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을유세계문학전집 14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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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거 앨런 포의 글은 어쩌면 나의 마지막까지 남겨지는 책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의 암울한 문장들과 우울한 공상의 풍경은 끝내 나의 감성을 집어삼키곤 한다. 젊었을 때 습관적으로 읽던 고전의 느낌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 생의 절반쯤 닿아 읽는 그의 글은 절대적으로 죽음의 냄새가 난다. 그 죽음의 내음들이 나의 남겨진 생을 미리 보게하는 예지의 감성을 준다. 이번에 받은 그의 소설을 조애리님의 해설과 함께 읽었다. 단편 단편의 느낌을 [상상계의 균열과 주이상스]라는 라캉의 철학과 함께 풀어준 글로인해 작가의 생애와 함께 그의 글속에 녹아있는 인간 군상들의 공포와 폭력성을 조금은 더 이해하며 읽게 되었다.

애드거 앨런 포는 불운한 작가다. 그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아버지는 그들을 버리고 떠나고 어머니는 결핵으로 죽는다. 그는 양부모에게 길러지지만 포의 작가의 길과는 멀게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 포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도박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오히려 도박중독에 빠지게 된다. 포는 대학을 자퇴하고 양어머니는 결핵으로 죽고, 그의 첫 아내도 결핵으로 죽게 된다.(이때 결핵으로 죽는이가 많았나보다) 그는 점점 알코올 중독의 음주문제로 공격적인 평론으로 잡지사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아내의 죽음으로 점점 불안정해졌다. 그러던 중 전약혼녀와 잠시 안정적인 삶을 찾아가는 도중 거리에서 혼미하고 말을 못하는 상태로 발견되고 40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죽음은 음주, 심부전, 혹은 다른원인 때문인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속에는 음주와 아편의 이야기도 곳곳에 쓰여있다. 그의 소설은 왠지 그의 삶을 대변해 주는듯 소설보다 그의 삶을 읽는듯 했다. 그렇게 그의 문장들은 고독하고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상상속의 군상들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서서히 오감이 열리며 감각적인 여러 부분들이 끝없이 예민해지고 까탈스럽고 이질스런 불쾌감까지 느껴지게한다.

[검은 고양이]를 포함한 여러 단편들이 좋았지만 [어셔가의 몰락]이 특히나 좋았다. 집을 닮아가는 어셔의 불안전한 심리상태의 문장들이 너무도 압도적이다. 헨리 제임스 [나사의 회전]속 건물인 블라이저택이 연상되었고 그 소설을 페러디한 영화 [블라이 저택의 유령]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었다. ’눈처럼 보이는 공허한 창문들과 무성한 사초와 죽은 나무의 그루터기…….이 광경을 보자 내 형혼은, 말하자면 완벽하게 우울해졌다.(중략) 집 옆의 무시무시한 검은 호수는 잔물결도 일지 않고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났다. 호수에 거꾸로 비친 사초, 소름끼치는 나무줄기, 공허한 눈처럼 보이는 창문의 이미즈를 보자 전보다 훨씬 더 오싹해져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p54) 이러한 대 저택에 사는 어셔의 성격조차 그 집을 닮아간다고 작가는 쓴다. ’오감이 병적으로 예민해져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는 가장 싱거운 음식밖에 못 먹고, 꽃향기는 모두 너무 숨이 막히고, 특정한 천으로 된 옷만 입을 수 있고, 아주 희미한 빛만 비쳐도 눈이 몹시 아프다고 했다. 특정한 소리, 현악기 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무섭다고 했다.’(p60) 작가는 집의 아주 특이한 형태와 영혼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말하며 어두운 호수가 결국 어셔의 삶의 이욕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병적으로 예민한 광기어린 어셔, 그는 집을 뒤덮고 있는 무성한 이끼나 그 주의의 썩은 나무의 배열 순서뿐 아니라 벽돌이 배열 순서, 그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된 이런 배열과 고요한 호숫물에 비친 동일한 모습이 지각의 증거가 호수와 벽 주위에서 서서히 단단하게 응축되고 있는 공기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어셔는 쌍둥이여동생을 생매장하게 되고그녀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 단편이 좋았긴 하나보다. 읽은후에도 한번 더 읽게 되었고 어셔가의 몰락이 '집'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쓰여진 이 소설이 나를 매료시켰다. 집에 대한 영화도 더 찾아보고 싶어지게 했다.

오랜만에 또다시 애드거 앨런 초의 소설을 의미있게 읽게 되었다. 이것이 또 고전의 힘이리라 끄덕이며 나의 죽음전까지 오래 곁에 두고 읽을 듯 싶다. 좋은 책을 새롭게출간시켜주신 을유문화사에 깊이 감사드리고 계속해서 고전은 포에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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