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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아이 길들이기 - 우리집의 작은 독재자
디디에 플뢰 지음, 이명은 옮김, 이영민 감수 / 길벗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아이를 키우면서 수 십 권의 육아서를 읽다보니, 이 육아서도 흐름이라는게 있는 것 같아요.
자기주도적 학습이 대두될 때는 아이를 믿고 거리를 둔 채 지켜봐주는 엄마의 역할이 강조되는 육아서가 인기였고,
이런 흐름에 거세게 반대하며 모든 것을 엄마가 강력하게 통제하는 타이거마더에 대한 육아서도 잠시 떴죠.
밥상머리 교육,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태인의 교육법은 시대 상관없이 계속 인기가 있는 것 같고~
작년부터는 친구같은 아빠, 프렌디와 관련된 아빠 육아서가 뜨는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하려는 <폭군아이 길들이기>는 요즘 인기가 많은 프랑스식 양육법, 특히 그 중에서도 훈육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처음에는 '폭군아이'라는 어감이 그닥 좋지 않아서 '타이거마더' 처럼 엄하게 훈육하는 이야기를 다룬 육아서인가 싶었는데요~
읽다보니 100% 오버랩되는 건 아니지만, 올해 미운7살이 된 똘망군과 겹쳐지는 면이 많아서 내내 가슴 아파하면서 책을 읽었네요.
책을 다 읽은 후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반적으로 중국의 소황제나 우리나라에 점점 늘어나는 외동 아이들의 특징이 이 '폭군아이'에게서 많이 보여져요.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주 심한 증상은 아니지만, 아이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진짜 '폭군아이'가 되지 않도록 책에 나온대로 제대로 훈육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어떤 아이가 폭군아이인지 특징에 대해 언급하고 그런 폭군아이가 지배하는 가정의 모습과 부모들의 스트레스에 대해 상세하게 문제 제시를 하네요. (1부. 어떤 아이가 폭군아이일까?)
그리고 아이의 성장발달단계를 0~3세, 4~13세, 사춘기의 세 단계로 나누어 어떤 과정을 거쳐 폭군아이가 생기는지 다시 한번 진단하고 (2부. 어떻게 폭군아이가 될까?), 이런 폭군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부모들을 위한 자세한 해결책을 제시하네요. (3부. 부모의 올바른 권위 되찾기)
사실, 1부와 2부가 반복되는 내용이 좀 많아서 살짝 지루하기도 하고, 예시로 드는 수 많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똘망군과 겹치는 모습이 하나 둘 씩 보이니 마음이 많이 불편했어요.

그간 '유아사춘기 때는 다 이렇다더라. 조금 일찍 온거야.', '외동이라서 자기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거야.', '경쟁심이 강해서 게임에서 지면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는 거지. 크면 괜챦아질거야~',' 어린이집 선생님이 똘망군이 사회성이 조금 부족해도 매우 영리하다고 칭찬하셨는데~' 라면서 내내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성장발달 단계를 보이고 있다고, 조금 더 기다리면 괜챦아질거라고 나 자신을 다독거렸는데......
그런 모든 부분들이 책에서 말하는 '폭군아이의 특징'에 들어가니 내가 그동안 육아를 잘 못 했나? 죄책감이 들기까지 하더라구요.

저자 디디에 플뢰는 폭군아이의 특징으로 모두 12가지를 꼽았는데~
제목만 읽고 '폭군아이 = 문제아'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과 많이 달라서 살짝 놀랐어요.
강압행동을 보이고, 희생양인 척 하며, 어른에게 겁을 준다.
어른의 권위에 반박하고, 어른을 함정에 빠뜨릴 줄 알며, 도발할 줄 안다.
학교에서 문제가 있으며, 영리하지만 조숙한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것은 꼭 해야 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하다.
구속을 견디지 못하고, 매사 당당하다.

책 초반에 '우리 아이는 폭군아이일까?' 체크하는 란이 있는데, 지문을 읽고 체크할 때는 '에이 설마 우리 아이가 폭군아이겠어?'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미운 7살에 접어든 똘망군이 하는 행동들이 많이 보여서 마음이 무거워졌네요.

