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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ㅣ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일본소설을 읽으며 때때로 놀라곤 한다. 어찌 이렇게 소외된 인간의 내면을 잘 알고 거침없이 표현하는지...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약한 모습, 그 뒤에 감춰진 무시무시한 음모, 의외의 거만함, 강자에게 핍박받으면서도 자신보다 약자를 향한 정복심.
이런걸 읽고 나면 사람이 고난을 만나고 그걸 이겨내고 성공을 이뤄 타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다시 빛으로 나아가는 그런류의 소설은 유치하게 느껴지게 한다.
가난한 주인공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였던 녹원사 주지로의 길이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컴플렉스를 이기지 못하고 '또라이'같은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비행을 일삼는다. 남들이 못난이에 말더듬이인 자신을 일그러지게 보고 비웃는 것을 그대로 세상에 반사한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했던가 결국 예과에서 만난 안짱다리인 친구 또한 혼자만의 세계에 갖혀 나름 철학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가지만 남들과 제대로된 소통이 불가능한 인간이다. 둘다 인간적인 정이나 교제가 불가능한 인간들이다.
역시 여자관계도 마찬가지. 미의 절대기준인 금각이 살아있으면 여자를 정복하는 것이 불가능할거라 여겨 결국 금각을 불지를 계획을 세우고 주지와의 관계를 개선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파국을 맞이한다.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주인공의 내면은 아버지와 동일하게 생각되던 주지의 무시에 의해 산산조각나 버린다. 신경쓰고 살 필요도 없던 하찮은 인간이었던 아버지, 그의 소개로 녹원사의 주지의 제자로 금각의 곁에서 살아가게 되지만 일말의 아버지 대신으로서의 존경심조차 제대로 싹을 틔우기전에 주지의 비행을 목격하고 무언의 벌을 받다가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 그래도 녹원사주지 입장에서 주인공의 아버지 입장을 생각해서 단번에 내치진 못했으리라...
노벨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었던 명작이고 일본의 고전이라 불리는 이 소설은 일본소설의 근간이 되어 소설계의 금각처럼 버티고 있는듯 하다. 더이상 다다를 수 없는 곳까지 들어간 듯 깊은 내면의 묘사가 엑스레이처럼 그 인간의 뼛속까지 들춰낸다. 왜 명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전쟁상황으로만 당시 시대배경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전혀 촌스럽지 않고 표현이 세련되어 있어 읽는데 어렵지 않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