은 모두 코미디언이야" p132

사실 나는 개그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았고
코미디언들의 웃음코드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누군가를 웃기는 모습이 나에게는 억지스럽고
그것은 결코 나의 인생과 이질스럽게 느껴졌다.
나에게 생의 시간은 철학적이고 사유적이여야하고
그래서 꽤나 진지해야 한다고 스스로 고집부렸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무명코미디언의 웃프지만
감동적인 생의 이야기!'라고 말하는데,
책도 그래서 순간의 인연인걸까?
나는 첫 페이지부터 빠져들었고, 지극히 그들의
생의 시간은 사유적이고 사색적이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쓰여진 문장들이
나를 움직이고 가슴 뭉클하게 하고 단숨에
읽어 가게 만들었다. 아니 페이지수는 적은데,
오래 오래 읽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코미디언이 꿈이었던 도쿠나가,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무명일것 같은 불안함을 안고)
그보다 네 살많은 코미디언 선배 가미야와 사제계약(?)을
맺는다. (그는 내게서 여전히 바보이고 천치다)
그들은 매일 만나서 먹고 취하고 그리고 가난하고
(최저한의 수입을 얻기위해 일을 하고 개그맨으로 버는
수입을 더해도 세대의 평균 연봉에는 한참을 못 미치는)
그리고 남을 웃기려고 산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가미야씨는 바보이고 천치이지만
그의 삶은 너무도 명쾌하게 살아야 할 목적을 제시해준다.
(그러고 보면 이 이야기는 가미야의 전기인듯)

"근데 말이야 수준이라는 게 대체 뭐냐? 애당초 우리는
다 거기서 거기야. 수준 차이 같은 건 없어. 일단 잘못된
인간이 있으면 그거 별로 재미없다고 가르쳐줘야지.
남이 싫어할 일은 하면 안 된다고 유치원에서 배웠잖냐.
나는 유치원에서 배운것만은 확실하게 잘 지킨다고
생각한다. 아, 전부 다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그런 거 똑똑히 잘 챙기거든, 내가 초등학교때 배운 건
거의 못 지키지만, 그런 나를 바보로 여기는 놈들, 대개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도 제대로 못하는 멋대가리 없는
놈이야."p153

그는 세상속에 살며 세상을 떨쳐 버리지 못하지만
그가 가야할길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변명하는 일 없이 정면으로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정한 희극인이었다.
'그가 상대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었다. 언젠가 세상을
자신 쪽으로 돌려세울 수도 있는 무언가였다.
그 세계는 고독할지도 모르지만 그 적막은 스스로를
고무해 주기도 하리라. 나는 결국 세상이라는 것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참된 지옥이란 고독 속이 아니라
세상 속에 있었다.'p182'우리는 세상에서 도망칠 수
없기 때문에 옷을 입지 않으면 안된다.'p186

다시 세상속에 서야하는 주인공 도쿠나가는
10년간 개그콤비로 함께 했던 야마시타와
마지막 무대를 연다. 그 무대에서의 그들의 개그는
빛을 발한다. 이것이 '불꽃'일까? 나는 정말 그들의
개그를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큰 감동을 받았다.
"우리 스파크스는 오늘이 개그 마지막 날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날이면 날마다 여러분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기쁘네요. 나는 지난 10년을 의지해
살아가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요, 여러분도 아무렇게나
죽어버려!"p199

* 콤비 개그: 스탠드 마이크를 마주하고 두 명의
코미디언이 각각 '바보 역활'과 '똑똑이 역활'을 맡고,
서로 주고 받는 대화를 통해서만 관객의 웃음을 따내는
형식이다. 바보 역활이 일반 상식과는 동떨어진 엉뚱하고
기발한 얘기로 말문을 열면 똑똑이 역활은 그것을 상식
적인 방향으로 되돌리려고 과장된 반응을 보인다. 지나친
분장이나 몸짓, 소도구 사용은 최소화하고 오로지 둘이
나누는 언어의 묘미로 웃음을 만든다.

지금 어둠을 지나가고 있는 분, 지금 꿈의 방향이 두려운
분,그래도 살아내려고 세상을 마주하는 분... 그러한
분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분명 생의 환한 웃음하나 만날 수 있을것이다. '우리는 분명하게 두려움을 느켰다.
모든 것이 때늦은 일이 되어버리는 것을 진심으로
두려워했다. 나 자신의 의지로 꿈을 마감해 버린다는 것을
진심으로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 날들은 결코 단순한
바보짓은 아니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p191
그래서 나는끝내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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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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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첫 장이 정말 중요해.
첫 장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독자들은 나머지를 읽지 않으니까.
자네는 소설의 첫 장을 어떻게 시작할 생각인가?"
라고 묻는 첫 프롤로그의 질문은
(실제 작가가 소설속 작가와 같은 인물인건지)
독자인 나는 호기심과 설렘으로 첫 페이지를 연다.

