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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푸어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 잡기
브리짓 슐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더 퀘스트 <타임
푸어>
브리짓 슐트 지음 / 안진이
옮김
<워싱턴포스트>와 <워싱턴포스트매거진>의 기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능한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브리짓 슐트.
그녀는 유능한
언론인이지만 항상 ‘해야 할 일’에 쫓긴다.
취재를 하고 마감
내 기사 쓰기와 같은 ‘일’은 물론이고,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며, 밥 챙겨 먹이고 숙제 봐주기 등 ‘엄마로서의
역할’도 그녀의 몫이다.
또 빨래, 설거지와
같은 자질구레한 집안일도 대부분의 맞벌이 가정처럼 남편은 방관자고 슐트가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
항상 시간에 쫓기며
일과 가사, 휴식 모두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슐트는 자신을 억누르는 ‘타임 푸어’ 상황에 백기를 들고 시간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그녀는 유명한 시간 관리자를
만나 상담을 받기도하고, 그가 알려 준 ‘시간활용 학술대회’(IATUR)에 달려가 ‘타임 푸어’가 단지 미국인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확인한다.
게다가 맞벌이
부부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가정을 위해 파트타임잡을 얻거나, 전업주부마저도 타임푸어가 되는 원인은 다르나 궁극적인 결론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결과 슐트는
‘타임 푸어’가 개인의 탓이 아님을, ‘이상적인 노동자’와 ‘좋은 엄마’가 돼야 한다는 현대 사회의 압박이 시간 강박을 만드는 것임을
깨닫는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 <타임 푸어>라는 제목 옆에 부제로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을 위한 일·가사 ·휴식 균형 잡기'라고 쓰인 것을 보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처럼 시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뻔한
결말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페이지수가 무려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터라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두꺼운거지?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나 역시 '육아와
블로그'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시간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만사 제쳐두고 <타임 푸어>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어 내려
갈수록 '이건 다 내 이야기쟎아!!!!'라는 나지막한 신음소리와 함께 결론이 궁금해서 더 읽고 싶은 마음 뿐만 아니라 주인공 슐트처럼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는 내 삶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몰려와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내 기억 속의 삶은
항상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의 나는
4당5락 말 그대로 주말이든,방학이든 가리지 않고 하루 4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었다.
덕분에 중학교 첫
수학시험 성적이 70점대 였던 내가 서울대에 갈 정도로 성적이 향상되었지만 나의 학습 스케줄러는 아침 6시부터 새벽2시까지 거의 20분 단위로
잘게 쪼개져서 쉼없는 공부만을 강요하고 있었다.
대학교에 가면
마음의 여유가 생길 줄 알았지만, 원래 머리 좋은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노력형의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역시나 남들보다 몇 배로 더 공부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학비를 벌어
가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고등학생 때처럼 공부에만 몰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이건
변명일 뿐 이라고 조금 더 시간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내 자신만을 책망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에 성공했는데 당시 프래클린플래너를 신봉하며 매 시간을 쪼개서 기록하면서 나름 시간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준비하면서 아직 임신한 것도 아닌데 '결혼한 여자는 '이상적인 노동자'가 될 수 없다'는 팀장과 사사건건 부딪치다 사직서를
냈다.
입사할 때만 해도
이 회사에서 최소 10년은 내 커리어를 쌓고 제약회사 마케팅부서에서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을 꿈꿔 왔던 나로서는 참 힘든 결정이었지만,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상당 수의 고학력 여성들처럼 '이상적인 노동자'와 '좋은 엄마'의 양립은 힘들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마냥 놀 수는 없어서 임신 후에도 일할 수 있는 파트타임잡을 구하게 되었고 이 마저도 임신을 하면서 유산기가 심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최소 아이가 36개월이 될 때까지는 완벽한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나름 시간관리를 잘 해왔다고 여겼고, 내 커리어에 대해서 자부심이 강했던 내가 아무 것도 안한 채 온전히 아이만 바라보면서 집안일을 하는 삶은
상상 외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다.
전업주부가 되면
경제적으로는 힘들어도 정신적으로는 평온할 줄 알았던 나의 상상은 아이가 커 갈수록 산산히 부서졌다.
그나마 내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글쓰기를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받다가, 한참 광풍이 불었던 '엄마표홈스쿨'에 발을 담그기 시작해서 지금은 제2의 직업으로
'블로거'라고 말할 정도로 블로그의 세계에 퐁당 빠져 살고 있다.
돈과 명예를
포기했지만,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 잠시 나 자신을 내려 놓았다고 자부하면서 살고 있던 나에게 <타임 푸어>는 이 역시도 내가 만든
허울 좋은 변명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하긴 최근 내 삶은
어떠했는가!
