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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 수업 -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정영훈 엮음, 김익성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8월
평점 :
학창시절 윤리시간에나 공부했던, 친숙하지만 무지한 그 이름, 아리스토텔레스와 관련된 책이다. 2400년 전에 쓰여진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재편역한 책으로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 내용은 과감히 빼고, 현대시대에 맞게 편집하여 새로운 소제목들도 달아주었다.
요즘도 '행복'의 가치를 최고로 우선시하듯이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은 결국 행복이라고 정의 내린다. 이러한 행복의 핵심은 ‘덕’ 또는 ‘탁월성’에 있다고 보았다. 덕에는 도덕적인 덕과 지적인 덕이 있는데, 도덕적인 덕은 타고난 무엇이라기 보다는 절제와 인내의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용의 개념도 빼놓을 수 없겠다. 중도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덕은 일종의 중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덕과 악덕이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는 설명도 와 닿았다. 우리에게는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자발적 선택에 결과가 달려있는 것이다. 고귀한 일을 하든 수치스러운 일을 하든 그것들은 모두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이러한 것이 쌓여 유덕한 사람이 될지 악한 사람이 될지도 결국 우리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1~2장에서 '가장 좋음'인 행복과 도덕적인 덕에 대한 개념을 소개했다면 3~4장에서는 도덕적인 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겁쟁이는 두려움이 과하고 무모한 사람은 두려움이 부족하지만 용기 있는 사람은 올바른 입장인 중용을 지킨다. 무모한 사람은 성급히 굴면서 위험이 찾아오기를 바라지만 막상 위험이 닥치면 뒤로 물러선다. 반면에 용기 있는 사람은 위험에 처하기 전에는 아주 침착하다가 위험에 처하면 기민하게 행동한다. <용기, 비겁, 무모는 어떻게 다른가 중에서>
5장에서는 덕 가운데 최고의 덕인 정의에 대하여 설명한다. '덕'은 그 자체로 어떤 성품인지에 대한 설명이라면 '정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관점에서 본 것이다. 정의는 덕의 일부가 아니라 덕 전체이며, 정의와 반대되는 불의는 악덕의 일부가 아닌 악덕 전체라고 볼 수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자제력'과 관련된 깊은 통찰을 제공해준다. 주변에 '중독'될 만한 유희거리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귀기울여 들을 만한 지혜로운 말들이 가득하다. 우리가 분노에 휩싸여 자제력을 잃을 수도 있고, 욕망에 휩싸여 자제력을 잃을 수도 있을 텐데, 분노는 이성을 따르지만, 욕망은 그렇지 않으며 그 자체로 자제력이 없으며 악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즐거운 것을 과하게 추구한다면 무절제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신체가 겪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를 '이성적'으로 선택하여 고통을 회피하는 사람도 무절제한 사람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각각의 상황과 동기에 따라 세부적으로 구분하고 있어 더욱 고개가 끄덕여진다.
8장에서는 사랑과 우정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다라는 주제로 '사랑은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는데 있다', '최고로 사랑해야 할 대상이 나인가, 다른사람인가' 등의 흥미로운 주제가 펼쳐진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덕목이라는 은근한 사회적 분위기가 있지만, 각자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자기 자신이기에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요즘 나르시시즘에 대한 관심과 비판도 많은데, 이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어서 참고할 만하다.
아주 오래된 책을 엮어서 정리했지만, 실천적 지혜와 실생활에서의 지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해 읽히는 책이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