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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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에세이집을 두번째 읽는건데 이 책은 1985년쯤 쓰여진 것이라 그런지 다소 투박한 느낌이지만 그녀만의 색깔은 잃지 않았다.
특히 이 책에서는 어린시절의 회상으로 그녀의 성장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 초등시절 18세 젊은 여선생으로부터 격려를 듣고 학급의 여왕을 말한마디로 눌러버린 순간을 읽었을때 그녀의 가슴속에 스위치가 켜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한 가치관에서 변화를 갖게 되는 계기가 언제든 오는데 원래 순종적이었던 저자가 조금은 까칠해지고 남들이 예스할 때 혼자 노 할 줄 아는, 할말은 하고 살 줄 아는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게 아닌가 한다.
그리고 특히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시댁의 핍박을 받고 남편의 외도로 고생만하던 큰어머니의 죽음 부분과 저자의 어머니의 과거 회상 부분이었다. 우리 엄마도 아이였던 적이 있다는 것에서 사노 요코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의외로 세련된 도시여자였던 어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기게 된다. 나도 우리 어머니의 젊은 시절은 앨범 속 흑백 사진으로만 만나보았는데 나중에 시간이 나면 어쭈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잎으로 반찬을 만들고 풀을 돌맹이로 찍어 흙과 섞어서 동글동글 환을 만들며 소꿉놀이 하던 어린시절이 나의 어머니에게도 있었겠지만 난 알고자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나 친척에 대한 이야기, 스스로의 성장과정을 적나라하게 적어내린 이 책을 읽다보면 사노요코만의 감수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가난과 어려운 시대배경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고 고집스럽지만 사노요코다운 시절을 보내며 깨달은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그녀의 작품속에 녹아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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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백수생활
이케다 이케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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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무심해 보이는 캐릭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표정을 한 주인공 캐릭터가 맘에 들었다. 아무일 없이 대학을 졸업해서 취직을 하고 그 회사를 주욱 다니던 주인공은 서른을 앞두고 문득 내 인생이 이렇게 아무일 없이 흘러가도 괜찮은가 고민을 하다가 엉뚱하게도 아무 계획없이 사표를 던지고 퇴사를 한다. 남들이라면 백수라는 조초함에 학원을 다니거나 미래를 준비하며 뭔가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만도 한데 만화 속의 주인공은 전혀 그런거 없다. 내일의 내가 해결해 줄거라며 맘껏 자고 놀고 먹는다. 고용보험을 타고 통장의 잔고를 확인하며 수입이 없으니 아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지름신의 유혹은 쉽게 떨치기 힘들다. 내 생각에는 주인공이 그동안 모아놓은 돈이 있으니 즉흥적 백수생활이 가능한거 아닌가 싶다. 아무것도 안하고 숨만 쉬어도 우리나라 기준 한달 150만원이 나가는 세상에서 반년이 넘는 시간을 실업급여만으로 버티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것도 도심에서 월세 살면서...

일단 우리의 현실따위 접어두고 책 내용으로 돌아가보면 주인공은 실업급여가 끝날때에 맞춰 취업을 시도하며 여러회사의 면접을 보지만 과연 이게 최선인가 고민하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되었다. 한가로운 백수생활을 정리하며 이제 또 취업을 하면 적어도 몇년은 다닐텐데 쉽게 아무회사나 들어갈 순 없는거 아닌가... 우리나라 뉴스를 보면 취직이 안된다는 둥, 이직이 힘들다는둥 하는데 이 책은 일본이기에 우리나라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지만 사실 뭔가를 포기하면 취직이나 이직은 가능하다. 높은 월급이나 오랜 경력, 인기 직종 등...

이 책 각 단원마다 소개된 고용보험이나 실업급여 등 제도적인 부분이 한국버전으로 소개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주인공의 상황을 자세히 제도적으로 알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므로 한국의 상황으로 고쳐넣으면 백수가 될 기회를 노리는 직장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으로 조금만 찾아보면 나오는 내용이지만 실행하느냐 안하느냐는 인터넷으로 찾기까지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관심있는 책을 들춰보다 알게된 정보만으로도 확신을 갖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수 있으니...

