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엄마들 - 똑똑한 그녀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장미나.주지현 지음 / 다산에듀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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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육아서가 아닌 제 자신을 낱낱히 파헤치는 듯한 육아심리서(?) [다산에듀] 서울대 엄마들을 읽어보게 되었네요.

 

부제로 '똑똑한 그녀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가 붙어 있지만..

책의 서두에서도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는 방법'이라든가 '100점 맞는 아이로 키우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서울대 출신 엄마들의 엄마이자 인간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삶에 방점을 둔 책이랍니다.

 

혹시 이 책을 읽으면 우리 아이도 서울대에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시는 엄마라면, 과감히 다른 육아교육서를 집어들기를 권하고 싶네요. 특히 딸을 둔 엄마라면 이 책을 읽고 자신있게 "우리 딸은 서울대를 보내겠어요!"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듯 싶어요.

 

 

여러분의 주변에는 서울대 출신 엄마들이 얼마나 많이 계신가요?

사시는 곳이 교육 특구인 강남3구나 목동, 분당 등이라면, 국제중이나 특목고를 염두에 두고 같은 마음을 지닌 엄마들만 만나러 다닌다면.. 어쩌면 많은 서울대 출신 엄마들을 만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꽤 연봉이 쎈 커리어우먼이시라면 아무래도 육아보다는 일이나 자신의 자아계발에 좀 더 투철한 서울대 출신 엄마들을 자주 볼 수도 있겠어요.

그럼 내 주변의 서울대 출신 엄마들에 대해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신가요?

 

서울대 수의학과 98학번인 저에게 이 책은 좀 더 제 자신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창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어머, 이건 내 이야기쟎아!" 하며 공감도 많이 했지만, 공감한다고 해서 꼭 행복하다거나 즐겁지만은 않더라구요.

책 중간에 나는 비주류다 라고 외치는 수많은 서울대 출신 엄마들을 보면서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걸 부인할 수 없었고, 이 책에서 서울대 출신 엄마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심리학적 분석들은 하나같이 비수가 되어 제 마음에 꽂히더라구요.

 

게다가 이 책은 24명의 서울대 출신 엄마들을 인터뷰해서 작성되었는데..

그들 중 저처럼 100% 전업주부로 사는 사람은  단 2사람. 그외는 의사에, 변리사에, 대학교수에, 전문직 공무원에.. 다들 일반 워킹맘이라 불리기 애매한 직업군들을 모아놓아서 심리적 박탈감이 꽤 크더라구요.

게다가 사는 곳이 거의 교육특구라 불리는 곳에 살며 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해도 부담이 없을 정도의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을 모아놓곤  적당한 샘플 추출인 것처럼 포장해서 글을 적어내려가서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네요.

모든 서울대 출신 엄마들이 다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닐진데(제 자신만 봐도 말이죠.) 좀 더 다양한 서울대 출신 엄마들이 인터뷰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답니다.

 

마지막에는 솔직히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건 '서울대 출신 여성들도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으로서의 삶보다 자기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 살고 있다.'가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핑크빛(?) 결말을 기대해봤던 저는 다소 씁쓸했네요.

 

 

그래도  [다산에듀] 서울대 엄마들을 받자마자 끝까지 손을 놓지 못하고 읽어 내려갈 수 밖에 없었던건..

그 어떤 육아서에서도, 어떤 육아고수를 만나도 인정받지 못하고 혼자 속으로만 끙끙대던 많은 고민들이 이 책에서는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었거든요.

 

그 중에서 제일 처음으로 제 머릿 속에 100톤급 돌덩이를 쿵~~하고 내려놓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글이랍니다.

저 역시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늘 하곤 했지요.

" 서울대를 나왔어도 나는 집에서 전업주부로 살고 있쟎아. 내 아이가 공부를 꼭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나는 굳이 피터지게 공부하라고 강요할 생각이 없어. 대신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그 분야의 1등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어. "

 

전 이런 말을 할 때 그닥 문제가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위의 글을 읽는 순간 다른 서울대 출신 엄마들도 다 그렇다는 거에 한번 놀라고,

다른 사람들이 제 말을 들었을 때 객관적으로 저렇게 들리겠구나 하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답니다.

