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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 2015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로렌 카스티요 글.그림, 이상희 옮김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15년 6월
평점 :

저는 서울에서,
그것도 강서구와 양천구라는 한정된 지역에서만 37년을 살아왔어요.
그리고 할머니를
떠올리면 늘 냄새나는 외양간 옆에 있던 푸세식 화장실과
과자라도
하나 사먹으려면 한시간 이상
허허벌판을 걸어 읍내에 있는
구멍가게까지 가야 했던 '시골에 사는
할머니'가 연상되네요.
똘망군 역시
외할머니는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근거리에 살지만,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는 아빠 차를 타고 2시간 이상 가야 하는 시골에 계신 터라 늘
친할머니라는 말 대신 '시골할머니'라고 부른다죠.
그런데 저희
어릴 때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그런건지 요즘은 저나 똘망군이 느끼는 '시골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 뵙기가 참 힘들어졌어요.
서울이
아니더라도 도시화의 영향으로 수많은
도시가 생겨나서 더 이상 '시골'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보기 어려워진 탓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그림책 속 할머니들은 하나같이 시골에 사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똘망군의
할머니는 원래 서울에서만 사시다가 귀농하셔서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고 사시지만 그림책 속 할머니들은 실제 농사를 짓는 할머니들이
대부분이고 영화 <집으로>에 나오는 것처럼 자식사랑이 끔찍하신 분으로 많이 묘사가 되요.
그래서 할머니에
대한 그림책을 읽어 주다보면 현실과 좀 동떨어진 느낌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재능교육>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일단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는 '할머니를 무척 좋아하지만 도시는 별로 안 좋아하는' 아이구요!
할머니는 빨간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빨간 가방과 빨간 부츠를 신은 멋쟁이 도시 할머니에요~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만 들어도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해지는데~
그 유명한
칼데콧아너상까지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 그림책이에요!

<재능교육>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로렌 카스티요 글·그림 /
이상희 옮김
한 눈에 봐도 굉장히 세련미가
넘치는 도시 할머니와 조금은 촌스러운 듯한 초록색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주인공의 모습만 봐도 어떤 내용이 나올까 무척 기대되는
그림책이에요!
칼데콧수상작임을 알리는 은색
스티커 역시 이 그림책에 대한 기대를 더욱 크게
하네요.

로렌
카스티요의 그림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14권이 넘는 그림책 중에서 국내에 소개된 책은 <내 친구 거북이>(원저 Melvin and the boy> [대교]와
<알피가 집을 나갔어요>(원저 Alfie runs away) [한솔], 그리고 2015년 칼데콧아너상수상작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원저 Nana in the city)가 있어요.
* 로렌
카스티요는 영어로 Lauren
castillo(로렌 카스틸로)이고 스페인어로 읽으면
카스티요가 되요.
<재능교육>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만 읽어도
로렌
카스티요의 작품이 아주 기대가 되는
터라, 다른 책들도 구할 수 있으면 꼭 읽어보고 싶네요!

그림책 서두에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알려진 뉴욕 브루클린 다리가 보이네요!
잔잔하게 흐르는 강 위로
떠다니는 유람선과 저 멀리 뉴욕에서 가장 높이 솟은 빌딩인 세계무역센터도 보여요~
이 그림만 봐도 대충 그린 듯한
수채화 속에 꼼꼼하게 관찰해서 표현한 작가의 관찰력이 돋보이네요!

"나는 도시의 아파트로 이사한
할머니댁에서 지낼 거에요."
"할머니를 무척 좋아하지만,
도시는 별로 안 좋아해요."
뉴욕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서울보다 더 복잡하고 시끄러운 대도시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터라 택시가 즐비하게 서 있고 그 높이가 가늠이 안되는 높은 빌딩들이 우뚝 솟은
그림책 속 배경에 저절로 눈이 가네요.
할머니에게 안기는 순간,
복잡하고 시끄러운 뉴욕은 잠시 어디론가
사라지지만 지하철로 내려가는 순간부터
순전히 주인공 나의 눈에 비친 대도시의 모습이 강조되어 나타나요.

