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우 아저씨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48
민사욱 그림, 송정화 글 / 시공주니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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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6살 똘망군이 읽는 책을 보다가 제 자신이 참 편견에 사로잡혀 사는구나 깨닫게 되어 깜짝 놀라는 일이 종종 있어요.

오늘 소개하려는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우리걸작그림책 <붉은 여우 아저씨>​도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그림책 중 하나에요.



처음에 표지에 적힌 ​'​2015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 출판 콘텐츠 당선작'​을 보고 내용이 얼마나 참신하고 교육적이면 이런 상을 수상했을까 사뭇 기대가 되었어요.

그래서 똘망군과 함께 읽어보기 전 제가 먼저 들뜬 기분으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저의 첫 인상은 사실 어디선가 많이 읽어본 인성동화 같다는 생각과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그림에서 느껴지는 어두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물론 내용은 전혀 어둡지 않은데 판화로 표현되서 그런가, 아니면 꿈 속에 나타날까 살짝 두려운 괴상한 캐릭터들 때문에 그런가 ​'진정한 나눔과 동행을 생각하게 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라는 뒷표지의 문구가 이해되지 않았네요.


 

 

그런데 6살 똘망군과 이 책을 읽어 보는데~ 표지를 한참 뚫어지게 쳐다 보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엄마, 여우 아저씨가 굉장히 친절해보여!"라고 하는 거에요!

제 눈에는 지금 다시 봐도 다소 경직된 표정의 여우 아저씨가 보이는데 아마도 보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여우 아저씨의 표정이 달라보이는게 아닐까 싶어요.

흰 털을 가졌지만 붉은 모자, 붉은 신발, 붉은 가방에 붉은 옷까지~ 온통 붉은 것으로 치장하고 다니는 '붉은 여우 아저씨'는 친구에게 전해 줄 것이 있어서 이른 아침 집을 나서요~


그런데 대머리 독수리에게 붉은 모자를 뺏기고, 버드나무에게 붉은 신발을, 숭어에게 붉은 가방을, 그리고 마지막에 작은 집 앞에 웅크린 한 아이에게 붉은 옷까지 넘겨주게 되죠!


사실 저는 성인군자가 아니기에~ 제가 아끼는 붉은 모자와 붉은 신발, 그리고 붉은 가방까지 생각치도 못하게 빼앗겼다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거나 쫓아가서 되돌려 달라고 싸움을 벌였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붉은 옷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유일한 것이기에 추위에 떨고 있는 아이를 봤어도 쉽게 넘겨주지 못했을 듯 싶어요.


하지만 붉은 여우 아저씨는 자신의 것을 가져간 다른 동물들에게 괜챦다면서 대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동행하자고 제안을 하죠.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나눔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순식간에 빼앗겼는데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원래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듯 "그것 참 잘 됐다!"라고 대답하는 붉은 여우 아저씨를 보면서 참 많이 부끄러워 졌네요.





6살 똘망군은 아직 이런 나눔이나 친구를 찾는 길에 대한 동행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눈 앞에 보이는 그림 자체에 감탄하더라구요!


엄마 눈에는 다리가 달려 붉은 신발을 신고 성큼성큼 걷는 버드나무나 알을 지키려고 붉은 가방을 뺏은 숭어가 참 괴상하게 보이는데~

똥이나 방귀 타령하는 6살 똘망군의 눈에는 그저 자신과 다른 독특한 친구 정도로만 생각하고 포용하는 듯 싶었네요.



 


마지막에 모든 것을 나눠주고 흰 털 그대로의 여우 아저씨가 "그럼, 친구를 만났고 말고."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그간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함께 친구를 찾는 길을 동행해준 다른 동물들이 오버랩 되는 장면은 정말 오래오래 기억될 명장면 같아요.


처음에 저 혼자 읽었을 때는 "이 책 뭐지?"라고 당황스러웠던 것과 달리, 6살 아들에게 천천히 읽어주면서 함께 그림책을 보니 다른 관점으로 그림들이 다가오더라구요.

 

나에게 소중한 물건도 나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 나눔이라 생각되고 내가 좋을 때 잘 나갈 때 함께 하는 사람보다 내가 점점 초라해지고 가진 것이 없어질 때 함께 해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똘망군은 동물들이 포개져서 붉은 여우 아저씨의 모습과 같이 서 있는 장면이 웃기다고 연신 깔깔거리면서 봤지만~

아마 나이가 더 들고, 나눔이나 친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시기가 되었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줄 그림책 같네요!


★시공주니어북클럽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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