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그냥 내버려 둬!
베라 브로스골 지음, 김서정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먼저 읽어 보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책 박스에서 꺼내서 낄낄거리면서 서너 번 반복해서 본 그림책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사실 작년까지 외동이었던 똘망군을 키우면서 제가 마음 속에서 가장 많이 하고 싶었던 말이 이 말이었는데 말이죠~

외동아이를 키워보신 분은 다들 알다시피 아이와 엄마의 애착관계가 돈독할수록 엄마를 친구처럼, 형제처럼 생각하기에 매일 놀아 달라, 같이 책 읽자, 같이 뭘 만들자 하면서 엄마를 귀찮게 하죠.ㅠㅠ

그런데 작년에 6살터울 동생이 태어나면서 상황은 급변~

다음달이면 돌이 되는 둘째에게 똘망군이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외쳐대는 말도 바로 "날 좀 그냥 내버려 둬!!!!"에요.

좀 더 부연설명하자면 "내 물건 좀 그냥 내버려 둬~!!"가 되어야겠지만요.^^;;

하지만 오빠 바라기 초롱양이라서 한동안 똘망군의 고함소리가 온 집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릴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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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이와 부모 사이의 흔히 벌어지는 갈등을 재치있는 유머로 승화시킨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얼마나 재미있는지 ​칼데콧아너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이에요!

'혼자만의 공간'을 바라는 건 비단 저와 똘망군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숨가쁘게 여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다 통하는 이야기일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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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풍 집을 배경으로, 평범한 러시아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굉장히 클래식하게 뜨개질을 할 나만의 공간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라서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거기에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아이들이 무려 30명이나 되는 복잡한 집을 벗어나 곰이 사는 숲으로, 다시 산양이 사는 눈내리는 산으로, 이곳 마저도 시끄럽자 다시 산꼭대기에 닿는 달로 올라간다는 독창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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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콧아너상 수상작 답게 상상력도 뛰어나지만 단순한 듯 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림만으로 내용이 다 이해가 되도록 그려내서 더욱 뇌리에 남는 것 같아요~

특히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를 외치는 할머니와 대조되는 주변 등장인물(또는 동물들)의 리얼한 표정이라니!!!

그냥 그림만 봐도 킥킥 웃음이 새어 나와서 똘망군이랑 함께 읽을 때는 서로 "날 좀 내버려 둬!"를 외치겠다고 쟁탈전을 벌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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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달까지 가서 나만의 공간을 갈구했으나, 조그만 초록색 달 사람들에게 할머니는 굉장히 신기한 존재~

결국 할머니는 짐을 꾸려 웜홀(wormbhole)로 들어가 버려요!

책에 나온 웜홀 뜻을 보니 다른 시공간을 잇는 우주 구멍을 뜻하는데, 좀 더 조사해보니 블랙홀(입구)과 화이트홀(출구)를 연결하는 우주 시공간의 구멍으로 아직은 수학적으로만 웜홀을 통한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와 있대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웜홀에서 할머니는 드디어 자신만의 공간이 생겼네요!

 


​"웜홀 안은 텅 비어 있었어요.

아주 캄캄하고

아주아주 조용했어요.

 


뛰는 애들도

으르렁대는 곰도

짭짭거리는 산양도

시끄러운 달 사람도

없었어요.

모두들.....,

할머니를 내버려 뒀어요."

 


웜홀 안의 상황을 설명하는 이 부분을 읽는데~ 왜 이렇게 웜홀로 순간이동해서 옮겨 가고 싶은건지!!!

첫째는 여름방학이라고 하루종일 부산스럽게 집은 뛰어다니면서 놀고, 식사시간에 간식시간까지 수시로 배고프다고 뭐 만들어 달라고 조르고, 둘째 역시 이유식을 하루 3끼 먹으니 뒤돌아서면 배고프다고 빽빽 울고, 남편은 남편대로 두식이라서 저녁 퇴근 후에는 따끈한 찌개와 함께 차려진 밥상을 원하고......--;;;

이 책은 분명히 7세 이하 유아동을 위한 그림책인데, 저를 위한 책인양 헷갈릴 정도로 마음이 통하는 기분이었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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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무사히 30벌의 스웨터를 완성한 할머니는 웜홀을 빠져나가 처음 떠났던 집으로 돌아가요!

웜홀이 다른 시공간을 연결하는 구멍이라서 그런지, 집은 떠나기 전에 해 둔 대로 말끔한 상태네요~

 


아이들에게 30벌의 스웨터를 모두 나눠주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그림책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짜증 가득했던 찡그린 얼굴이 아니라 아주 아주 인자한 할머니 미소가 가득하네요!
역시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가족없이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시끌벅적하고 지저분하고 바빠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일상이 더 없이 소중한거겠죠?

 

똘망군은 엄마가 느끼는 그런 깨달음보다는, 그저 할머니가 외쳐대는 "날 좀 그냥 내버려 둬!"에 푹 빠져서 시도때도 없이 외쳐대다 엄마에게 살짝 잔소리를 들었네요.-ㅁ-;;;;

나중에 커서 정말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에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엄마의 이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런지 궁금해지네요!

 
혼자만의 시간이나 공간이 애타게 그리울 때, 잔잔한 유머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림책으로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추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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