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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창문을 열면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28
아라이 료지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시공주니어/네버랜드 세계걸작 그림책] 아침에 창문을 열면
여러분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시나요?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한겨울을 제외하곤 거실과 부엌 창을 열어 환기를 시켜요~
종종 창문을 열면서 집 주변을 살펴보곤 하는데..
거의 아침 6시쯤이라 여름이 아니면 어둑어둑할 때가 많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질 않더라구요.
종종 일찍 출근하는 회사원이나 학생들이 보이면 나는 저 나이일 때 무엇을 했더라?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집 건너편에 작은 놀이터가 있어서 그 곳에 심어진 나무를 보면서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변화를 느끼곤 하지요.
이렇게 아침에 창문을 열고 주변을 바라보는 일상을 아름다운 수채화로 모아놓은 그림책,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세계걸작 그림책 아침에 창문을 열면을 4살 아들과 함께 읽어보았어요.
아니, 읽어본다기 보다는 눈으로 감상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한 그림책이라죠.
책을 읽기 전~ 눈을 감고 상상해봤어요.
"아침에 거실 창문을 열면 무엇이 보일까?"
"엄마, 놀이터!! 놀이터에 가요~"
34개월 종호의 대답은 거창하지 않지만 솔직한 마음이 담겨 있죠.ㅎ
아침이 밝았어요.
창문을 활짝 열어요.
계속 이 말이 반복되면서 시골과 도시, 산, 바닷가 등등 다양한 곳에 사는 사람들이 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와요.
인상파 화가 르누와르의 작품을 보는듯한 거친 붓 터치가 곳곳에서 생동감 넘치는 느낌을 주네요.
거리는 오늘도 북적거리고,
사람들은 오늘도 서둘러 길을 걸어요.
그래서 나는 이곳이 좋아요.
서울에 사는 종호의 눈에는 대자연 속 집들보다 도시 한복판 복잡복잡한 집들이 더 눈에 와 닿는지 이 페이지에서 한참 그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더라구요.
그리고 아라이 료지가 책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던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 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도시 속 다양한 자동차들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그리고 아라이 료지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듯한 창문을 여는 아이들의 모습을 각각의 작품에서 찾는 재미에 푸욱 빠져선..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 내용보다는 그림 탐색하느라 더 바빴답니다.
사실 저는 아라이 료지의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그림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창문을 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기존 작품과 동일한 그림이더라구요.
[시공주니어/네버랜드 세계걸작 그림책] 아침에 창문을 열면
아침이 밝았어요
창문을 활짝 열어요.
산은 오늘도 저기 있고
나무는 오늘도 여기 있어요.
그래서 나는 이곳이 좋아요.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한 그림도 마음에 들지만..
시처럼 짫게 쓰인 말이 더 마음에 와 닿아요.
출산 후 하루 하루가 어찌나 빨리 흘러가는지 평범한 일상을 되돌아볼 여유조차 없는데...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참 따듯해지네요.
평범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어찌보면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듯 해요.
날은 맑은데 비가 내려요.
그래도 나는 이곳이 좋아요.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나무 그늘이 내 방이에요.
언제나 살랑살랑 바람이 불지요.
역시 나는 이곳이 좋아요.
아침이 밝았어요.
마음에 드는 페이지만 몇 컷 찍어봤어요.
아이 눈높이에 맞는 그림책만 늘 읽어주다보니 항상 알록달록 귀여운 그림들 아니면 실사같은 느낌의 세밀화만 잔뜩 봤었는데...꼭 풍경화 전시회를 보러 온듯한 느낌이 드는 [시공주니어/네버랜드 세계걸작 그림책] 아침에 창문을 열면을 보니 아들보다 제가 더 마음에 드네요.