결혼 9년만에 첫
이사를 하면서 블로그 일을 많이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달 내내 짐 정리가 안되서 집들이를 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았다.
대충 집 정리를
했지만 '좋은엄마'를 꿈꾸면서 최소 아침과 저녁 식사에 다른 반찬,다른 국으로 만드는 것도 아예 손을 놓고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가끔 아침에
빵과 콘푸로스트를 즐기며, 반찬도 사서 먹는다.
넓은 집으로
이사왔다는 핑계로 매일 청소하긴 커녕 일주일에 1-2번 청소를 하는 것도 너무 힘이 들다고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아들이 2살일 때
엄마표홈스쿨을 위해 발을 디딘 블로그에 목숨걸지 않기로 해놓곤 이젠 서포터즈 미션에 쫓겨서 아들과의 홈스쿨 계획을 짜고 책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재로 홈스쿨을 진행해야되서 이젠 누구를 위해 서포터즈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좋은 엄마를
꿈꿨지만 실상은 점점 더 블로그에 치여 좋은 엄마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는 내
현실이 어떻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을 뿐, 현실을 명확하게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타임푸어>를 읽으면서 꼭꼭 숨겨둔 나의 진심을 낱낱이 파헤치는 이야기들에 상처받고 (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가 다
내이야기 같은 것인가!) 반성할 틈도 없이 쳇바퀴처럼 또 같은 삶을 무한반복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블테기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 무기력증이
찾아 왔다.
또 이 엉망진창인
나의 삶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시간강박이라는 것이
결혼-임신으로 이어지는 고리 속에서 생겨난게 아니라 나 같은 경우는 이미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몇 십년을 쭉 지속되어온 터라 해결을 하려고 할
수록 더욱 실이 꼬여버리는 느낌이 드는 거다.

브리짓 슐트는
덴마크와 같이 ‘직장과 가정을 함께 지키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의 삶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변화를 꾀하는 해결책을 모색한다.
예컨대 엄마가 혼자
전담하던 집안일을 남편 뿐만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들 모두가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 인생을 즐기는
행복한 원들이 일도 더 잘한다면서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틀린 말도 아니고, 이미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명상과 함께 많이 언급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그녀가 맞벌이하는 엄마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다.
다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갭은 왜 이렇게 큰지!
오늘도 나는 엄마랑
함께 자고 싶다는 6살 아들의 말에 아들을 자장가로 재워주지 않으면 나쁜 엄마가 될 것 같다는 죄책감에 아들 옆에 누워 30분을 자장가와
옛이야기를 해주면서 재우려 시도했다.
하지만 아들은
잠들지 않은 채 계속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고 나는 머릿 속으로 오늘 밤 12시까지 마감해야 하는 <타임 푸어>의 서평을 생각하면서
계속 고민하다 결국 밤 10시반 남편에게 바톤터치를 하고 우는 아들을 놔둔 채 일어섰다.
남편은 우는 아들을
한바탕 몸놀이로 웃기게 한 뒤 딱 10분 만에 재우고 자기만의 여유시간을 가지러 TV와 플레이스테이션(게임기)을 연결하고, 나는 아들과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 다 잊어 버린 서평을 떠올리느라 1시간내내 진을 빼고 있다.
결국 오늘 밤도
나는 미션 마감을 칼같이 지키고 간단한 서평도 진지하게 몰두해서 작성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노동자'와 아들이 눈 뜨고 나서 잘 때까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멀리 하고 아들에게만 몰입하는 '좋은 엄마' 모두가 되지 못한 채 참단한 기분으로 또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다.
남편은 아들을
재우고 가뿐한 마음으로 TV오락을 즐기면서 '나는 좋은 아빠였다!'고 자부하고 있겠지만 내 머릿 속은 또 이 서평을 쓰고 난 후에는 이틀 내내
못 한 영어공부를 해야 하고, 내일은 서포터즈 발대식에 참석해야 하니 아들과 남편을 평소보다 30분 일찍 깨워야겠구나~ 혼자 해야할 일 목록을
생각하고 있다.

저자 역시 자신이
찾아낸 '타임푸어'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100% 실천 중이라는 말 대신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
짓는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참 많은 생각을 했지만 바로 실천이 아니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하지만 내 자신도
'타임푸어'이고 이 삶에서 벗어나려고 은연 중에 자꾸 생각하다보면 내일은, 일년 뒤는, 그리고 십년 뒤는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애엄마들에게, 본인이 맞벌이부부든, 전업주부든, 아니면 나처럼 파트타임잡같은 '블로거'든~
이 책을 꼭 한번
읽어 보면서 현재 자신의 삶을 점검해보라고 감히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