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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바이 골목
김종관 지음 / 그책 / 2017년 4월
평점 :
'골목 바이 골목' 이라는 제목이라서 골목에 대한 이야기 일거라고는 생각했는데 내가 어린시절 기억하는 골목의 모습과 완전 딴판인 이야기들이다. 도시계획이나 재개발로 골목다운 골목이 사라져가는 요즘 더이상은 골목에서 소위 삥을 뜯기거나 불량배들에게 물건을 강탈당하는 사람은 없다. 난 그런 옛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골목에 관한 이야기도 생각과는 딴판이었고 전체적으로 저자의 개인적인 일상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았다. 그래도 골목이라는 주제 답게 길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기에 마치 그 길을 함께 걷는 듯 한 느낌은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지은이 김종관감독이 골목에 대한 과거회상을 하는 부분에서 시작한다. 주로 어떠한 공간에 대한 단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차지한다. 혼자 앉은 바의 한 쪽 구석에서도 그 자리를 박제하여 파노라마로 펼쳐내는 그의 작법은 공간을 연출하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든 소설같다. 글이 전체적으로 김종관 감독의 감성과 연출 방식이 묻어나는 것 같다. 연출가가 적는 단상이라는 것은 이런것일까... 에세이같이 느껴지고 사실적인 이 이야기들은 영화의 서사방식을 따라가는 듯 하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괴거로부터' 는 저자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고, '곁으로부터'는 자신이 자주다니는 산책길이나 가게를 소개한다.
'먼곳으로부터' 는 제주도나 해외에 여행을 가서 일어 났던 일이나 장소의 단상을 적어내렸다.
'다시 곁으로' 는 김종관 본인의 현재를 적어내렸다. 작업실이 생긴 이야기, 하고 있는 작업이야기...
마지막 '데이 포 나잇, 이 골목에서 만들어진 몇 가지 이야기들' 에는 자신이 만났던 여성들과의 에피소드인지, 자신이 만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인지 모를 에피소드들이 몇가지 단편으로 이어진다. 이야기 자체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이 흥미로웠다.
술술 읽어내려가며 공감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활상을 담은 에세이라기보다는 저자의 단상이므로 파노라마 사진을 속속들이 읽어나가는 느낌이다. 김종관이라는 감독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나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영화학도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