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서천석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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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을 맞아서 아들 책보다 엄마를 위한 책을 더 많이 읽고 있는 요즘이네요.

며칠 전 엄마 마음에 이어서 오늘은 [창비]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를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 서천석님은 MBC 마음 연구소, EBS 60분 부모, MBC 여성시대 부모상담 멘토로 활동하시는 소아정신과의사신데요. 저는 텔레비젼을 거의 안 보는 편이지만 예전에 EBS 60분 부모에서 단 한번 봤을 뿐인데도 푸근한 외모 때문인지 들을수록 마음에 와닿는 강연 때문인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답니다.

 

[창비]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의 차례를 보면 크게 5개의 대주제로 나뉘어서 '육아와 교육'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육아는 디테일 속에 있다, 아이의 마음이 흔들릴 때, 부모의 마음이 흔들릴 때, 그리고 아이의 삶을 위한 교육 편으로 나뉘어집니다.

아직 아이가 33개월(4세)이다보니 앞부분은 정말 공감하면서 밑줄까지 그어가며 꼼꼼히 읽었는데..

마지막 아이의 삶을 위한 교육 편은 아무래도 초등학교 이상 자녀를 둔 부모들을 공략하는 듯한(?) 느낌의 육아서가 아닌 교육서로 변질된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며칠 전에 읽은 엄마마음이 힐링용 육아서였다면,

오늘 읽은 [창비]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는 왠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가 마음에 와닿는..

당근과 채찍을 겸비한 육아서인 듯 싶습니다.

 

우선 첫페이지부터 공감 백배라고 외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찌릿찌릿 찔려옵니다.

 

행복한 육아를 위한 첫번째 조건은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단단한 결심을 느슨하게 푸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성격과 약점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그런 마음에 사로잡히면 아이와 함께 보내는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매 순간순간이 '문제 해결'만을 위한 '미션 임파서블'의 좌절의 과정이 되고 말지요.

 

오늘도 아침부터 밥을 안 먹겠다고 버티는 33개월 아들과 한참 대치를 했지요.--;

편식이 심해서 마음에 드는 반찬이 없으면(주로 고기나 생선 중 한가지는 꼭 있어야 하지요.) 밥을 일절 먹지 않는 아들의 못된 버릇을 해결해야겠다고 식탁 앞에서 한참 옥신각신하다 "너 아침 안 먹으면 동물원 안 갈거야."로 협박해서 겨우겨우 다섯 숟가락 뜨게 했거든요.

매 식사 때마다 '굶으면 다음에 잘 먹는다.'는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편식하는 버릇을 고쳐보려고 야채 위주 반찬들을 만들다보니 즐거운 식사시간보다는 '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식의 미션 임파서블 과정이 되곤 하는데.. 첫 페이지부터 이렇게 정곡을 콕~ 찌르는 내용이 나오니 뒷장 넘기기가 두려워지더라구요.

 

지켜보는 것은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을 두고 아이를 깊게, 정확히 보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무엇 때문에 안되는지, 어떤 다른 능력으로 보상을 할 수 있을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원래 좋은 코치는 몇 마디 하지 않습니다. 짧은 몇 마디로 정확하고 현실적인 가르침을 주는 사람입니다.

 

남편과 친동생에게 '잔소리 대마왕'이라고 종종 불리는 저에게.. 이 글은 참 비수가 되어 꽂히더라구요.

뒤돌아보면 33개월 아들에게도  은연 중에 하는 말들 역시 잔소리로 비춰지지 않을까? 싶기도하고..

지난달 너무 힘들어서 엄마표 홈스쿨에 대해 잠시 모든 것을 놓아 버렸을 때.. 아들을 지켜본게 아니라 가만히 내버려두었던 것은 아닐까 후회되기도 하고..ㅠㅜ

우선 이제부터라도 꼭 필요한 말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마음 속 깊이 새겨 봅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 주어야 한다. 그가 돌아온다면 그는 떠난 적이 없는 것이다.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는 너에게 결코 속한 적이 없는 것이다."

성 프란시스코의 말입니다. 아이가 클수록 부모의 마음은 불안합니다. 그러나 불안해서 잡는다고 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유를 줄 때 관계가 이어집니다.

 

이 말은 비단 부모와 자식 사이가 아니라 모든 '사랑'으로 맺어지는 관계에 다 해당되는 말인 것 같아요.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더라도 내 자신이 아닌 남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집착해서는 안되는데.. 말은 쉽지만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아요.

