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가는 길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7
존 버닝햄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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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7 <동물원 가는 길>

존 버닝햄 그림·글 / 이상희 옮김

 

 

지난 5월, <엄마가 읽어줘야 할 그림책은 따로 있다> 저자 강연회가 집 근처에서 열려서 다녀왔네요.

이미 그 전에 이 책을 읽고 서평도 썼었고, 저자 심정민 선생님을 만나서 아들의 독서교육에 관한 상담도 받았던터라 또 어떤 내용에 대해 알려주실까 궁금했었는데, <엄마가 읽어줘야 할 그림책은 따로 있다> 책에서는 에피소드별로 나뉘어 책 하나에 대한 스토리텔링식 독후활동에 대한 팁이 주어지는 편이었고, 강연에서는 책 내용을 벗어나 전반적인 독서에 대한 팁을 제시하는 편이었네요.

 

2달이나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내용이 하나 있다면 바로 그림책의 거장 모리스 샌닥과 그의 뒤를 잇는 앤서니 브라운, 그리고 존 버닝햄의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비교분석하는 내용이었는데요!

 

모리스 샌닥은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이 강한 주인공을 내세워서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들이 그의 책을 읽고 스스로 못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캐릭터를 잡았다고 해요.

 

그리고 존 버닝햄은 3명의 작가 중 가장 일반적인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현실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 냉소적이고 무심한 어른들과 그들과 함께 사는 아이들의 외로운 내면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했어요.

그리고 상상과 현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다가 책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버리는 장면이 꼭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구요.

 

마지막으로 앤서니 브라운은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정서가 불안한 아이들을 주된 캐릭터로 잡았는데, 현실 세계 안에 상상의 세계를 포함하는 배경이 돋보이기 때문에 존 버닝햄의 작품보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이 좀 더 큰 아이들에게 맞는다고 하더라구요.

 

왜냐하면 상상하지 않으면 현실 인식이 어려운게 일반적인 아이들의 모습인데, 이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시점이 바로 4-5세라서, 존 버닝햄의 작품이 이 시기에 어울린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그 날 이 강연을 듣고 집에 와서 존 버닝햄의 작품을 찾아보니 비룡소에서 나온 <지각대장 존>이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의 머리는 이미 상상력이 말라버린 상태라서 그런지 그닥 재미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5살 아들은 그 책을 읽어준 후로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날마다 "엄마, 오늘은 악어가 내 신발을 물어 뜯어서 어린이집에 못 갈 것 같아!", "엄마, 티라노사우루스가 내 간식을 다 먹을까봐 걱정되서 어린이집에 못 가겠어!"라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대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상상력의 부재라기 보다는 아이를 믿지 못하고 야단만 치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느낀대로 상상해서 표현하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나무라는 제 모습이 엿보여서 <지각대장 존>이 재미없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이번에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동물원 가는 길>을 만나보게 되었어요.

5살 종호는 얼마 전에 과천 서울대공원에 다녀온터라 책등에 적힌 제목만 보고 진짜 동물원에 가는 이야기인 줄 알고 읽어 달라고 들고 왔어요.

그런데 책 표지부터 시작해서 그림만 살짝살짝 보고 넘겨도 동물원 내용이 나오지 않자 살짝 뿔이 났더라구요.

 

"이 친구 이름은 실비인데, 실비는 자기 방에 동물원으로 가는 비밀문을 발견했대~~ 종호는 방에 비밀문이 있다면 어디에 가고 싶어?" 라면서 책을 덮은 채 호기심 끌기를 시도하자 그제서야 책을 펼치고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지각대장 존>을 읽어줄 때는 못 느꼈던 여백의 미가 확~ 드러나는 <동물원 가는 길>이에요.

 

주인공 실비가 침실 벽에서 문을 발견하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 사는 동물원이 나와요!

이 장면을 보는데 문득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4남매가 방안 옷장을 열고 나니아 세계로 가는 장면이 떠오르더라구요!

 

아주 어린아이부터 큰 아이들까지 동심이 남아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환타지가 존재하는 듯 싶어요.

 

 

 

 

동물사랑이 남다른 아들이라 그런지, 아니면 5살 이 시기가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어하는 유아사춘기 시초라서 그런지 처음과 달리 종호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하네요!

 

 "엄마, 나는 내 방에 백악기로 가는 터널이 있었으면 좋겠어!  Dinosaur train(아기공룡버디)에 나오는 그런 터널! 그런데 티라노사우루스는 너무 커서 걔가 통과하려면 아주아주 큰 터널이어야겠다! 그치?"