여튼 4컷 만화의 형태를 한 이 만화는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다니는 직장인들의 심장에 불을 당긴다. 실행은 쉽지 않겠지만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활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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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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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을 읽으며 때때로 놀라곤 한다. 어찌 이렇게 소외된 인간의 내면을 잘 알고 거침없이 표현하는지...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약한 모습, 그 뒤에 감춰진 무시무시한 음모, 의외의 거만함, 강자에게 핍박받으면서도 자신보다 약자를 향한 정복심.
이런걸 읽고 나면 사람이 고난을 만나고 그걸 이겨내고 성공을 이뤄 타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다시 빛으로 나아가는 그런류의 소설은 유치하게 느껴지게 한다.

가난한 주인공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였던 녹원사 주지로의 길이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컴플렉스를 이기지 못하고 '또라이'같은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비행을 일삼는다. 남들이 못난이에 말더듬이인 자신을 일그러지게 보고 비웃는 것을 그대로 세상에 반사한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했던가 결국 예과에서 만난 안짱다리인 친구 또한 혼자만의 세계에 갖혀 나름 철학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가지만 남들과 제대로된 소통이 불가능한 인간이다. 둘다 인간적인 정이나 교제가 불가능한 인간들이다.
역시 여자관계도 마찬가지. 미의 절대기준인 금각이 살아있으면 여자를 정복하는 것이 불가능할거라 여겨 결국 금각을 불지를 계획을 세우고 주지와의 관계를 개선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파국을 맞이한다.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주인공의 내면은 아버지와 동일하게 생각되던 주지의 무시에 의해 산산조각나 버린다. 신경쓰고 살 필요도 없던 하찮은 인간이었던 아버지, 그의 소개로 녹원사의 주지의 제자로 금각의 곁에서 살아가게 되지만 일말의 아버지 대신으로서의 존경심조차 제대로 싹을 틔우기전에 주지의 비행을 목격하고 무언의 벌을 받다가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 그래도 녹원사주지 입장에서 주인공의 아버지 입장을 생각해서 단번에 내치진 못했으리라...

노벨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었던 명작이고 일본의 고전이라 불리는 이 소설은 일본소설의 근간이 되어 소설계의 금각처럼 버티고 있는듯 하다. 더이상 다다를 수 없는 곳까지 들어간 듯 깊은 내면의 묘사가 엑스레이처럼 그 인간의 뼛속까지 들춰낸다. 왜 명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전쟁상황으로만 당시 시대배경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전혀 촌스럽지 않고 표현이 세련되어 있어 읽는데 어렵지 않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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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바이 골목
김종관 지음 / 그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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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바이 골목' 이라는 제목이라서 골목에 대한 이야기 일거라고는 생각했는데 내가 어린시절 기억하는 골목의 모습과 완전 딴판인 이야기들이다. 도시계획이나 재개발로 골목다운 골목이 사라져가는 요즘 더이상은 골목에서 소위 삥을 뜯기거나 불량배들에게 물건을 강탈당하는 사람은 없다. 난 그런 옛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골목에 관한 이야기도 생각과는 딴판이었고 전체적으로 저자의 개인적인 일상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았다. 그래도 골목이라는 주제 답게 길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기에 마치 그 길을 함께 걷는 듯 한 느낌은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지은이 김종관감독이 골목에 대한 과거회상을 하는 부분에서 시작한다. 주로 어떠한 공간에 대한 단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차지한다. 혼자 앉은 바의 한 쪽 구석에서도 그 자리를 박제하여 파노라마로 펼쳐내는 그의 작법은 공간을 연출하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든 소설같다. 글이 전체적으로 김종관 감독의 감성과 연출 방식이 묻어나는 것 같다. 연출가가 적는 단상이라는 것은 이런것일까... 에세이같이 느껴지고 사실적인 이 이야기들은 영화의 서사방식을 따라가는 듯 하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괴거로부터' 는 저자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고, '곁으로부터'는 자신이 자주다니는 산책길이나 가게를 소개한다.
'먼곳으로부터' 는 제주도나 해외에 여행을 가서 일어 났던 일이나 장소의 단상을 적어내렸다.
'다시 곁으로' 는 김종관 본인의 현재를 적어내렸다. 작업실이 생긴 이야기, 하고 있는 작업이야기...
마지막 '데이 포 나잇, 이 골목에서 만들어진 몇 가지 이야기들' 에는 자신이 만났던 여성들과의 에피소드인지, 자신이 만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인지 모를 에피소드들이 몇가지 단편으로 이어진다. 이야기 자체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이 흥미로웠다.

