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자고 일어난 지 삼십 분쯤 지났다.
삼십 분 동안 소파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여러 꿈도 복기하면서.
꿈에서는 하루키와 바둑을 두었다.
사나운 표정으로 묵묵히 수만 놓길래 나도 가만히 수를 두었다.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누가 "식사들 하세요!" 소리치는 소리와 동시에 꿈에서 깨어났다.
두 권 남은 하루키의 책을 책상 위로 가져다 둔 소이연이다.
무릇 오이하고 김이 땡긴다.
오늘은 원래 부모님과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아침에 누가 돌아가셨다는 카톡이 와 있다.
엄마 쪽 사람이라는데, 누군지는 전혀 모르겠다.
50대 중반의 교사라던데, 사연은 모르겠지만(알고 싶지 않다) 황망한 죽음으로 여겨진다.
어쨌거나 오이하고 김을 구해다가 어떻게
한잔 또 마셔야 하나?
정녕 구해 온다면 혹종의 보상 차원에서 그래도 되는 거 아닐까?
에라이 인간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