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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페이퍼를 쓴다. 그보다, 페이퍼 기능을 간만에 활용한다고 쓰면 조금 더 진솔한 언사가 될 것 같다. 비유하자면 소싯적, 매일매일 당구장에 드나들던 시절이 있었고, 이후 시나부로 당구라는 종목에 대한 애착이 스러지면서 멀리하다가, 그러니까 요즈음 하마 십수년 만에, 당구에 다시금 흥미를 느껴, 혼자 가기는 꺼려져 근처에 사는  동네 친구를 꼬득여, 함께, 당구장에 방문했던 첫 기억이, 그 낯섦이, 기묘하게도 서재에 올 때마다 있다. 

 

 서재 기능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물론 몇 시간만 매달리면 금세 예전 기량을 되찾겠지만, 귀찮고.


 아무려나 오늘은 간만에 술 한잔을 마셨다. 물경 4개월 만인 듯하다.


 그래서 페이퍼를 쓰는 게 아니고, 집 앞에 다다르자 두 권의 책이 각기 다른 박스에 포장된 채 놓여 있었다. 


 아는 독서모임이 하나 있고, 나는 회원이 아니다, 그 독서모임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내는 한 친구가 보낸 것이었다.


 진작 보내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랬다면 화폐를 아낄 수 있었을 터다.

  

 디지털도어의 비밀번호인 '1818'을 누르는 동안 나는 그런 쪽의 생각을 했고, 동시에 기분이 현저히 좋아졌다.


 그런 소이연이다.

 








 어쨌거나 한국 소설가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대놓고 미쳤던, 물론 요새는 암암리에 미치고 있을 것이다,


 하루키의 영향을 받은 한국의 소설가를 나는 최소 7명 정도 나열할 수 있지만, 나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은 따지고 보면 대략 6년 만에 접하는 게 아닐까 싶다.


 당시 무슨 벽 어쩌구의 제목이었던 장편소설을 읽다가 집어던졌던 기억이 아령칙하게 난다.


 

 2


 옛날통닭 한 마리를 주문했다. 이제 혼술의 시간이다.


 오랜만에 술을 마셔도 부족분이 남는 건 여전하다.


 하루키의 책을 다 읽고, 좋은 느낌이 들면 리뷰에 도전해 볼 심산이다. 리뷰를 어떻게 쓰는 건지 다 까먹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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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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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프롤로그 부분은 매우 매력적이다. 이후 이야기는 시간 구조의 면에서 단순하고 루즈했다. 거개의 심사위원은 뭔가, 이를테면 이 소설의 장르를 바라볼 때, ‘순한‘ 사람들 같았다. 한편 처음에 구상했었다는 사이코패스 슈퍼맨 이야기가 궁금하다. 단편 분량의 순소설 형식이면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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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26-10-26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수철 님과 친한 SF 작가는 누구인가요? 궁금합니다.
저는 레이 브래드버리와 단연코 더글러스 애덤스!입니다.

한수철 2026-10-27 20:00   좋아요 0 | URL
글쎄요, 친한 친구도 없는데 하물며 친하게 여겨지는 sf 작가 같은 게......

요새 어쩌다가 이러구러 김초엽의 소설 몇 편을 읽긴 읽었지만..... 음 이게 뭔가? 싶었던 기억입니다.

역시나 전 과문해서 차제에, 더글러스 애덤스를 머릿속에 남겨 둡니다. ;)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 제2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100
김지완 지음, 김지형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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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좋은 동화는 가령, 어떤 존재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고, 그 소원대로 살아보다가 모종의 교훈을 얻는 서사보다 설령 어떤 존재가 나타나 소원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한대도 정중한 어조와 몸짓으로 사양하면서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귀결을 보이는 경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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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26-10-26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성준 역술가가 이 글을 좋아합니다.

한수철 2026-10-27 20:02   좋아요 0 | URL
누군가? 검색해 봤습니다.

이런 얘기 좀 그렇지만, 제가 볼 때 관상이 별로네요. 관상이 별로인 관상가라. 그래서 기분이 나아집니다. 관상 따위 개나 주라지! 가 성립되는 듯하여서요. ㅎㅎ^^
 
비로와 호랑할배 - 제21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ㅣ 문지아이들 182
조은주 지음, 장선환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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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살아왔지만 실은 호랑이인 조부와 아직 인간이지만 장차 호랑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비로의 백두산행 월북 시도기는 11살 이후, 울어본 적 없는, 울고 싶은, 내 안구의 저변께를 다소간 습습하게 했다는 생각이다. 산길로만 백두산에 이르고 싶다는 오랜 희구 때문일까, 응원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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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26-10-05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퇴사한 전 직장에서 옆에 앉아 근무하던 건실한 20대 남자직원이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느긋한 태도가 인상적인 친구였죠.
일이 바쁘지 않을 때는 서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기도 했는데, 어느 날 제가 그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OO 씨는 어렸을 때 꿈이 뭐였어요?˝
˝호랑이요.˝

그의 대답이 무척 흡족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수철 2026-10-16 12:24   좋아요 0 | URL
그분, 대단하시네요.

저는 기껏 ˝호랑이 같은˝, ˝호랑이처럼˝ 등의 생각을 하다가 결국 독고다이 인생을 살게 되었을 뿐인데. ;)

 
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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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주체적 인간으로 어찌 살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만난 소설이었고 즐겁게 읽었다. 가독성도 좋았고, 심화의 부재는 아쉬웠다- 하긴 단편들이니까. 언제였던가, 문득, ˝이 사람은 정말로 사람이 아니라구요!˝ 소리치다 체포됐던 젊은이가 떠오른다. 바닥에는 한 늙은이가 까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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