 

물론 <동물원 가는 길>을 읽고 있지만 종호의 머릿 속에서는 실비가 비밀의 문을 열고 동물원과 조우하듯, 종호는 타임머신 기능이 있는 터널을 지나 백악기의 티라노사우루스와 조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동물원 가는 길>의 실비는 밤마다 비밀의 문을 열고 내려가 동물들을 데리고 와서 같이 자고 다음날 아침에 데려다주는 일을 반복했어요.

코알라, 펭귄, 호랑이, 새 등 다양한 동물들을 데리고 와서 욕조에서 물놀이도 하고 같은 침대에서 자기도 했어요.

 

 

 

 

아기 코끼리처럼 덩치가 커서 함께 빠져나오지 못하는 동물들은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대요.

 

상상력이 떨어지는 엄마는 책을 읽어주면서 음..그런가보다 라고 넘기기 일쑤인데, 종호는 이 장면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는지 자기도 속상하다고 하더라구요.

 

"문이 조금 더 크면 아기 코끼리도 들어올 수 있을거야! 내가 문을 좀 더 크게 그려줄까?" 하더니만 책 위에 연필로 문을 그리려고 덤비는 바람에 가까스로 말렸어요.--;

 

 

 

 

 

그러던 어느날, 실비는 늦잠을 자서 급하게 학교에 가느라 비밀의 문을 닫고 가는 것을 잊고 말아요.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보니 거실에는 동물들이 그득했어요.

 

 

 

 

이 모습을 보고 실비가 펄쩍 뛰며 화를 내자 동물들은 모두 가버렸어요.

 

바로 이 장면이 존 버닝햄 작품의 특징인, 현실과 상상의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는 바로 하이라이트 장면이죠!

물론 5살 종호는 "엄마, 실비가 왜 화를 내? 친구들이 많아지니깐 더 좋은데 말이야~"라면서 화를 내는 실비를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이내 "나도 청소 안하면 엄마한테 혼나는데 실비도 동물 친구들이 지저분하게 놀아서 혼나겠다, 그치?"하면서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더라구요.

 

 

 

 

 

엄마가 돌아오기 전에 거실 청소를 서둘러 하지만, 집에 돌아온 엄마는 실비에게 소리를 치면서 야단을 치네요.

 

"온갖 동물들이 몰려와 놀다 간 것처럼 어질러 놓았네. 내가 집을 비울 때는 실비 너도 나가 노는게 좋겠어."

 

아이의 상상력에 무심한 엄마의 말을 소리내어 읽는데, 앗, 내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이 팍 들어서 마음이 참 찔렸네요.

아마 종호도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 크게 관심이 없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실비와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미안해지기까지 했어요.

 

요즘도 실비는 이따금 밤에, 아기 곰 같은 털북숭이 동물들을 방으로 데려와요.

하지만 학교에 가기 전에 잊지 않고 동물원으로 가는 문을 꼭꼭 닫아 놓는답니다.

 

하지만 책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네버엔딩 스토리로 끝이 나지 않았음을 암시하지요.

그리고 책의 연장된 스토리처럼, 엄마의 이런 무심함에도 5살 아들의 상상의 세계 역시 끝이 없이 지속된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네요.

 

 

 

 

책을 다 읽고 난 후, 아들과 어떤 독후활동을 해볼까? 고민할 새도 없이 안방에서 공룡텐트를 질질 끌고 와선 직접 설치하는 종호였네요!

 

그리고 그 안에 하나 둘 집에 있는 공룡 피규어들을 모아놓고 공룡놀이 삼매경에 빠졌어요!

 

 "엄마 이건 비밀인데~~~ 엄마한테만 말해줄게! 나는 지금 백악기 터널에 들어와 있어~ 여기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살아! 쉿! 티라노사우루스가 지금 사냥 중이래! 쉿!"

 

왠지 아들의 상상의 세계를 더 망가뜨리면 안될 듯 싶어서 사진만 몇 장 찍곤 후다닥 방에서 빠져 나왔어요.

조용히 문을 닫아주니 방안에서는 진짜 공룡의 세계로 날아간 듯~ 우당탕~~~ 공룡들 소리까지 내면서 혼자 시끄럽게 놀더라구요.^^:;

 

존 버닝햄의 상상과 현실을 교묘히 오가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동물원 가는 길>!

아이부터 어른까지 각자의 상상의 세계에 푹 빠져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인 것 같아요~

 * 시공주니어북클럽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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