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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의 영역 ㅣ 새소설 10
이수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평점 :
시커의 영역
이수안 지음
자음과모음
2022년 1월 25일
256쪽
13,800원
분류-한국장편소설
‘시커‘는 질문하는 자. ‘리더‘는 읽어주는 자.
나는 마법사보다도 마녀에 대한 이야기가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운 것 같다. 게다가 여성서사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책은 딱 내 취향이었다. 마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아주 흥미로웠다. 그리고 어떤 신비로움을 품고 있는 가면을 쓴 여자가 표지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스텔 아이보리 색에 당근색 마스크. 그녀가 만약 이 책의 주인공이라면 그래서 나에게 어떤 서사를 전달하고자 하는 거라면, 사연 많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책은 마법을 부리는 마녀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신비로운 마법은 몇 번 나타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이단, 그녀의 엄마는 이연이다. 이단은 아빠가 누군지 모르고 살았고, 엄마 이연은 타로점집을 운영하는 마녀다. 그렇게 두 모녀가 살아왔다. 외로울 것만 같은 그녀들에게는 그녀들에게 다정다감한 지인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추억을 공유하기도 한다. 엄마 이연은 검은 옷을 입고, 타로 카드를 섞고 그들이 상담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카드로서 답한다. 어느날 이단은 갑자기 아빠가 궁금했고, 큰 결심을 한 엄마가 데려간 곳엔 아빠가 있었다. 아빠는 외국인인 에이단이었다. 게다가 엄마보다 한참이나 연하남이 아닌가. 운이 나쁘다던 비관주의자 같은 아빠 에이단, 둘은 어색하지만 다정한 사이이다. 이연과 에이단은 부녀관계지만 딸이라 지칭하지 않고, 아빠라 지칭하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것을 통해 영원한 이별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에이단(아버지)의 죽음, 엄마의 소생마법, 외할머니와 엄마의 이야기, 이단의 자람, 이단의 사랑 등등 여러 서사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어색하지 않고,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듯 자연스럽다. 담담하게 읽혀나가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온전한 형태를 띄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모두가 마음은 따사롭고, 포근하며, 악당이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이단의 내적 갈등인 죄책감이라는 것이 어떻게 되는 건지에 따라 이 소설이 정리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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