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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이타주의자 -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결국 앞서가는 사람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장혜경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9월
평점 :
독서광으로 잘 알려진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추천한 책이라 믿음직스럽긴 했는데 역시나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다. 유럽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슈테판 클라인은 철학과 물리학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문이과를 아우르는 통찰이 돋보이는 책으로 센스있는 언어와 명료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이타주의적 행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서 이타성의 발현을 설명한다. 아마도 우리의 뇌가 속임수를 감지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에 사기꾼에게 시달리는 '순진한' 이타주의자가 아닌 이성적이고 현명한 이타주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관용과 탐욕, 협동심과 이기심의 섬세한 균형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이 균형은 쉬지 않고 변한다. 그러므로 어느 날 사랑만이 가득한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은 인간의 본성에 빛은 없다는 너무나 염세적인 절망과 마찬가지로 틀린 것이다. 착한 사람들이 넘치면 나쁜 사람들이 기회를 얻는다. 반대로 극악무도함 역시 친절함으로 무찌를 수 있다. <선과 악을 포착하는 안테나>
사람들은 잠깐 휴가지에서 만난 사람에게 고통을 감내하며 이타주의적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영원을 약속하는 결혼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사람들이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는 혼인서약서는 어쩌면 현실에서 극도로 합리적인 행동일 수 있다. 이러한 서약이 없다면 잠깐 휴가지에서 만난 사람과 배우자가 크게 다르지 않을거다. 묵직한 서약서가 있다면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안정된 관계를 쌓아갈 기초를 마련하려고 더 노력할거다.

그렇다면 이타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나 특성이 필요한 걸까? 사람들은 흔히 감정이입이나 공감이 잘 되는 사람들이 이타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도덕성이나 다른 중요한 것이 결여되었다면 감정이입이나 공감 능력이 악하게 발현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감정 이입을 잘 하는 고문 기술자는 이 능력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더 괴롭힐 수 있을거다.
우리 주변에도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들을 떠올려보니 조금 이해가 간다. 어쩌면 타인의 상황이나 생각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겠다. (물론 한 가지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이타주의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과거 석기시대에 우리는 혼자 고군분투하지 않고, 협력을 통해 함께 사냥을 해 나갔다. 그래서 인류는 더욱 안전하고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쩌면 경제, 환경, 정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의 전지구적 위기 역시 이러한 마인드로 해결해나갈 수 있을것이다.
이 책은 개인적, 사회적,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이타주의를 고찰하며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주변 사람들과 사회 현상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