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작은 인생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다 - 전직 어린이집 교사가 작정하고 털어놓은 아이들의 숨겨진 사생활
최경애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0~2세 무상보육 정책이 나온 이후로 오전 내내 그 많던 아이들이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간 것마냥 하나도 보이지 않네요.

무상보육인데 집에서 애를 키우면 오히려 손해라거나, 세살이 넘었는데 집에서만 키우면 아이의 사회성이 뒤떨어진다거나 하는 온갖 말들에 귀를 막고, 만세살까지는 엄마가 옆에서 보육해주는게 정답이라는 생각으로 그간 어린이집이나 문화센터 같은 기관에 보내지 않고 있었네요.

하지만 사람이 드문 오전 시간, 놀이터에 나가면 "친구가 없어서 심심해." 라면서 근처 어린이집 하원시간인 오후 5시 이후에 놀이터에 나가자는 아들인지라 지금이라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나 가끔 고민 중인 4살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그런 와중에 책 제목만으로도 참 끌리는 [포북스] 아이의 작은 인생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다. 책을 읽어보게 되었네요.

게다가 이 책의 저자가 어린이집에서 3~7세 전담 보육교사로 10년이상 근무했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참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들었지요.

그래서 당장 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모두 뒤로 미루고 이 책을 받자마자 열심히 읽어보았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제 기대가 너무 컸었는지 아니면 아직 어린이집같은 기관을 보내본 적이 없는 엄마여서 그런지 저에게 해당하는 Story1 그래도 믿고 맡길 만한 [어린이집 고르기] 체크리스트Story3 간식시간과 점심시간은 '사람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정도만 아주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었고 Story2 어린이집 교사일 때는 차마 할 수 없었던 속에 말들Story4 엄마들은 몰라요 어린이집 아이들의 진짜 사생활은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읽어 내려갔답니다.

특히 Story4 엄마들은 몰라요 어린이집 아이들의 진짜 사생활은 어린이집에서도 형님반으로 분류되는 5~7세, 그 중에서도 7세 위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4세 아들을 둔 엄마인 저에게 더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내 아이의 미래려니 싶어서 읽어 내려갔는데 글은 전반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따듯한 사랑으로 가득찬 에세이 형식이라서 읽는게 지루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지은이가 계속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계신다면 그 어린이집을 우리 아이의 첫 어린이집으로 선택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을 많이 사랑해주시는 분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네요.

 

 

제가 꼼꼼히 체크해가면서 읽었던 Story1 그래도 믿고 맡길 만한 [어린이집 고르기] 체크리스트.

 

<궁극의 어린이집을 찾기 위하여... 가정 밖으로 행군하라>

 

p.25 (중략) 그렇다면 수민 맘처럼 원을 일일이 돌아보면서 까다롭게 고를 때 체크해야 할 사항들은 어떤 것일까?

우선 원내 프로그램 및 시설, 교재 교구 및 교육비, 급식 및 위생 상태, 원의 위치 및 이동 거리, 담당 교사의 자질과 성품, 원장의 교육 철학 등은 모든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정할 떄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할 요소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데이터 외에도 소소한 내용들이 많다. 게다가 모든 요소들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주는 곳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p.26 (중략) 따라서 교육 기관을 결정할 때는 무엇보다 '내 아이를 위해 나는 이런 면을 가장 먼저 보겠다'는 부모의 분명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여러 결정 요소 가운데 우리 아이를 위해 무엇을 제일 우선시할 것인가 하는 점을 일컫는 말이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봤자 결정에 혼선만 생길 뿐이니까.

여기에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거부감없이 등원할 수 있고, 담당교사와 얼마만큼 소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교사들과 아이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아이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아이를 그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선배 엄마들을 찾아 나서라>

 

p.30 또래 엄마들이 털어놓는 이야기 속에 해답이 있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일지도 모르겠다.