저는 학벌 지향주의가 싫어서 최대한 평범하게 아이를 키우고자 했는데.. 그것이 또 다른 의미의 최고 지향주의가 된다는 것에 가슴이 먹먹해져 오더라구요.

 

 

그리고 이어지는 이 글 역시.... 서울대 엄마의 위험한 반쪽짜리 통찰로 인해서.. 내 아이의 미래를 오히려 더 한정짓게 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씁쓸했네요.

그런 의미로 이야기한건 아니지만.. 정말 아이의 입장에서는 "네가 형펀없다는 사실을 인정해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에 내가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혼란스러운 마음이 더 가중되어 버렸네요.

 

 

이미.. 임신을 했을 때부터 제 주변 사람들로부터 "엄마가 서울대니 얼마나 똑똑하겠어?" 라는 말을 무수히도 많이 들었던 아들.. 게다가 전업주부로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고 아이와 하루종일 '엄마표 홈스쿨'을 하면서 지내다보니 '아들을 영재로 키우려고 하나봐요?' '집에서 똑똑한 엄마에게 배우는게 더 나을 수도 있겠지만 사회성이 떨어지겠네요.'같은 말들도 말이 들었네요.

 

그러다 아들이 말문이 늦게 트여 고민하고 있을 때 "서울대 엄마라고 얼마나 애를 잡았으면 스트레스 받아서 그렇겠어?"라는 막말도 많이 들었고, "어머 애는 엄마 머리를 닮지 않아서 어떻게 해요?" 하는 말도 들어서 속상해서 운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저만 속상하다 생각했지, 이런 말을 같이 듣고 자란 아들의 기분은 어떨지 크게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마도 "너희 언니는 서울대 갔으니 너도 공부 참 잘하겠다."라는 말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제 동생을 봤을 때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면 오히려 더 도태된다는 사실을 아는터라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은데.. 평생 아들 귀를 막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참 안타까워요.ㅠ.ㅜ

 

 

이 책을 읽으면서..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부분을 굳이 고르자면 이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중,고등학교 때 악발이라는 별명으로 살았던 저에게 그나마 심리적으로 공감이 많이 된 다른 서울대 출신 엄마들의 성장 이야기.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원래 머리가 좋아서 스캐너처럼 책만 훑어봐도 서울대 가는 엄마들이 아니라, 정말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열심히 공부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이야기.

하지만 서울대 출신 엄마가 아니라면 이 부분은 그저 원칙과 책임에 집착하는 엄마 타이틀에 묶여서 이러니 독하다는 말을 듣지. 하고 오해할 수도 있는 부분 같네요.

 

 

서평 처음에도 말을 했듯이 다소 일반 워킹맘과 거리가 먼~ 직업군을 샘플로 뽑은지라 다른 워킹맘들에 비해 좀 더 조모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게 서울대 출신 엄마들인 것 같아요. 사실 제 대학동기나 후배들 중에서도 워킹맘으로 지내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친정이나 시댁과 같이 살면서 육아 도움을 받고 있지요. 

 

제 주변에서도 "친정이 가까운데 친정에 애 맡겨두고 너도 일을 다시 시작해보지?"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곤 하는데 전 아이는 엄마가 꼭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거든요.

게다가 양가의 어머님들이 모두 건강이 안 좋으셔서 거꾸로 제 도움을 받아야하는 분들이라서 전 처음부터 육아 도움은 크게 염두해두지 않았었네요.

 

그래도 똑똑해서 안타까운 딸 vs 잘나 봤자 어차피 며느리라는 소제목에서 마음이 뭉클..ㅠㅜ

육아도움은 받지 못해도 양가 어머님들에게 자주 들었던 이야기였던지라.. 어찌나 마음 깊이 비수가 되어 꽂히던지.. 서울대 딸도 서울대 며느리도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듯 해서 슬펐답니다.

 

 

아이의 꿈 = 나의 꿈? 에 대한 내용은 꼭 서울대 엄마 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엄마들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내용인 듯 싶어요.

수의학과를 나와서 동물병원 수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서 동물병원을 차려줄 정도의 부모나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면 그냥 일반 월급받는 수의사나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현실.