술술 읽어내려가며 공감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활상을 담은 에세이라기보다는 저자의 단상이므로 파노라마 사진을 속속들이 읽어나가는 느낌이다. 김종관이라는 감독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나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영화학도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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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냄새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6
추경숙 지음, 김은혜 그림 / 책고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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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아빠의 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를 먹여살리기 위해 어떤 일이든 발벗고 나서는 우리 아버지의 직업을 나는 단 한번도 부끄러워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부모님 직업을 적어 넣으라고 할때 난 무조건 '상업' 이라고 적었었다.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던 그게 무슨 상관이라는건지 모르겠어서, 또 집안 사정으로 아이들을 등수매기려는 현 세태에 반항의 의미로 더욱 그리했던 것 같다. 부모의 직업이 좋으면 선생들이 그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그 학생은 특출난 재능이 없어도 늘 눈에 띄는 자리에 있었고 대회나 중요한 행사에서 중요역할을 맡았었다. 알아서 긴다는게 그런거 아닐까? 특별히 그 부모로부터 촌지를 받은건 아닐테고 교사들이 나서서 띄워주는 꼴이라니... 그런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부모의 직업을 적어오라고 하니 세상이 그때에 비해 그닥 변한것 같지 않다. 요즘은 한술 더 떠서 아파트가 자가인지 전세인지, 어느 아파트에 몇평인지까지 적어오라고 한다니 시대가 어째 거꾸로 간다는 느낌도 받게된다.
'아빠냄새'라는 이 책은 세 아이들을 중심으로 아빠의 직업이 노출되길 꺼리며 눈치를 보다가 한 친구의 아빠가 의사임을 알고 남은 두 아이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아빠의 직업을 숨긴다는 내용이다. '상업'이 직업인 아빠를 둔 담이와 태영이는 서로 아빠의 직업을 노출하고 아빠가 의사인 상민이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상민이도 아빠가 마냥 자랑스럽지만은 않다. 아빠의 직업을 과시하려고 아이들을 끌고 병원으로 쳐들어가지만 환자를 보느라 바쁜 아빠는 결국 상민이에게 단 5분조차 허락하지 않고 문전박대 한다. 상민이는 결국 아빠가 의사임을 제대로 자랑하지도 못하고 친구들을 병원에서 돌려보내게 된다. 각각의 사유로 아빠의 직업을 자랑스레 여기지 못하는 아이들은 속상한 마음으로 아빠의 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고 그러던 와중 축구대횟날 기후로 인하여 축구대회가 취소되게 된다. 대신 치루게 된 간이경기에서 세 아이들의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대승을 거두며 아이들과 아빠들의 갈등은 풀리게 된다.
직업의 귀천은 없다. 내가 부끄럽게 생각하면 남들도 부끄러워 하게 되는 것이고 내가 떳떳하다면 남들도 함부로 무시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 어린아이들이 쉽게 그리 생각할 수 있겠는가... 누군들 자식에게 자랑스러운 직업을 삼고 싶을 것이겠지만 사람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직업에 의한 벽이나 한계는 중요한 것이 아님을, 우정이나 사람사이의 정이란것은 그 벽 너머에 있음을 조금이라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직업이 좋은 친구라 하여 부러워 하거나 아버지의 직업이 안 좋다 하여 부끄러워 하는 일 또한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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