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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40
존 클라센 그림, 맥 버넷 글,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8월
평점 :
아이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 시공주니어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by 존 클라센
5살 아들에게 읽어줄 그림책을 고르다보면 가끔 그림책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하려면 어른이 되어야 이해할 것 같은 그림책을 만나게 되요.
물론 5살 아들 눈높이에 맞춰서 그림 위주로 책을 보여주고 줄거리 정도만 요약해서 알려주어도
충분하겠지만 그러기엔 그림책이 아깝다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어요.
오늘 소개하려는 그림책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역시 그런 범주에 속한 그림책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저자가 어느 인터뷰에서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뒷마당에 숨겨져 있는 보물들을 직접 찾아보기
바란다'고 했다는데, 5살 아들은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자와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집에 있는 모종삽을 들고 놀이터로 나가 무작정 땅을
파헤쳐서 말리느라 혼났답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가 고작 '책을 읽고 땅을 파헤쳐보세요'라고 보기에는 숨겨진 의미가 너무 많은 듯
싶어서 다소 아쉬웠어요.
아들이 10년 후, 20년 후에 스스로 이 그림책을 꺼내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나가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 싶어요.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240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존 클라센 그림 · 맥 바넷
글
서남희 옮김
<내 모자 어디 갔을까?>와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를 통해 익숙한 작가 존 클라센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맥 바넷과 함께 기획부터 제작까지 5년에 걸쳐서 만들었다는 작품이 바로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에요.
이미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미 한차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해지네요!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는 제목 그대로 샘과 데이브가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으러 땅을 파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요.
땅 속 깊숙한 곳까지 계속 땅을 팠지만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내지 못하자 다른 쪽을 파보기로
결정을 하죠!
예전에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를 읽으면서 책의 주인공은 못
알아 차리지만 독자들만 알 수 있는 비밀들이 책에 숨겨져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에서도 작가의 센스는 그대로 발휘가 되요~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파내려가는 땅굴 주변으로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으로 대변되는 다이아몬드가 독자들
눈에만 보이니 말이죠!
아, 액자구조는 아니지만 또 하나의 화자, 샘과 데이브와 함께 모험길에 오른 강아지 역시 땅 속을
투시하듯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이 놓여있는 곳으로 계속 시선을 향하고 있어요.
5살 아들의 눈에도 조금만 땅을 더 파내려가면 보일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내지 못하는 샘과
데이브가 어리석어 보였나봐요.
"이런 바보들!!! 조금만 더 파내려가면 되는데~ 으하하~~" 하면서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이 보일
때마다 손으로 가르키면서 함박웃음을 짓네요!
아무리 땅을 파도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이 나오지 않자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다시 샘과 데이브가
각자 다른 방향을 파보기로 결정을 해요.
하지만 그림책에서 보이듯 참 아슬아슬하게 보물의 위치를 피해서 땅을 파헤치고, 계속 강아지만이 눈빛으로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어요.
결국 지쳐버린 샘과 데이브는 까무룩 잠이 들고, 그 사이에 뛰어난 후각으로 뼈다귀를 찾아낸 강아지만
계속 땅을 파게 되죠!
그러다 요즘 TV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싱크홀을 연상시키 듯 갑자기 샘과 데이브는 강아지와 함께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해요.
5살 아들은 이 장면이 너무 재미있다고 자기도 떨어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싱크홀의 무서움을 아는
저로서는 살짝 무섭더라구요.--;
놀랍게도 샘과 데이브 그리고 강아지가 떨어진 곳은 처음 땅을 파기 시작하던 집 마당의 부드러운 흙
위에요.
"어~ 아까 여기에 사과나무가 있었는데!"
평소 그림책의 그림을 유심히 보는 5살 아들이 먼저 말문을 열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똑같은 집이라고
생각했던 앞마당에 미묘한 변화가 있네요.
아들의 말대로 사과나무는 배나무로 바뀌었고, 그 외에도 닭 풍향계는 오리 풍향계로 바뀌었고, 집을
지키는 고양이의 목걸이는 주황색에서 파란색으로, 난간 위 주황색 튤립 화분 대신 파란색 꽃 화분이 놓여 있어요!
물론 5살 아들의 눈에는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사과 나무만 눈에 띄였을 뿐이지만 그래도 꽤 예리한
지적이었네요.
책을 읽은 후 '이 책을 어린이와 함께 읽는 분을 위한 안내'라고 쓰인 작품 설명을 읽다보니 이 같은
그림 설정에 대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공간'이라는 표현을 썼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우리의 하루는 정말 특별한 몇몇 사람을 빼곤 항상 익숙하면서 반복되는 일상이 반복되곤
하는데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려고 샘과 데이브는 땅을 파기 시작했지만 결국 얻은 건 아무 것도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과 데이브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어."라면서 마무리를 짓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기 위해서 처음 땅을 파던 설레임이나 조금 더 노력하면 될 것 같은 기대,
그리고 땅을 파는 방향을 변경하는 도전과 계속 땅을 파도 찾을 수 없는 고난처럼 땅을 파면서 보낸 시간이 모두 헛되이 보낸 게 아니었기
때문이죠.
솔직히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명언이 떠오를 정도로 엄청난 고생을 한 샘과 데이브지만,
땅을 파는 도전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보다 더 귀한 경험이 되어서 그 둘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5살 아들이 크면 샘과 데이브처럼 조금 무모해보여도 독특한 경험들을 많이 해보도록 권유하고
싶어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45일간 인도와 네팔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경험들이 살아가면서
참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3박 4일 낙타를 타고 사막여행을 하면서 물이 없어서 헛것이 보일 뻔 한 경험부터, 갠지스강에서 본
반쯤 탄 시체와 그 옆에서 수영을 하는 인도 아이들, 그리고 타고난 계급이 낮아서 상류계급과 말도 걸지 못하는 릭샤꾼이라던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만원버스에서 풍기던 누린내라던가...--;;;
배낭여행에서 얻은 거라곤 솔직히 사진 뿐이 전부였지만 돈으로도 구할 수 없는 온갖 고생과 추억 범벅이
아직도 종종 떠오르는 걸 보니 저 역시 샘과 데이브처럼 특별한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5살 아들도 그런 경험을 한 후에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를 다시 읽어본다면 좀 더 느끼는게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네요.
5살이기에, 그림책에서 본 그대로 자기는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으러 옆으로 쭉쭉 땅을 팔 거라는
아들이에요.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이 무얼까 물었더니 자기가 그릴 수 있는 한 가장 큰 원을 그리면서
"이~~~만큼 큰 공룡!"이라고 대답하는 천진난만한 아들이었네요~
그리고 빨리 놀이터에 나가야 한다고 재촉을 해서 나갔더니......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모종삽을 들고 놀이터 곳곳의 땅을 파헤치더라구요.ㅠ.ㅜ
더 이상 민폐를 끼칠 수가 없어서 '내일 시골 할아버지댁에 가서 실컷 땅을 파라!!'고 달래서 겨우
집으로 들어왔어요.
아들이 놀이터 땅속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는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의 정체는 끝내 알아낼 수
없었지만, 시골 할아버지댁에 가서 고구마라도 캐고 오면 모험심의 일부는 충족될 것 같네요.
저도 내일 추석 명절을 쇠러 시댁에 내려가는데, 붐비는 고속도로 위에서 제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이 과연 무엇일까, 고민 좀 진지하게 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