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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 생쥐니?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56
로버트 크라우스 글, 호세 아루에고 그림, 맹주열 옮김 / 비룡소 / 2014년 3월
평점 :
아이의 자존감 형성을 돕는 그림책 -비룡소 <넌 누구
생쥐니?>
로버트 크라우슬 글 · 호세 아루에고 그림 / 맹주열
옮김
어릴 적에 부모님께 자주 듣던 말 중에 하나가 "넌 엄마 딸이니? 아빠 딸이니?"라는
말이었네요.
다른 아이들은 그때그때의 기분 상태에 따라서 척척 대답하거나 "아빠 엄마 모두의 딸이요!"라고 재치
넘치는 대답을 하기도 하던데.. 전 부끄럽게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부모님께서 주로 부부싸움을 하시거나,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길 바랄 때 이런 질문을 많이 했기
때문에 대답하기가 참 난처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저는 5살 종호를 키우면서 "넌 누구 아들이니?"라는 질문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아이가 이 질문을 받고 어린 시절 나처럼 곤란해할까봐 미리 걱정을 했던 거지요.
이번에 <넌 누구 생쥐니?>를 읽고 조심스레 물어보니 "나는
이종호야!"라고 제3의 대답을 하는 아들이네요.
이미 자존감이 형성되었다고 좋아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애착형성이 부족해서 저리 대답하는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참 알쏭달쏭하네요.
" 넌 누구 생쥐니?"라는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생쥐의 대답은
"난 누구의 생쥐도 아닌데!"에요.
얼핏 보면 5살 종호의 대답과 비슷한데, 질문자로부터 등을 돌리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사뭇
다르네요.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화자는 "그래? 그런데 네 엄마는 어디 있어?"
라면서 생쥐에게 가족의 위치를 물어보는 질문을 계속 던지지요.
엄마 쥐는 커다란 고양이 배 속에 있고,
아빠 쥐는 무시무시한 덫에 갇혀있고,
누나 쥐는 아주 먼 곳에 있다고 하네요.
"넌 누구 생쥐니?"라고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와 달리, 화자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하면서 생쥐는 점점
가족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네요.
그런데 가족들 모두 힘들고 난처한 상황에 빠져 있어서 이야기만 듣다보면 "아이쿠, 이런~
어떻하니!"라는 추임새가 절로 나오네요.
마지막에 남동생 생쥐에 대한 질문에는 없다고 대답하면서 아주 곤란한 표정을 짓는
생쥐에요.
가족의 소중함과 함께 자신의 어려운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상태인거죠!
하지만 가족의 위치에 대한 대답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어떻게
할거야?"라는 질문에 용감하게 대처하기 시작하네요!
고양이를 마구 흔들어서 엄마 쥐를 구하고,
덫을 톱으로 잘라서 아빠 쥐를 구하고,
열기구를 타고 가 아주 멀리 떨어진 누나 쥐까지 구출해내요!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 등을 돌리고 가족에 대해 생각하기 조차 힘들어하던 생쥐는 가족들을 구해내면서
점점 얼굴에 생기가 넘치네요!
자신이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음을, 그리고 자신도 가족들을 사랑하고 있음을 몸소 체험하게
된거죠!
그래서 이젠 없던 남동생 생쥐도 만들어 달라고 기도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네요~
외동이라서 늘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조르는 종호 역시 이 장면을 보면서 "우리 엄마 배에는 여동생이
들어 있어!" 하면서 엄마 배를 힐끗 쳐다보네요.--;;
애 낳고 키우면서 몸매관리를 너무 등한시했더니.. 진짜 임신5개월은 된 듯한 똥배가 있는데.. 아들의
눈에는 그 안에 여동생이 들어 있다고 생각되나보네요.ㅠ.ㅜ
마지막으로 "그럼 이제 넌 누구 생쥐니?"라는 질문에 처음과 달리
자신있게 대답을 하는 생쥐에요!
난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쥐이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우리 아빠 생쥐이고,
또 사랑하는 우리 누나 생쥐라고 말을 해요~
그리고 남동생이 생겼다면서 수줍게 말하는 장면에서는 포옹을 하듯 두 팔을 꼬옥 껴안고 있는 모습을
통해서 남동생도 역시 사랑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 주면서 아들을 꼬옥 안고 "엄마는 우리 아들 사랑해~ 아빠도 우리 아들 무척
사랑한대~"라면서 이야기를 해줬더니 아들도 "나도 엄마를 사랑해! 아빠도 사랑하고~"대답하네요.^^;;;
이 책이 아이의 자존감 형성을 돕는 그림책이긴 하지만 짧고 간결한
대화체에 비해 담고 있는 철학적 의미가 깊은지라 좀 더 큰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 44개월 아들에게는 이 책이 담고 있는 가족간의 사랑과 성장기 유아의 자아 형성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가족을 구하러 가는 용감한 아기 생쥐의 무용담(?) 정도로만 보여지는 것 같거든요.
아들에게 "엄마랑 아빠가 위험한 일에 처했을 때 너는 어떻게 할거니?"라고 질문을 해봤지만,
"번개맨 아저씨랑 구하러갈게!"라고 대답하는 천진난만한 아들이라서 참
난감했네요.--;;
미국 도서관 협회, 미국 국회도서관 추천도서로 1970년에
발행되어 30년 넘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책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가끔 읽어주면서 아들의 생각 변화를 좀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언젠가는 이 책에 담겨진 깊은 의미를 이해하고~ "나는 사랑하는 엄마 아들이야! 사랑하는 아빠
아들이야!"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