 

내게 닥친 문제가 너무 클 때는 문제를 바라보지 말아야 합니다. 차라리 내 걸음걸이에만 집중해서 한 발 한 발 나가세요. 과도한 욕심, 때 이른 절망이야말로 나의 적입니다. 마음 속에 희망을 갖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해 보세요. 분명 한 번은 기회가 옵니다. 자신의 걸음걸이에 집중하세요.

 

아들을 낳고 50일 되던 날.. 시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본인의 이름 뿐만 아니라 가족들 얼굴조차 못 알아보셨답니다. 뇌경색을 늦게 발견해서 초기 치료를 놓친터라 주치의가 예전 상태의 50%도 회복이 안될거라는 절망적인 결론을 내렸었지요. 시아버지는 하던 사업도 다 정리하시고 시어머니 치료에만 집중하시고, 그런 아버님과 같이 동업하던 남편 역시 하루 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았어요.

 

돌이켜 보면 지난 결혼생활 7년 중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며느리가 저 혼자라서 시어머니 병간호를 해야 하는데 아들은 이제 겨우 50일된 핏덩이고,

모유수유 중이었는데 젖병거부로 짜놓은 젖은 먹지도 않고 엄마만 찾아 보채고,

남편은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어 어머님이 입원하신 병원과 집만 왔다갔다 생활비 걱정은 뒷전이고,

거기다 산후 우울증에 임신 전부터 고생이던 허리 디스크까지 도져서 몸은 너무 아프고..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봐도 참 힘들었던 그 시절.. 그래도 시어머니는 꼭 회복되실거고, 남편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재기에 성공할거라고 여러번 되내이면서 아들 키우는 일에만 우선 집중했지요.

생활비를 아끼려고 일회용 기저귀 대신 천기저귀를 사용하고 모유수유하면 분유값도 안 드니 내 한몸 힘들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모유수유를 고집하고 첫 아이였지만 옷은 거의 물려 입히고 돌 전에는 그 흔한 전집도 하나 사주질 않았네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온 가족의 염원이 통했는지.. 시어머니는 예전과 비교하면 거의 80% 정도 회복되셨답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갖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한다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걸음걸이에 집중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거.. 정말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아이에게는 지적하고 가르칠 일 참 많지요. 다만 교육의 주인은 아이이기에 아이가 듣고 싶게 말해야 교육입니다.

먼저 아이의 행동을 묘사하고, 다음으로 아이의 의도를 읽어 준 다음, 행동을 분명히 제한해 주세요. 그런 다음 대안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격려해 주는 겁니다.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정말 어려운 이야기죠.

특히 아이가 어린 경우라면, 본인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는 나이라면 더욱 어려워요.

그래도 본인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4살 정도가 되니 요즘은 아들에게 지적하고 혼내는 일이 예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네요.

다만 마지막으로 격려해주어야 하는데.. 늘 그 점을 잊고 대안 제시까지만 하게 되요.ㅠ.ㅜ

이래서 육아서를 꾸준히 읽어줘야 한다는 건가 봅니다.

 

지나친 처벌은 반성은 없애고 반발만 낳습니다. 잘못은 대개 반복되고 그건 세게 야단쳐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처벌의 수위는 앞으로도 여러번 벌 줄 일이 있음을 예상해 정해야 해요.

이중 처벌은 곤란합니다. 아이에게 불이익을 준 후 말로도 심하게 야단치는 부모가 많아요. 좋아하는 게임을 이틀간 못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이미 속상해요. 그때는 격려가 더 나은 교육입니다.

 

정말 마음에 와닿던 이야기. 굳이 4살 아들 뿐만 아니라 남편에게 말을 할 때도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부 사이에 불이익, 처벌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긴 하지만.. 남편이 가끔 밤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로 오락하다 걸렸을 때 남편의 오락CD를 며칠간 압수하거나 오락기 컨트롤러를 치워버리거든요.--; 그런데 불이익만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항상 제 잔소리가 동반되니 남편에게도 심하게 야단치는 경우가 되버려서요. 좀 많이 반성되던 부분이네요.

