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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었다 - 고단한 속세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부처의 인생 수업
그랜트 린즐리 지음, 백지선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4년 11월
평점 :
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었다
: 고단한 속세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부처의 인생 수업
그랜트 린즐리 지음
백지선 번역
프런트페이지
2024년 11월 5일
400쪽
18,800원
분류 - 에세이
마치 내 취향을 간파당한 듯한 아름다운 표지, 고단한 속세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부처의 인생수업이라는 부제가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이 없다는 말은 들었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다니......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그 명제의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교통사고로 인해 친한 동생의 죽음을 겪게 된 이 책의 작가는 그 슬픔을 피하기 위해 태국 불교사원으로 향했다. 무려 6개월간의 수도승 생활에 대한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큰 사원에 갔다가, 작은 사원으로, 그리고 동굴에서 혼자 지내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책의 하반부에서 작가는 내려놓기를 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명상시간에는 잡생각이 끊이질 않고, 금식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정말이지 힘들어 초콜릿을 몰래 먹기도 해, 중생이라고 하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등장했다.
작가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작가의 수도승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색다른 간접경험을 할 수 있었다. 수도승들과 함께 생활하며 속세와 인연을 끊은 그들을 통해 오히려 관계에서 오는 행복을 알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 시나리오대로 이 책은 흘러가지 않는다. 진지할 것만 같았던 책은 우스꽝스러운 장면도 등장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쌩뚱맞은 장면도 등장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수도원 생활을 하며 우리에게 크게 몇 가지 메세지를 던진다.
슬픔으로 괴롭다면 그 슬픔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고,
마음이 자꾸만 조급해진다면, 그 간절함과 조급함이 우리의 시야를 좁게 만들어 더 넓게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리고 자꾸만 어떤 것에 집착하게 된다면 오히려 더 비워낼 수 있도록 해야하며,
행복해지고 싶어 안달이 난다면, 행복을 따라서 방황하기보다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을 멈추는 것을 권한다.
인생의 변화는 행복한 순간보다 이겨내기 힘든 슬픔을 담은 고난을 겪을 때 다가온다. 그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순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외부와의 단절일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마음을 비우고 싶은 때,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크지 않을까?
나 역시도 그런 순간을 겪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나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들고, 나를 제대로 알게 되는 시간이 된다.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나면, 더 단단한 나를 만날 수 있어, 오히려 단절했던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아니면 전에 알았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서의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었다는 건, 그런 뜻이 아닐까?
가볍고 재미있게 작가의 삶을 흡수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도 우리의 진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