책 말미에 나온 이 책을 어린이와 함께 읽는 분을 위한 안내를 읽어보니 사실 이 그림책은 2010년 가을에 기획되어 스케치가 진행되던 중 2011년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잠시 중단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때 작가는 피해 지역인 동북 지방의 해안마을을 돌면서 라이브 페인팅 워크숍을 열어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간을 가졌다고 해요. 그러면서 계속 이 그림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반복했고 고심 끝에 좋은 풍경 그림만을 모아 한권의 그림책으로 냈다고 하네요.
꼭 지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만든 그림책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 설명을 읽고나니..어떤 일이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이 이 그림책을 보았을 때 좀 더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엄마와 책놀이 - 클래식 음악 들으면서 물감놀이 ::
오늘은 종호를 임신했을 때 자주 듣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물감놀이를 해봤어요.
지금은 아침이다~라고 상상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을 때의 느낌이 나는 uplifting classic 모음집을 켜고 들었는데.. 평소 하던 물감놀이랑 느낌이 확~다르더라구요.^^
지난번에 키즈맘아트 비눗방울 액을 사면서 택배비를 줄여보고자 같이 구입했던 스펀지 볼~
아직 붓을 잡기 서툰 유아들의 물감놀이에 딱 좋은 아이템인 것 같아요! :)
도장찍기 하듯 쿵쿵 찍어가면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해봤어요!
1번곡 헨델 시바 여왕의 도착을 듣고 있는데... 통통 튀는 현악기의 리듬과 콩콩 스펀지 볼을 찍어내리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더라구요.^^
처음에는 빨간 색만 주로 이용하더니.. 금새 다른 색도 콩콩 찍는 재미에 푸욱 빠졌어요.
그러다 2번곡 비발디 사계 '봄' 1악장이 시작되니 흥이 나는지 손가락으로 쭈욱쭈욱 그리기도 하고~ 붓을 들고 흥이 나는대로 선을 긋더라구요.^^
점점 색이 혼합되어 알록달록 삼원색에서.. 갈색, 검정색으로 색이 변화해가는 모습도 관찰하고..-ㅁ-;;
간만에 물감놀이를 하니. 바디페인팅도 빼먹을 순 없죠!
본인 발바닥에 물감 묻히고 또 트위스트 춤을 추길래..
저도 스펀지볼이랑 붓의 차이를 느껴보라고 스펀지 볼로 콩콩 찍어도 주고~ 붓으로 거칠게 선도 그려보고~
그렇게 발도장을 찍으니..알록달록 예쁘네요.
3번곡 바흐 토카타와 푸가 D단조가 시작되니.. (이 곡이 왜 uplifting classic에 들어갔는지 이해할 순 없지만)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더욱 흥겹게 스펀지볼로 도장찍기에 몰두하는 종호랍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더 놀고 싶어서 "자기 싫어!!!"를 외쳐대는 아들에게.. "어서 자자!"라고 외치는 엄마의 목소리는 이런 느낌이 아닐까도 싶네요.ㅠㅜ
그렇게 30분 이상 클래식 CD를 들으면서 놀았는데..
나중에는 카메라 밧데리 부족으로 사진은 못 찍고 엄마도 같이 핸드프린팅에 가세해서..신나게 그림을 그렸답니다.
작품이 마르는 동안 비누방울 놀이도 하고~ 샤워도 하고~ :)
나와서 아들이랑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는데.. 뭐..거의 즉흥적인 작품이라서 [시공주니어/네버랜드 세계걸작 그림책] 아침에 창문을 열면과 살짝 연관이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더라구요.
예를 들어, 저희가 사는 동네가 김포공항 근처다보니 비행기가 정말 자주 지나가는데.. 아래 작품을 보면서 "엄마 이거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이야. 우리 아침에 비행기 봤지!" 하면서 비행기라고 설명도 해주고..
"엄마 아침에 창문을 열면~ 놀이터가 보여. 놀이터가 공사 중이지! 놀이터에 삽차가 왔었지!" 하면서 삽차가 땅 파는거라고 알려주기도 하고..^^;;
좀 더 크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텐데.. 아직 34개월이라 사용하는 어휘가 많지 않아서 좀 아쉽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