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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독서 -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시로군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1월
평점 :
막막한 독서
: 안나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시로군 지음
북루덴스
2024년 11월 29일
392쪽
19,800원
분류 - 독서 에세이
이 책의 작가는 말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책이 있고 다양한 독자가 있고 읽기의 방식도 모두 다르다고.
이 문장의 의미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 사람이 저마다 다르듯, 독서의 행태와 독서의 받아들임 정도도 다르니, 독서했다는 것의 정의도 다양하지 않겠는가.
책의 표지를 보든, 몇 페이지를 겨우 보든, 책을 정독하든, 책장에 꽂힌 책 기둥만을 보든, 우리는 일단 책을 본다고 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생각에 아주 공감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읽는 속도와 받아들이는 정도나 인상깊은 부분도 확연히 다른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인 ‘막막한 독서‘는 작가인 시로군이 운영하는 독서모임의 이름이다. 하지만 책읽기라는 것이 정말로 막막하다는 가장 정직한 작가의 생각이라고 한다. 나역시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 읽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모르는 사실들이 많았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 때문이다.
<막막한 독서>는 독서 에세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고전을 읽고 쓴 작가의 서평이라고 할 수 있다. <돈키호테><안나 카레니나><죄와 벌><프랑켄슈타인><변신><제인에어><작은 아씨들> 등등 고전이라하면 한 번 쯤 언급되는 책과 제목조차도 낯선 고전 책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읽는 용기
- 고전에 익숙해지기 : 인내
2장 읽는 힘
- 이야기의 세계관 : 관점
- 이야기의 현대성 : 새로움
3장 읽는 습관
- 이야기의 가능성 : 발견
- 시대와 개인 : 인식
4장 읽는 행복
- 읽는다는 것 : 의미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2장의 <프랑켄 슈타인>과 3장의 <작은 아씨들>이다.
<프랑켄 슈타인>의 경우를 들며, 요즘 아주 핫한 인공지능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연결시켰다. 인간이 만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과학자가 아니라, 괴물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작품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평소 도전하고 싶던 책이라 그런지 작가의 생각이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꼭 읽어봐야겠노라고 더 다짐하게 된다.
p94
잘못 만들었다고 해서 취소하거나 원상 복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발명과 창조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를 고스란히 받아들여하 하는 것이다.
p95
그러므로 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라고 불러야 할 테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프랑켄슈타인이 곧 괴물로 통하게 되었고, 청년 과학도는 미친 과학자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정말 유명한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원작과는 무관하게 다시 쓰이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면 <프랑켄슈타인>의 경우는 피조물이 주인에게서 이름과 고유한 정체성을 빼앗은 것으로도 느껴진다.
<작은 아씨들>이 진지한 읽을거리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작품이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추천사가 없는 작품이라는 것에도 충격이었다. 우리가 그토록 읽어야 하는 고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소설이라는 인식이 강해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니...
<작은 아씨들>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지만, 결혼과 글쓰기에 대한 여성의 생각도 자연스레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이 책의 작가는 말한다.
나에게는 이 독서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독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활자를 읽어내려가는 것도 독서가 되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독서는 하루에 이 정도 읽어야 한다는 나와의 약속이다. 그리고 독서를 할 때 나에게 꼭 필요한 지혜를 저자로부터 조언을 얻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의 안식을 얻고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인간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결의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만의 독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남들을 따라 많은 책을 읽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한 권을 가지고 파헤치듯이 끈덕지게 읽어나가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러 방면에서 생각하고 감상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듯하다. 한 권의 책으로 나의 일상과 핫한 이슈들, 더불어 과거의 관념들까지도 엮어서 생각할 수 있는 작가님이 존경스러웠다.
무엇보다 수록된 고전을 읽지 않았음에도 책을 읽어내는데에 무리가 없어서 다행스러웠다. 여기서의 읽어내는데 무리가 없었다는 것은 활자를 읽어낼 수는 있었다는 의미다. 독자를 배려하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그런 책이다.
그럼에도 어떤 면에서보면 이 책을 읽어낸다는 건 사실은 많이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읽지 못한 고전들이 대부분이라,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100% 이해하면서 읽을 수는 없었다. 이해도 떨어지는 독서를 하면서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고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훌륭하고 꼭 읽어야하는 책인지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작가가 풀어서 설명해주는 자상한 고전의 이야기와 함께 새해에는 고전읽기를 도전해보자고 다짐해본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