 

-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놀이터에 나가면 근처 어린이집에 다니는 많은 아이 엄마들과 마주치게 되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편이었지만, 백이면 백 사람들 평가가 다른지라 아주 큰 도움은 안되는 듯 하더라구요.--;

게다가 원래 친한 사이면 좀 더 솔직하게 대답을 해주겠지만 놀이터에서 어쩌다 한번씩 마주치는 엄마들인지라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참 한정적인 것이 안타깝더라구요.

 

<아이의 기준 ve 어른의 기준? 시설보다는 아이의 정서를 고려하라>

 

p.32 어른들은 대부분 눈에 보이는 버젓한 시설이나 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끼지만 그것은 대개 어른들의 만족일 뿐,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다시 말하지만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 원이 나쁘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최신식의 쾌적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면 아이들의 사고 영역도 넓어지기 마련이니 그 또한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요소가 제1 순위일 경우 아이에게 꼭 필요한,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두었으면 좋겠다.

 

<바깥 놀이를 적극적으로 시키는 곳인지 따져라>

- 지난 4월부터 유일하게 일주일에 한번씩 숲체험 수업을 듣고있는데, 그 수업 하나만으로도 다음 일주일을 기다리는 아들을 보 면서 바깥놀이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 역시 현재 기관을 보낼 때 제1순위로 따지고 있는 점이기도 하네요.

 

<비싼 교구나 장난감보다 종이 한장이 아이들에게는 더 값지다>

 

p.39 분명한 것은 아이들은 이미 개인 장난감을 집집마다 산더미처럼 갖고 있다. 아이들은 시스템 장난감이나 교구들과 노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아야 한다. 또래나 친구들과 놀 때 장난감은 단지 제 3자가 되어 놀이에 도움을 줄 뿐이다. 아이들끼리 서로 섞여 놀 때 양보와 인내를 배우고, 협동심을 배우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얼마만큼 제대로 즐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열린 감성을 지닌 교사나 적절한 환경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이 책에서 제일 동감하면서 읽었던 부분.

 

<어린이집의 교사와 아동 비율, 그 숫자에만 집착하는 엄마들의 오류>

 

p.40 기저귀를 갈고, 이유식을 챙겨 먹여야 하고, 어디든 가리지 않고 마구 기어 다니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영아의 경우, 교사 대 아이의 비율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질문은 만 3세 이후의 유아들에게는 기우일 때가 많다.  ~ 굳이 법정 교사 대비 원아 수를 들먹이지 않아도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원에서의 생활을 흥미진진해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사실 이 부분 읽으면서 많이 뜨끔했었네요.

저도 집 근처 어린이집에 대해 문의할 때 항상 첫 질문이 "그 어린이집은 4세 반이 모두 몇 명인가요? 선생님은 몇 분 계세요?"였거든요.

물론 집 근처 어린이집은 죄다 법정 교사 대비 원아수인 만3세미만 7명(원아수 특례인정범위 9명)을 꽉꽉 채워서 원아들을 받았더라구요.

무상보육 정책이 나오기 전에는 정원 미달 어린이집도 많았을테니 저같이 원아수를 묻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이젠 정원이 꽉 차서 어린이집에 다니고 싶어도 몇 달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지라.. 이 주제는 크게 의미가 없는 듯 해요.

 

<0~7세 아이들의 교육 기관을 결정하기 전, 부모들의 대표적인 궁금증과 그 해답>

 

  

-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비교표 정도만 참고할만 했던 듯 해요!

그런데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보고 깜짝 놀랬네요. 종일반이 오전 7시반에서 오후 7시반까지라... 작년에 일부 어린이집에서 맞벌이 부부의 원아들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는 말이 항간에 떠돌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반일반을 선호하는 전업주부 원아들을 선호하는 이유가 이해되기도 하네요. (물론 이걸 옹호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지 않지만 하루종일 네살 아들과 단 둘이 있는게 쉽지만은 않거든요.--;

전 저희집 옆 어린이집 아이들은 대개 5시 전후에 끝나서 집에 가길래 원래 종일반은 5시가 끝인 줄 알았답니다.

