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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마쓰다 아오코 지음, 권서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The sustainable Use of Our Souls
마쓰다 아오코 지음
권서경 번역
한스미디어
2022년 3월 3일
280쪽
15,000원
<82년생 김지영>을 감명깊게 읽은 나로서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세계의 연대‘라는 이 책의 소개를 보고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페미니즘 소설로 나도 여성이기에 관심이 갔다.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일본의 페미니즘 작가가 쓴 소설 속 사회 모습이나 인물의 모습은 어떨까. 제발 한국과 다르기를...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기를 바랬다. 아니나 다를까. 소설 속 세상도 지금 현실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저씨들이 소녀들을 더이상 보지 못하게 된다. 볼 수 없게 된다. ‘아저씨‘들의 노골적으로 소녀들을 바라보는 성적인 시선에서 소녀들은 자유를 만끽한다.
성희롱과 성차별로 인해 퇴사하고 캐나다에 다녀온 게이코.
그녀는 일본 여성의 모습을 더욱 깨닫게 된다. 그녀의 눈에 비친 일본여성의 모습은 존재감도 없고, 순종적이고, 얌전하다.
이 아저씨에 저항하기 위해, 아저씨가 만든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까지 봐왔던 여성아이돌의 모습과는 다른 여성 아이돌과 혁명을 하기로 하는데...
p270-271
지금껏 이 사회는 아저씨가 움직여왔다. 아저씨가 지휘하는 한 어디든 예외없이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사회가 아저씨에 의해 운영되는 이상 여자아이는, 여성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아저씨의 손으로부터, 아저씨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최후의 순간만큼은 아저씨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아저씨가 정하지 않은 세계를 보고 싶다. 아저씨가 사라진다면 사회구조는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아이 학교 옆에는 중학교가 있다. 중학교는 남녀공학인데, 모든 여학생들이 그런건 아니지만, 정말 심하다 싶은 점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치마의 길이인데, 치마가 너무 짧고 폭이 좁아서 같은 여자인 내가 보아도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왜일까? 내 나이 또래의 사람도 그렇고, 그 전 세대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단정하지 못해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아니라, 저러고 다니면 남자들의 눈에 쉽게 닿기에 안타까운 것이다. 지나가는 남자들이 다 쳐다본다. 훑어본다. 나이에 상관없이 10대, 20대, 30대, 하다못해 60대, 70대 할아버지도 수고롭게 고개를 돌려 보며 지나간다.
게다가 어느 젊은 여성은 Y존이 확 부각되는 쫄쫄이 레깅스, 엉덩이를 덮지않고 대놓고 입고 다닌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전신 수영복을 입은 것 같은 모습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할아버지가 앞은 안보고 그 젊은 여성에 눈이 돌아가있다. 실컷 보더니, 혀를 끌끌 찬다. 쳐다보지나 말든가. 욕을 하지나 말든가.
나는 이 소설을 읽기 전에도 ‘아저씨(부정적인 남성이라고 지칭하고 싶다. 모든 남성이 그런것은 아니니까.)‘라는 존재가 이 책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소설의 ‘아저씨‘는 긍정적인 남성의 모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음탕하고 음흉한 남성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그 아저씨 속에는 여성이면서도 그 아저씨급으로 영향력을 가진 여성도 포함된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도 있듯이, 일본도 제도권안에 들어간 성공한 여성은 소녀들의 적인가 보다싶었다.
가히 충격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고 느낀 점은 나도, 내 아이도 아저씨화 되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분노와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