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
신규진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사람들]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대로 큰다 (신규진 지음)


 

처음 이 책을 읽은 건 2주 전인데 그때는 에세이식으로 쓰인 글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면서 나도 신규진 선생님처럼 자녀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아이를 존중하며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난 주 갑작스럽게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정신없이 장례식을 치른 뒤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를 다시 읽어보니 저희 아버지가 저에게 보여주셨던 모습이 자꾸 오버랩되서 한참 눈물이 나더라구요.


학창시절 아버지는 "공부해라"라는 말은 단 한번도 하신 적이 없고 제가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제 앞에서 성적표를 갖고 말씀하신 적이 없어서 가끔 관심 좀 달라고 투정을 부릴 때도 있었네요.
그런데 대학교에 입학 후 아버지 사무실에 놀러갔더니 주위 분들이 매일 칭찬하는 딸이 저 였냐고 제 성적표랑 상장 등을 아버지가 코팅까지 해서 놓아두고 자랑을 하셨다고 하네요.

 
그리고 고등학교때 논술을 준비하려면 다양하 신문 사설란을 읽는게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매일 퇴근하실 때마다 지하철에 놓인 신문들을 싸그리 모아오셔서 사설란과 주요 기사만 스크랩해서 제게 주셨네요. 
또 대학교 원서 쓸 때는 자기소개서 써야한다는 말에 교보문고에서 자기소개서라고 쓰인 책을 잔뜩 사들고 오시기도 했지요.
그 책들 대부분은 입사용 자기소개서라는 걸 아버지는 모르셨던 것 같지만 덕분에 서울대학교에 무사히 붙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걸스카우트 서클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도 대학교때 학생운동과 각종 동아리 활동에 관심을 보이느라 학업은 뒷전이었을 때도 아버지는 반대없이 늘 묵묵히 뒤에서 지원만 해주셨네요.
물론 저 홀로 인도 배낭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나 일년간 호주에 간다고 했을 때는 반대가 심하시긴 했지만 왠만해선 제 의견을 존중해주시고 절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제가 결혼하기 전날 예비사위 앞에서 이젠 저를 잘 부탁한다며 저에겐 이제 너는 출가외인이니 친정 걱정말고 시부모님을 부모로 알고 살거라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네요.
저도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에 나오는 말처럼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아들에게 잔소리만 늘어놓고 부모의 기대에 부흥하라고 몰아세우지 않고 아들을 믿고 긍정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마음에 남는 글귀..

 

p.21  부모는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게 마련이다. 잔소리는 훗날 아이의 인생에 보약이 될 테지만 남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달콤한 말도 자주 들으면 질리는 법인데 쓴소리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p.38  혼내는 것과 화내는 것은 다르다. 전자가 문제에 초점을 두고 합리적인 설명으로 따끔하게 일러주는 것이라면 후자는 감정의 홍수에 빠져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감정을 폭발시킬 작정으로 아이를 혼내는 부모는 없다. 대개는 화내지말고 차분하게 가르쳐야지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애초에 마음먹은대로 감정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p.72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아이의 경우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부모에게 있다.
자녀에게 어릴수록 부모는 24시간 편의점이 되어주어야한다. 아이가 무엇을 요구하면 즉각 반응하고 들어 줄 수 없는 일이라면 왜 안되는 지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아이들은 부모의 반응에서 본능적으로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존중받는 아이가 떼를 쓸 하등의 이유가 없다.

p.119  공부를 위한 최강의 동기는 즐거움이다. 그 즐거움은 공부 자체가 목적일 때에 얻을 수 있다. 생존을 위해서 안전을 위해서 자존심을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면 공부는 괴로운 일로 전락한다.
부모가 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은 아이가 배움 자체에 흥미를 느낄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공부에 조건을 달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대신 자녀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하면 된다.

p.148  감정표현 칭찬은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칭찬이다. 감정표현의 주어는 너가 아니라 나다. 칭찬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행동이며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이다. "네가 청소한 덕분에 집안 분위기가 상쾌해졌어! 고마워" 같은 식이다. 이 경우 칭찬의 관점은 청소행위이고 감정은 상쾌함과 고마움이다. 담백한 칭찬이라 할 수 있다.
인물평가 칭찬은 너를 평가하는 칭찬이며 구체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청소했어? 아이고 착해라!" 이 경우는 청소가 착한 아이의 조건이 되어버린다. 때문에 청소를 하지 않으면 나쁜 아이가 될 수 있다는 부담도 함께 주는 셈이다.
러시아 속담에 착하다고 칭찬해서 추위에 떨게한다는 말이 있다. 인물 평가 칭찬이 희생양을 만들 수 있음을 풍자한 말이다.

p.161  아이 메시지의 핵심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아이 메시지의 첫 문장은 대개 때 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런 메시지들은 너 라는 말을 쓰고 있어도 비난 평가 훈계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담담한 표현이다 .
둘째 아이메시지의 두번째 문장에는 너의 행동 때문에 발생하는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밝힌다.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설명해주는 일은 매우 유익하다.
셋째 아이메시지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직접적으로 너 때문이다라고 하지 않는데 초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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