결혼 전 제약회사를 다닐 때도 부모들이 선망하는 직업인 의사나 약사들마저 같은 고민을 하며 지내는 것을 보고 돈과 권력의 재생산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 책에서도 그런 점을 콕~ 꼬집어 이야기한 것 같아서 공감은 되지만 참 씁쓸하더라구요.

 

 

1장 흔들리는 서울대 엄마들 & 2장 서울대 엄마들, 껍데기와 속살의 차이는 다소 서울대 엄마들에 대한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시선으로 현실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이라면, 3장 서울대 엄마들의 필살기는 이 책의 부제인 똑똑한 그녀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에 낚여 이 책을 집어든 엄마들을 위한 작은 서비스라는 느낌이 드는 내용이더라구요.

 

이런 내용은 다른 육아서에서도 많이 언급되던 내용이라서 간단히 목차만 찍어봤어요.

이 목차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해 저 역시 100% 공감을 외치는 내용들이에요. 

제 자신도 책을 심각하게 좋아해서 엄마가 그만 자라고 형광등을 꺼버리면 몰래 이불 속에서 손전등 켜고 책 읽은 기억도 있구요. 여태까지 먼저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고, 제가 중학생 때 저희 엄마도 종이접기 강사증을 따기 위해 같이 밤을 새면서 공부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무슨 직업을 가져라고 강요를 한 적도 없고 그저 녹록치않은 현실 속에서 제 스스로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 남아선호사상이 심한 친가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겠구나. 앞으로 내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낫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를 했어요.

 

하지만  서울대 엄마들의 필살기는 이 책 전반적인 내용과 비교해봤을 때.. 굳이 언급했어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드네요.  

  

 

'문제 자녀에게는 문제 엄마가 있다'거나 '자녀의 성공이나 성적은 엄마 하기 나름이다' 라는 말~ 굉장히 익숙하지 않나요? 반대로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도 최근에 많이 대두되는 것 같아요.

서로 상반되는 느낌의 이 말들이 모두 틀렸다고 부정할 순 없지만.. 진정한 엄마의 행복이 무엇인지 언급도 없이 그저 '아이에게 올인하지 말아라.' '아이를 보살피기 전에 엄마 자신부터 가꾸고 행복해져라.'는 말인 듯 싶어서 늘 고민스러웠답니다.

그런데 서울대 엄마들 책의 저자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의미심장하게 이런 말씀을 하셨네요.


(중략) 그런데 말이다, 자신의 행복을 '아이의 성공'에 저당 잡힌 채, 자신만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깨달은 적이 없는 엄마가 과연 아이의 행복을 찾아 줄 수나 있을까? 무릇 '엄마란 아이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해야 되는 존재'라는 명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온 우리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과연 스스로의 행복을 찾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책을 집어든 엄마들이 원하는 결과와 달리.. 다소 엉뚱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엄마의 행복찾기가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네요. (사실 이 부분 읽으면서 살짝 맥이 빠졌답니다.)

 

(중략)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면, 무엇보다도 엄마 자신의 즐거움이나 행복의 지점을 잘 찾는 모습을 보여주자. 자신의 행복을 찾을 줄도, 누릴 줄도 모르는 어른으로 키우는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는 엄마가 스스로 행복의 지점을 찾는 법을 배우는 것이 먼저이다. 자신만을 위해서 무엇을 하는 것이 불편하고 힘든 당신이라면 아이를 위해서라도 시도해보는 것이다. 아이에게 보여주자. 엄마도 행복을 찾고 누릴 수 있다,라는 것을. 엄마의 삶에는 희생이나 인내 이외에도 행복이나 즐거움,기쁨과 같은 덕목이 포함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엄마 자신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지점을 잘 찾는 그 자체로 아이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재미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뭔가 서울대 엄마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그에 맞는 육아 정답을 기대했었는데..

역시 이 세상에 최고의 육아 노하우라는건 없는 듯 싶어요.

책의 후반부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기존에 다른 육아서들을 읽었을 때보다 제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된 듯한 생각이 들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네요.

굳이 서울대 엄마들이 아니라도.. 나름 학벌이 좋다거나 석박사 학위 따느라 가방끈이 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자기 성찰을 위해 한번 쯤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하지만 다른 일반 엄마들에게도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존재할까는.. 심히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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