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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도 꼼짝 못하는 우리 엄마 ㅣ 꿈상자 12
천미진 글, 고원주 그림 / 키즈엠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주로 전집 위주로 책을 구입하다가, 단행본의 매력에 빠지게 해 준 고마운 출판사가 바로
키즈엠이에요.
주변에서 유아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키즈엠
단행본들을 권해주곤 하는데요~
그간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국내창작 유아책보다는 외국창작 유아책을 번역해서 파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는데 이젠 꿈상자라고 국내창작 유아책만 다루는 시리즈가 생겨서 읽을 떄마다 우리나라 유아책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되었네요!
오늘 추천하려는 유아책 <사자도 꼼짝 못하는 우리 엄마>는
5세이상 추천 그림책인데, 5살 종호에게는 유쾌,통쾌함을 잔소리꾼 엄마에게는 창피함과 미안함을 가져다주는
책이랍니다!
키즈엠 꿈상자12 <사자도 꼼짝 못하는 우리
엄마>
글 천미진 그림 고원주
깔끔하게 단장을 하고 식탁 앞에 앉아있는 여우와 사자,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산 엄청난
풍선들~
여우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백수의 왕 사자도 꼼짝 못하게 한걸까요?
그림책을 읽어 주기 전에 5살 아들과 표지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많은 풍선들이 바람을 타고
가다가 빵~터져서 사자가 놀래는 장면이라고 하네요!ㅎ
과연 저 많은 풍선들은 어떤 풍선이길래 사자가 저리도 괴로워하는건지~ 표지가 호기심을 잔뜩 불러
일으키네요!
첫페이지만 펼쳐도 표지의 많은 풍선들은 5살 종호가 상상하는 알록달록 풍선들이 아니라, 엄마가 내뱉는
엄청난 말들을 담은 말풍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네요.
주인공 밀로는 5살 종호와 마찬가지로 씻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고, 옷도 주관이 생겨 자기가 입고
싶은대로 입는 천방지축 여우랍니다.
그리고 밀로 엄마는 저를 비롯하여 많은 대한민국 엄마들이 그러하듯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자꾸 아이의
사생활에 참견하게 되고 잔소리를 내뱉게 되는 평범한 여우 엄마이구요.
식사를 할 때도, 등교길에도 밀로 엄마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는 계속 이어지구요.
그런 엄마의 잔소리가 싫어도 싫은 내색만 할 뿐 그대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밀로의 안타까운 모습도
그려지네요.
그리고 이 책을 읽어주는 제 자신은 점점 밀로엄마에게서 내 모습을 보는 듯 해서 미안해지고,
5살 종호는 밀로가 자신이라도 되듯 "우리 엄마도 그러는데~~"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면서 감정이입을
시작해요.
배고픈 꼬마사자가 먹이를 찾아 헤매다 밀로엄마의 호두파이 냄새를 맡고 밀로네 집에
들이닥치네요.
순식간에 호두파이를 먹어치운 뒤 더 내놓으라고 으르렁 거리는 꼬마사자에요!
밀로 엄마는 호두파이를 더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밀로에게 그렇듯 꼬마 사자에게도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호두파이를 안 만들어준다는 협박으로 꼬마 사자도 밀로 엄마가 원하는 스타일로 씻기고 다듬기
시작했어요.
책을 읽어주면서 정말 뜨끔했던 부분인데, 제가 놀이터에서 종호네 어린이집 친구를 보면 친근하다는 이유로
저도 모르게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동네 엄마들은 저를 보고 어린이집 선생님 했었냐고 아이들하고 잘 놀아주고, 아이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고 하지만 뒤돌아보면 저 역시 밀로엄마처럼 남의 아이에게도 저희애 대하듯 잔소리를 했던 것 같아요.ㅠ.ㅜ
꾀죄죄하던 사자는 어디론가 가고, 2:8 가르마를 한 밀로와 형제 지간이라 오인 받을 정도로 꾸며진
(밀로 엄마의 패션 스타일이 좀 독특하죠!) 사자로 변신했어요!
집에 돌아온 밀로는 처음에 사자를 보고 겁내하지만 곧 엄마의 잔소리라는 화두로 금새 친해져서
소곤거리면서 호두파이를 먹게 되네요.
5살 종호와 함께 유아책 <사자도 꼼짝 못하는 우리 엄마>를
읽어보면서 평소에 종호에게 비춰지는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종호가 듣고 싶은 말, 듣기 싶은 말은 어떤 것이 있는지 같이 이야기를
해보았어요.
"엄마,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가 어떤 말을 할 때 종호 기분이 좋을까?"
"나는 엄마가 어제 놀이터가서 그네 밀어 줘서 좋았어. 높이 높이 날려줘서
좋았어."
"그런게 좋았구나~ 그런데 엄마가 어떤 말을 하면 더 기분이 좋을까?"
"종호 잘했어요~ 하이파이브! 할 때 기분이 좋아!"
"그럼 엄마가 어떤 말을 하면 기분이 안 좋을까?"
"오늘 아침에 엄마가 밥 빨리 먹으라고 해서 기분이 나빴어. 나는 콩이 싫은데 엄마가 콩밥 먹으라고해서
싫었어."
"콩을 먹어야 종호 키가 쑥쑥 크는데~ 키가 쑥쑥 커야 88열차 타러 가지~"
(지난 번에 서울랜드에 갔는데, 종호가 88열차가 타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나이도 어린데다 키 제한도
안되서 키가 커야 탈 수 있다고 말했더니 밥 잘 먹겠다고 약속을 했었답니다!)
"또, 엄마가 나는 얇은 옷 입고 싶은데 반팔 티셔츠 입으라고 해서 싫었어!"
"얇은 옷은 내복이라서 잠잘 때만 입는거쟎아~ 어린이집에 입고 갈 수 없는
옷이야!"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또 아들 말에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더라구요.--;;;
나름 아들을 걱정한다고, 눈높이에서 이야기해준다고 스스로는 생각하지만 밀로엄마처럼 저도 모르게 잔소리만
계속 늘어놓게 되는 것 같아요.
"밀로하고 사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걸까?"
"밀로 엄마가 너무 말이 많다고 속닥거리네!"
"종호가 보기에도 밀로엄마가 너무 말이 많은 것 같아?"
"응!!!!!! 근데 밀로가 나쁜 애 되지 말라고 하는 말이야!"
이 말 들으면서 어찌나 뜨끔한지...
제가 책 읽어주기 한시간 전에도 종호한테 잔소리를 하고나서 "엄마 말 잘 들어야 착한 아이지~엄마는
종호가 착한아이가 되면 좋겠어." 라고 덧붙였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유아책 <사자도 꼼짝 못하는 우리 엄마>는 아들에게
읽어줄 때마다 엄마에게 미안함과 앞으로는 잔소리 좀 줄여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고, 아들에게는 엄마의 잔소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밀로와 사자의 입장에서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는 통쾌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 같아요!
종호가 한글을 쓸 수 있다면 밀로 엄마가 밀로에게 잔소리하는 페이지를 스캔해서 말풍선에 엄마가 평소
많이 하는 말을 적어보기 같은 독후활동도 진행해보고 싶었는데 아직 한글을 쓰려면 엄마 도움이 많이 필요한지라 그건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시도해보려구요!
평소 우리 아이에게 내가 잔소리를 좀 많이 한다 싶은 엄마라면~ 오늘 하루만큼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읽어주면서 같이 깔깔거리면서 웃으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