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길벗스쿨 그림책 2
호무라 히로시 지음, 사카이 고마코 그림, 엄혜숙 옮김 / 길벗스쿨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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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낳고 난 후,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을 참 절실히 느끼고 살아요~
아침에 눈 떠서 아침식사 준비하면서 마시려고 타놓은 커피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잠잘 준비를 하다 발견하는 일도 부지기수!
분명 똘망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설레임과 두려움에 걱정하던게 어제 일 같은데 벌써 1년 전이고, 수능시험 끝나고 채팅으로 만나서 좋은 사람 소개팅 시켜줄까 물어보던 사람과 결혼해서 산 지도 벌써 11년 차라니 말이죠!
그런데 며칠 전 읽게 된 #그림책 에서 '찰나'라고 표현할 수 있는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표현하고 있는데 마지막 반전이 딱 제 모습을 보는 듯 싶어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더라구요.
그래서 똘망군에게도 보여주니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봐도 괜찮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같아서 살짝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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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길벗스쿨에서 나온 <눈 깜짝할 사이>인데요~
이 책은 아주 적은 글과 몇 장의 유화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읽다보면 1분도 안 걸려서 휘리릭 넘길 수도 있지만 마지막 장의 반전이 꽤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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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가지 주제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면은 다시 3가지 화면으로 구성되요.
이 3가지 화면은 처음과 두번째는 어려운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거의 변화가 없는데, 마지막 3번째에서는 책 제목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 펼쳐져요.
예를 들어 두번째 장면에 나오는 괘종시계는 시침과 분침이 하나가 되어 '째깍' 소리가 나지만, 첫번째 화면과 두번째 화면은 그대로 Ctrl+V를 한 듯 변화가 없어 보여요.
하지만 세번째 화면에서는 분침과 시침 위에 있는 문이 열리면서 하얀 새가 날아오를 듯 튀어 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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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부터 네번째 장면까지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는 풍경들이라서 그냥 그렇구나 하는 심정으로 보게 되요.
나비가 꽃 위에 사뿐 내려 앉았다 다시 날아오르고, 고양이가 자기 눈 앞의 생쥐인형을 보고 미동도 안하다가 순식간에 낚아채고, 찻잔에 각설탕을 떨어뜨리자 순식간에 녹아 버리고~
그래서 작가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런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나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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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책의 표지에도 등장한 여자아이의 얼굴이 등장하면서 놀라운 반전이 시작되죠.
네번째 장면에서 등장한 각설탕이 녹은 찻잔이 등장하고, 이 찻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과연 눈 깜짝할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독자로 하여금 설레게 하는데요~
놀랍게도 얼굴에 주름 가득한 할머니가 등장해서 이게 제목이랑 무슨 연관인지 한참 생각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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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들이 모여서 긴 시간이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찰나의 그 순간들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할머니의 기억 속에 존재하던 기억의 단편들인 것인지 사실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살짝 헷갈리기까지 하네요.^^:;;
우리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 꼭 교훈이나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서 읽어주기도 하지만, 어떤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위해서도 읽어주잖아요~
<눈 깜짝할 사이> 역시 어른들에게 '이게 정답이다'라고 알려주기보다는 시간의 연속성과 영구함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볼 화두를 던져주는 어른그림책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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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그림책을 읽고 난 후, 제가 좋아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성의 세시기>가 떠올랐어요.
<여성의 세시기>는 여자가 태어나서 성장하며 아기를 낳아 키우고 다시 죽음에 이른 노파가 되었을 떄의 세 여인을 하나의 그림에 담은 명화인데요~
제가 구스타프 클림트를 참 좋아해서 똘망군을 임신했을 때 이 <여성의 세시기> 중 아기와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만 확대한 1000pcs 퍼즐을 맞추기도 했어요.
갈래머리 여자아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노파가 되었다는 것이 강렬하게 인식되어 이 명화가 떠올랐는데 다른 분들은 이 어른그림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까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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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늦둥이 둘째를 낳아 키우면서 매일 두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좋은 엄마가 되자고 다짐하지만,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도 밤이 되면 오늘도 부족한 엄마였던 것 같고, 오늘이 지나면 다시 보지 못할 둘째의 재롱도 집안일에 블로그에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눈에 담지 못했던 것 같아서 정말 반성을 많이 하는데요.
이 책을 읽고나니 갈래머리 소녀가 현재 모습이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 나온 할머니의 추억 속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내가 더 나이 들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좀 더 내 기억 속에 저장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둘째의 낮잠 시간이 끝나면 하던 일은 모두 접고 오롯이 둘째와 함께 하는 시간에만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당신의 눈 깜짝할 사이는 어떤가요?
어른그림책 <눈 깜짝할 사이> 북 트레일러 감상해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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