미국을 뒤흔든 사건,그러니까 여름이 시작될 무렵
무려 33년 만에 놀라 켈리건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이렇게 읽으니 위 사건이 실제같기도 하고) 읽으면서도 내내 소설속 작가가
소설속 스승 작가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들이
실제로 있었던 사건같은 상상을 하게도 한다.
"현실은 세상을 떠도는 소문보다 좀 더
복잡할 수 있어요."(p93)라는 문장은 소설속의
인물들이 보이는것이 결코 아는것이 아니라는것을
느끼게 하고, 지루할 틈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장소는 오로라, 아무것도 일어날것 같지 않은 도시.
열다섯살 소녀인 놀라는
유명작가 서른 중반의 해리 쿼버트를 사랑하게 된다.
아니 둘은 나이차를 벗어나 사랑하게 된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해리가 테라스에 나와 있다가
해변을 거니는 그 아이를 보았고, 눈에서 불꽃이 튀고, 심장이 요동치는 경험을 했답니다. 나이 차이가
크긴 한데 그런 사랑이 가능할까요?"
묻는 주변인들에 비해 그들의 사랑은 진실(?)인듯
하다. 그러나 주변인들은 계속해서 그들의 사랑을
질투하고 의심하고 협박하고, 결국 놀라는 실종이
되고,해리의 앞마당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해리 퀴버트 그의 사랑은 진실일까? 하는 의심과
(그는 실제인물인가 싶은?) 그가 무슨짓을 저지른건지, 그가 하는 말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진실인건지, 그리고 놀리 켈리건의 사랑은 진실한건가 싶은, 읽으면서도내내 결론없는 의문들이 복잡했다.
그러면서도 소설속에 여실히 그려진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은 놀랍기도하고 슬프기도 아프게도 만든다.
(나는 루터갤럽의 생이 안타깝고 그의 사랑이 힘겹다)

"저는 인생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다만 적어도
내 마음은 알아요. 해리가 없다면 저는 아무런
존재가치가 없어요."(p171)
양파껍질을 벗기듯 놀라에 대한 이야기도 놀랍고
그녀와 주변인들과의 관계도 놀랍고
나의 범인찾기 상상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펼쳐봐야만 알 수 있는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다.

"작가가 가진 힘은 책의 결말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거야. 등장인물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고, 모든 걸 다 생각대로 할 수 있어.
작가들은 작가들도 모르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야. 눈을 질끈 감으면 어느 한 인물의 일생을
바꿔 놓을 수 있지."(291p)라고 말하는 소설속
작가처럼 읽는 나는 여러 인물들의 질투와 사랑과
살인까지, 그가 이끄는대로 끌려가게 되고 결론을 내리게 되고 그렇게 페이지를 덮게 되었다.

열다섯 살 소녀 '놀라 켈리건'
언제나 생기발랄하고 꿈이 많았던,
'그녀는 왜 그렇게 죽을수밖에 없었을까?'
위대한 작가가 되길 열망했던 남자, 하지만
열망을 실현하기에는 부족한 자질에 서서히
소멸해간 한 남자 그는 사랑하지만 지키지 못한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의 친구는 그녀를 밝고 명랑한
소녀로만 알던 오로라 사람들은 왜 그녀의 이면을
발견하지 못하고 죽은 후에 놀라를 기억하는 걸까.
보여지는것은 일부분이고 아는것도 아는것이 아닌, 그곳에서 우리는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인가.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영원한 무지인건가?
소설은 알 수 없는 것들에 지킬수 없는 것들에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다.

소설을 더욱 빛나게 했던건
한 챕터 한 챕터에 실린 작가가 작가에게
들려주는 창작에 대한 좋은 권면들이다.
읽는 독자도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소설에 대한
31가지 조언들, 실제 작가의 가르침이지 싶다.

"책이 끝났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죠?"
"책은 우리네 인생과 같아. 그 어느 순간에도
정말로 끝나는 경우는 없으니까."(p497)
남겨진 자들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소설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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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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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먹먹함은 무엇일까?

법률가를 되고자 했던 세 동급생,
그들의 과정과 더 특별했던 결과가
오랫동안 마음 한 편에 의문과 함께
답을 찾게 만든다.