우선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자할 때 제가 제지를 하면, 처음에는 화를 내고 반항하다가, 5분도 안되서 "엄마 뽀뽀해줘~" "엄마 안아줘~" 라면서 완전 180도 다른 애정행각(?)을 벌이곤 해요.
그래도 제가 계속 안된다고 제지를 하거나 벌을 주면, 울거나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엄마, 잘못했어요~"라면서 혼자 손들고 서 있거나 손바닥을 싹싹 비는 행동을 해요.
하지만 눈을 보면 정말 반성하는 것인지 그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그런 척 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데, 거의 대부분 상황모면용인 경우가 많아서 제 화를 더 돋구는 경우가 많아요.
또 그런 상황에서 주변에 다른 어른(대개 할아버지, 할머니)이 있으면, 매우 불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른 어른의 개입으로 그 상황을 얼렁뚱땅 넘어가려는게 보이죠.
그런데 이런 행동이 '폭군아이'가 자주 애용하는 애정협박 무기이자, 본인이 희생양인척 하는 행동이라니!!!
뭔가 쇠망치로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어 한동안 책장이 넘어가지 않더라구요.
왠지 '폭군아이'라고 하면 TV에서나 보던 문제아들이 아닐까 싶었는데, 바로 내 아이가 폭군아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확인하니 더 걱정이 앞섰네요.

특히 1부에서의 내용이 대개 사춘기 전후의 폭군아이에 대한 임상 사례와 함께 폭군아이의 특징을 제시한 내용이라서 '에이 설마, 나의 기우일거야!'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2부에서 0~3세와 똘망군이 현재 속한 4~13세 모습에서는 똘망군과 비슷한 면이 너무 많아서 일일히 헤아리기 힘들 정도더라구요!
늦은 잠자리 독립 -똘망군은 이번에 이사와서야 처음으로 자기 방 침대에서 잠자리 독립을 했어요. 그간 아빠는 바닥에서, 똘망군은 엄마랑 둘이 침대에서 잠을 잤네요.--;
심한 편식, 남들보다 오래 걸리는 식사시간, 음식 거부 - 폭군아이에게 식사는 또 다른 전투라네요.ㅠㅠ
남들보다 늦은 기저귀 떼기 - 36개월 지나서 대변은 변기에서, 40개월 다 되서야 밤 기저귀 뗐어요.
텔레비젼도 내꺼, 부모님 돈도 내 돈~ - 이건 제가 항상 "이 장난감은 아빠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사주는 거야."를 강조하긴 하지만, 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죠.
텔레비젼 보는 시간은 제한을 두고 있는데, 그 시간에 텔레비젼 볼 때는 아빠랑 리모컨 쟁탈전이 벌어져요.--; 저는 텔레비젼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서 특별히 보는 프로그램이 없는데 아빠와 아들은 둘 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다르니 아침마다 싸우네요.
아, 쓰다보면 정말 양손이 부족할 정도로 폭군아이의 특징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아서 훈육이고 뭐고 <폭군아이 길들이기>를 내동댕이 치고 싶은 마음까지 간절해지네요.
나름 열심히 똘망군을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많은 부분에서 제 육아의 문제점이 드러나니 속이 터지더라구요.

그래도 마지막 3부에서 '폭군아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부모들의 양육사고(신념)을 다시 점검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다양한 아이의 행동과 그런 행동에 대한 부모의 생각, 그리고 내면에 숨겨진 의미를 표로 보기 좋게 분류하여 이해를 돕고 있어서 조금은 안심했어요.

일단 저희집에서 꼭 필요한 훈육은 일상에서 적절한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것과 규칙적인 식사시간, 그리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정하는게 필요할 듯 싶어요!
늘 자영업자인 남편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서 늦은 기상시간과 취침시간, 그리고 불규칙한 식사시간이 똘망군을 '폭군아이'로 만드는 일등공신이 된 듯 싶네요.
무엇보다 아들과 많이 놀아주지 못한다고 아들이 사달라는 장난감은 별의별 이유를 대서 사주곤 하는 남편에게 꼭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당신은 지금 아이를 위한 선물이 아니라, 폭군아이가 될 수 있는 시한폭탄을 주고 있는거야!"라는 말과 함께 말이죠.--;

물론 저자 디디에 플뢰가 프랑스의 아동발달 심리학 박사이자 임상심리학자이기에 우리나라 육아 상황과 많이 다른 면도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처럼 이른 나이에 잠자리독립을 시키거나, 수업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다고 유급을 시키거나 하진 않으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가 남들보다 조금 별나다고(이 말의 의미가 좋든 나쁘든 간에) 생각이 되어왔고, 체벌은 싫지만 다른 훈육 방법을 잘 알지 못할 때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은 육아서라고 생각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