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사람은 모두 철학자가 된다 - 철학상담이 건네는 가장 깊은 인생의 위로
박병준.홍경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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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철학서라고 하면 관념적이고 실생활과 거리가 멀 거란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이 책은 철학이 삶에 직접 도움을 주기 위하여 사람들의 일상과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평소 충분히 고민하고 고통받아 온 주제들에 대하여 철학적 관점에서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생의 문제 14가지를 철학상담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1장에서는 철학상담의 본질을 다루고 있고, 2장 부터는 '실존', '자유', '세계관' 등 우리의 존재에 대하여 깊은 고찰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2부에서는 인간 실존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중요한 '불안, '절망', '죽음'을 다룬다. 그리고 3부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과 더불어 '애도', '수치심', '죄책감' 등 우리의 핵심 감정이나 고통의 근원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철학상담의 목표가 우리의 내면성을 강화하는 거라고 말한다. 단순히 정신병리의 관점에서 정상/비정상으로 접근하지 말고, 조금 더 폭넓고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 보자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불안'에 대하여 조금 다른 각도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불안이 단순한 신경증적 증상이 아닌, 오히려 인간 실존의 근본 현상에 속하며, 인간의 자기실현과 자기 이해에도 깊이 관여하는 삶의 긍정적인 요소일 수 있다고 한다. 단순히 불안을 제거하고 줄여야하는 '나쁜' 무언가로 인식하기 보다는 나를 발견하고 참된 나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거다.


죽음에 대한 불안, 두려움에 휩싸여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죽음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죽음이 단순하게 삶의 종말이거나 삶의 단절이 아닌 삶을 전체적이며 총체적으로 모으는 의미 충만한 삶의 요소라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살자의 유가족에 대한 관심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자살로 인한 죽음은 정서적 전염이 매우 강해 유가족의 연쇄 자살로 이어지는 위험을 안고 있고, 유가족들은 자살이 터부시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된 애도를 하지 못하고 수치심에 시달리며 살아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렇게 죽음과 애도, 절망의 깊은 강을 건너 저자는 마침내 '행복'을 주제로 종지부를 찍는다. 삶에 활력을 주는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저자는 철학적인 사색과 세상을 보는 놀라움과 경외의 시선을 이야기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길을 제시해준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참된 행복과 관련하여 '관조'를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은 지나치게 사변적이며 관념적이라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 때문에 행복의 형이상학적 특성을 본질적으로 잘 나타내주고 있다. 참된 행복이 관조적 활동에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실천적인 측면에서 조금의 한가함도 견디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모든 일상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에게 사색하는 관조적 활동의 '여가'는 직접적으로 삶의 치유이자 진정한 참된 행복의 길이다. 외부로부터 구속 받거나 강제되지 않는 정신의 자유로운 상태의 관조야말로 참된 행복을 의미한다.

<14장 행복. 불행속에서 실현되다>


참된 나로 살아가기가 어렵고, 행복과는 멀어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잠시 멈춰서 이 책을 읽으며 인생의 방향을 점검하면 좋을 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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