나라면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렸을까?

세이키와 미레이는 같은 시설에서 지냈고
가오루와는 호토대학교 로스쿨 과정에서 만난다.
이들은 '무고게임'으로 한 자리에 서게 되고
그곳에서 부터 운명같은 시간속에 묶이게 된다.
'일그러진 정의를 짊어진 자에게 법조인이 될
자격이 있을까? 라는 문장과 함께,
누가 누구를 무고게임에 끌어들이게 된걸까
의문에 의문을 남기고 그렇게 세 명은
해답을 찾아가게 된다.

무고게임을 하는 자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형벌 법규를 위반하는 죄를 저지를 것,
천칭을 어딘가에 남길 것, 그 두가지다.
천칭은 일반적으로 심판과 정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검과 천칭을 든 테미스상이 사법의
공정함을 상징하는 존재로 간주되는 것처럼.p420

그렇게 시작된 세 사람중에서
한 사람은 수수께끼만 남긴채 목숨을 잃고,
한 사람은 그 사건의 피고인이 되어 수감되고,
한 사람은 그의 변호사가 되었다.
피해자, 피고인,변호사가 된 그들은
후에 법정에 서게 된다.

"내 앞에 피고인이 열 명 있다고 치자. 피고인중 아홉이
살인범이고 한 명은 무고한 사람이야. 아홉명은 즉시
사형에 처해야 할 죄인이지. 하지만 누가 무고한지는
끝까지 알아낼 수 없었어. 열명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인가.
무죄를 선고할 것인가. 심판자에게는 판단이 요구돼.
살인귀를 사회로 돌려보내면 수많은 피해자가 나올지도
몰라. 하지만 난 망설이지 않고 무죄를 선고할거야.
단 한명의 무고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p87

세이키와 미레이는 시설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 그림자 역활을 수행해 왔다. 한쪽이
잘못을 저지르면 다른쪽이 뒤처리를 맡고
둘은 내내 그렇게 살아왔다.
(생에 누구를 만나냐는 이렇게나 운명같다)
그들 사이에 일어났었던 일은 그렇게 묻혀질줄
알았는데 그들앞에 가오루가 나타난다.
진실을 밝혀도 믿어 주는 사람은 없고 무고한
아버지는 싸우기를 포기하고 징역을 살다가
자살하게 되고 그렇게 가족이 붕고된 가오루,
그는 모든 사실을 알고 피의자를 어떻게
벌하고 용서하게 될까(?)

"괜찮아, 넌 다시 시작할수 있어. 별 생각없이 꺼냈을
한마디, 케케묵은 정론, 그딴 것쯤은 알아.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어. 다시 시작할 수 없는곳까지
몰아붙인 건 어른이면서. 손을 내밀어 주지 않고
보고도 못 본 척 해왔으면서, 괜찮기는 뭐가 괜찮다는
거야.떡하니 내세운 정의가 악으로 느껴졌어." 라고
말하는 미레이,

"시효가 성립돼도, 무죄판결이 확정돼도,
죄가 청산되는 건 아니야. 청산할 기회를 잃은
죄의 대가는 벌로 치를 수밖에 없겠지."라고
말하는 세이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살아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위해 무고한 사람을 불행에 빠뜨린 벌을
받을 것인가, 서로를 구하려 했지만 구원은 서로를
비켜간다.
-속죄할 방법은 스스로가 정하는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 올바른 길인지는 신밖에 모른다.
정당한 죗값은 누가 정해야 하는 걸까.
사법권은 부여 받은 판사일까,
아니면 죄를 저지른 자 자신일까.(p421)
"난....,벌을 받아들이지 않겠어.
죄와 마주하며 살아갈 거야."라고 미레이를 보며
세이기는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아들이는 길을 선택한다.

법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한다. 법률적 용어는
잘 알지 못하지만 정의를 향해(정의가 존재할까 싶은??)생각을 하며,
그 가늠치 못할 세계를 이상으로 두기가 불안하다.
매일 뉴스에는 법을 어긴 자들이 나온다. 그래도
모습을 당당히 드러낸다. 현 시대는 돈 많은 자와
'법'을 아는 자만이 살아남을것 같다는 개탄의
혼잣말이 나온다. 이번 <법정유희>을 읽으면서
여러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작가의 책소개글을 조금은 이해될듯도 했다.
어쩔수없었던 생의 연민도 들지만 주인공 가오루 같은
정의에 대해 한층 도달 하려하는 양심도 너무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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