 

아이가 슬퍼하는 것을 유난히 못 견뎌 하는 부모가 있어요. 스스로가 나쁜 부모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모는 슬픔은 온전히 아이의 것인데도 아이의 모든 감정을 자신과 연결해서 생각합니다. 얼핏 좋은 부모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약한 부모죠. 상처받고 싶지 않아 아이의 감정까지 통제하는 약한 부모죠.

 

왜 이런 부모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같이 있었다면 좀 더 제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저는 아이 뿐만이 아니라 저랑 친한 사람이 슬퍼하는 것도 유난히 못 견뎌 하거든요.--;

결론은 제 자신이 상처받고 싶지 않아 그런거라니.. 읽으면서도 내내 찜찜했답니다.

 

"나 같은 건 그냥 놔두라고!"

"어차피 갈 거면 지금 가 버려."

아이들은 이런 말을 하며 떼를 쓸 때가 많죠.

하지만 속마음은 한 가지.

'엄마, 내가 별로라도 내 옆에 계속 있어 주세요.'

그럴 때는 그저 버티는 것이 답일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가라고 해도, 놔두라고 해도,

"넌 엄마가 싫지만 난 네가 좋으니 옆에 있을 거야." 말해주세요.

 

이제 33개월인데.. 벌써부터 이런 늬앙스의 말(엄마, 미워! 엄마 저리가! 등)을 아들에게 들을 때가 있어요.ㅠ.ㅜ

그래도 이건 예전에 TV에서 들었던 말이라서 가만히 아들을 껴안고 있다보면 흐느끼는 울음이 점점 잦아들고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 품 속에서 잠이 들 때가 있지요.

나중에 사춘기가 되면 이런 식의 포옹도 거부할테지만.. 그래도 서천석님 말씀처럼 옆에서 묵묵히 버텨주는 연습을 해둬야겠어요.

 

유치원 다닐 무렵의 아이들을 관찰하면 혼잣말을 하며 노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종종 자기만의 단어를 만들어 쓰기도 해요. 이런 것을 사적 언어라고 합니다.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모습이죠. 사적 언어가 많은 아이들이 문제 해결 능력이 좋습니다. 자기를 조절하는 능력과 대인관계도 낫습니다.

 

저와 남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다보면 거의 대부분 반대성향을 보이지만, 딱 하나 비슷한게 있었으니 바로 유치원 다닐 시기에 혼잣말을 하면서 노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죠. 저는 주로 인형놀이를 했었고, 남편은 공룡이나 기차를 들고 혼잣말을 하면서 놀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저희 아이도 종종 그런 모습을 보여서.. 이건 부모를 닮아 유전적인 성향인가 싶었는데.. '사적언어'라는 용어를 알게 되어서..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많이 풀렸답니다.

 

아이에게 말을 하는 건 참 쉽습니다. 그러나 말이 무게를 가지기란 참 어렵습니다. 나에게 먼저 물어봤을 떄 내가 당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며 떳떳한가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솔직하게 자기를 인정하며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말에 진실함이 담깁니다. 그리고 진실함이 말에 힘을 실어 줄 것입니다.

 

제 어린 시절도, 남편의 어린 시절도 그리 얌전한 스타일은 아니었던지라..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며 떳떳한가 생각하라는 말에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네요.

 

믿기 어려울지 몰라도,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부모를 자극하는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화를 내서 시원하게 감정을 풀어 버릴 기회를 주기 위해서죠. 아이들은 이런 방법으로라도 부모의 감정적 욕구를 만족시키려 합니다.

아이가 자기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부모를 만족시키려 할 때 부모는 여기에 응해선 안됩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면 곤란합니다. 아이가 자칫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식의 사랑에 익숙해질 수 있어요. 사랑은 존중인 것인데 존중 없는 사랑을 배웁니다. 결국 아이는 자기도, 상대도 존중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 버려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서 참 충격적으로 들렸던 부분이네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 때마다 아들이 평소보다 더 보채고 밥을 안 먹었던 것 같아요.

그때마다 "왜 너까지 엄마를 힘들게 하니?" 하고 속상해했는데..

역시 부모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부모가 되는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이외에도 육아와 교육에 대해 정말 다양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지만,

육아서는 읽는 부모 입장에 따라,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다소 "부모의 잘못이 큽니다."라는 내용이 많아서 속상할 때도 있지만,

영유아를 둔 부모보다는 사춘기 전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더 유익한 내용이 많지만,

그래도 한번 정도는 읽어보고 넘어가면 좋을 육아서인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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