주인공 나가 느끼는 대도시는
복잡하고, 시끄럽고, 무서운 게 많아요.
좋은 그림책은 글을 몰라도
그림만으로도 그 상황이 이해되고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그림책인데,
이
<재능교육>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는 모든 것을 만족하는 대단한
그림책이에요.
제가 그림책육아를 하면서 자주
들춰보는 참고서(?) 중 하나가 <우리 아이, 책날개를
달아 주자>(김은하지음)인데 이 책에서는 그림이
좋은 그림책의 조건으로 색감이
뛰어난 그림책,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한 그림책, 화면 구성이 다양한 그림책을 추천하고 있어요!
어른에 비해 키가 작은 주인공
나가 보는 대로 어두 컴컴한 지하철 안으로 들이 닥치는 수 많은 승객들,
시끄러운 공사장의 소음처럼
주인공 나가 느끼는 색깔마저도 철저히 소음 위주로만 색이
칠해지고 관심 밖의 건물들은 무채색이에요.
그리고 뉴욕은 노숙자가 많기로도
유명한데 거리의 노숙자 뒤로 뉴욕의 유명한 벽화가 지저분하게 그려 있는 모습이 저 멀리 관망하듯 그려져 있어요!


6살 똘망군은 또래보다 한글 읽기 독립을 빨리
한 부작용으로 그림책을 보면 먼저 글자로 눈이 가고, 그림은 뒷전인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칼데콧수상작답게 글은 짧지만
그림으로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터라 자연스레 그림을 먼저 보고 주인공 나의 심정에 대해 깊이 공감하더라고요!

할머니는 좋지만 도시는 싫은
주인공 나의 눈에 치친 할머니가 사는 집의 모습~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높이의
빌딩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주네요!
심리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빌딩 앞에 선 할머니와 주인공 나의 뒷모습이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네요.


도시가 복잡하고, 시끄럽고,
무섭다고 말하는 손자를 위해서 할머니는 밤새 뜨개질을 해서 멋진 빨간 망토를
완성했네요!
"오늘 이 망토를 걸치고 산책
나가자. 그러면 도시가 하나도 안 무서울거야."라고 다독여주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구구절절 느껴지네요!


할머니의 사랑 덕분인지 할머니가
떠 준 빨간 망토를 걸치고나니 주인공 나는 용감해진 것 같다고 느끼게 되요!
"에이~ 거짓말!"
똘망군은 친구가 거짓말을 한다고
놀리면서도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선물에서 계속 눈을 떼지
못하네요!
사실 똘망군의 친할머니는
똘망군이 태어난지 50일 되던 날 뇌경색으로 쓰러 지셔서
후유증으로 인지장애가 있으시거든요.
그래서 그림책 속 주인공 나처럼
친할머니가 직접 선물을 만들어주시거나 단 둘이 집 근처로 나들이를 가본 적도 없어요.
살짝 딴 세상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부러운지
한참동안 주인공 나의 등에 걸친 빨간 망토를 봐라보더라고요.



여전히 도시는 복잡하고,
시끄럽지만 꼭 무서운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주인공이에요!
책의 전반부에 등장했던 도시
곳곳이 다시 등장하지만 복잡한 느낌보다는 활기찬 느낌이, 소음보다 경쾌한 음악이, 그리고 무서움보다 따듯한 정이 느껴지는 도시의
모습이에요!
이 책을 읽어주면서 특히
노숙자에게 할머니가 빵을 사서 건네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해지는 느낌이 진하게 들더라고요!

심지어 할머니네 집에서
내려다보는 빌딩 밖 야경도~
사랑이 담긴 눈으로 바라봐서
그런지 굉장히 따듯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드네요!


며칠간 할머니와 함께 도시에
머물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
주인공은 할머니에게 다시 빨간
망토를 돌려드리며 "이 망토가 할머니에게 용기를
줄 거에요."라고
속삭이네요!
분명 책의 첫 페이지와 같은
그림인데 흑백으로 표시되던 도시의 모습이~
연한 색이지만 색이 칠해져서
보이는 건 저만의 착각이 아니겠죠?

책을 덮으면서 집 근처에 살지만
메르스 때문에 한달 반 넘게
못 뵌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똘망군이네요!
아무래도 뛰어난 손재주로
똘망군이 아기였을 때부터 털스웨터와 털모자, 장갑 뿐만 아니라 털실인형까지 만들어주시는 외할머니가 떠올랐나봐요~
똘망군도, 외할머니도 서울에
살기에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의 주인공 나가 느꼈던 심리변화까지 똘망군이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나봐요.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도
그림만으로도 마음에 쏙 드는 <재능교육>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를 꼭 읽어 보라고 강추하고
싶네요!
칼데콧 아너상 수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멋진 그림책이었네요~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