 

 

 

 Story2 어린이집 교사일 때는 차마 할 수 없었던 속에 말들은 읽으면서 나중에 아이를 어린이집(또는 유치원)에 보내게 되면 나는 이런 부모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네요.

그런데 어린이집 교사들이 뽑은 흥미진진 데이터 1 Best 엄마 편에서 1위가 "제가 좀 도울 일이 없을까요?"라는 말을 읽고나니 맞벌이가정에서 읽으면 좀 속상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 엄마들 오고 하는걸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편이라서 어린이집이든 학교든 일단 보내면 기관을 믿고 그닥 신경쓰고 싶지 않았는데... 좋은 말로 열심히, 나쁜 말로 치맛바람 좀 일으켜야 좋아하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네요.

 

 

Story3 간식시간과 점심시간은 '사람을 만드는 시간'입니다는 4살 아들이 편식이 심해서 평소 식사 때마다 신경전을 벌이느라 마음에 정말 와닿았던 내용이 많았어요.

 

 

특히 못 먹는 음식? 빨리 먹는 아이? 억지로 고치려 하면 오히려 평생 간다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답니다.

사실 4살 아들은 생선과 고기류는 가리지않고 다 잘 먹는데.. 채소는 절대 입도 안대고, 케찹,마요네즈 뿐만 아니라 소스류가 묻으면 좋아하는 고기도 먹지 않을 정도로 식습관이 좋지 않은 편이에요.

그나마 요즘은 다양한 식습관에 관련된 책들을 읽어주면서 같이 요리도 하다보니 파프리카나 당근, 양상추 등은 조금씩 먹기 시작하는데 여전히 새로운 채소는 만져볼 생각조차 안해서 과연 기관에 보내도 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페이지를 읽고나니.. 기관에 보내기 전에 편식을 고쳐놔야겠다고 생각하던 제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어요. 어쩌면 이런 강박증 때문에 아들이 더 편식이 심해진건 아닌가 반성까지 드네요.

 

 

중간 부록으로 들어있는 어린이집 생활 전반에 대한 엄마들의 궁금증.

그 중에서 제 눈에 확 들어온 내용은 Q 아이가 산만한데 선생님께 미리 이야기하면 선입견이 생길까 봐 걱정이에요에 대한 답변이에요.

A 선입견에 대한 걱정보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 담임 교사에게 세세히 이야기해 주는 것은 마이너스보다 플러스 요인이 더 많을 것입니다.아이가 말썽을 피우거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일 때, 부모님이 미리 귀띔해 준 말을 되새기면서 아이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사실 4살 아들이 산만한건 아니고 호기심이 왕성하고 고집이 너무 세서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놀다가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도 기관에 보낼 때 말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하는게 더 낫다는 표현을 보니 꼭 기억해뒀다가 첫 기관에 보낼 때 참고하려구요.

 

 

 Story4 엄마들은 몰라요 어린이집 아이들의 진짜 사생활은 이미 어린이집에 보내는 많은 이웃들로부터 종종 듣는 이야기들이라서 그닥 흥미를 확~ 끌진 않더라구요.

그래도 맞벌이를 하느라 이웃들과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는 엄마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괜챦을 듯 싶어요.

 

 

가볍게 읽으면서 페이지를 막 넘기다가 어쩜 우리 아들이랑 똑같네~ 하면서 읽어본 재용이의 이야기.

어린이집을 보내든 집에서 엄마랑 막 놀든 아이들의 타고난 천성까지 100% 바꿀 수는 없는 듯 하네요.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당장 아이 옆에 친한 친구가 없다고 그것이 아이의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고 들먹이는건 너무 오류가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포북스] 아이의 작은 인생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다.를 읽기 전에는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당장이라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금은 그냥 처음 결심대로 올해까지는 집에 데리고 있고, 내년에 유치원에(추첨에서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이라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아이를 보낼 기관 선정에 도움이 될 팁들을 몇가지 얻은 듯하고, 놀이터에서 또래 아이들을 보면 의례히 묻곤 하는 어린이집 사전 조사도 계속 꾸준히 해줘야할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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