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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음 - 푸름이 엄마의 육아 메시지 두 번째 이야기
신영일 지음 / 푸른육아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http://c2down.cyworld.co.kr/download?fid=64223e6711b23c4ea71b3e8e9298ac62&name=IMG_6248.jpg)
온라인에서 만난 이웃님들과 약속이 있어서 간만에 친정에 아들을 맡기고 집을 나서던 날..
거의 한시간 걸리는 거리라 출산 전 버릇처럼 제 가방에 책 한권을 집어 넣고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어떤 책을 고를까 한참 망설이다가 표지의 그림이 너무 푸근해보여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될 것 같은 [푸른육아] 엄마마음을 집어 들었답니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한장 한장 넘기는데.. 갑자기 뭔가 마음 속에 울컥..하는 느낌.ㅠ.ㅜ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저자가 남긴 추천사에서 '~ 읽는 내내 예상치도 못한 눈물이 계속 흘러 결국 차 안에서 통곡을 했다. 꺼이꺼이....' 라고 하는 부분처럼 저도 책 위로 눈물이 툭.. 떨어지는걸 보고 나니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어서 나머지 부분은 집에 와서 읽어야했답니다.
이 책은 <푸름이 엄마의 육아 메시지 두번째 이야기>라는 부제로 나온 책인데요.
시중의 다른 육아서들처럼 '무조건 네 탓이다'라고 힐책하는 육아서가 아니라 아픈 엄마 마음을 먼저 추스리게 도와주는 힐링 육아서랍니다 .
제가 눈물이 났던 건.. 책 초반부의 ch1. 지금은 '나'를 사랑해야 할 시간과 ch2. '엄마'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 부분이었는데요.
책 중반부부터 육아서라는 타이틀에 맞게 '큰 아이에게는 동생을 맞이할 준비가 필요합니다.'나 '말 잘 하는 아이로 키우는 비결', '초등학교 1학년 푸름이의 일기 쓰는 법' 같은 내용들도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를 눈물바다로 만드는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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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마음이 울컥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답니다.
저 역시 어릴 적에 무뚝뚝한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었답니다.
게다가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친구들이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할 때마다 부러움의 눈길로 쳐다보기만 했답니다.
처음 기차를 타본건 대학교 첫 MT였고, 바다를 처음 가본건 고2 수학여행 가는 길에 잠시 들린 동해 바다가 처음이었지요.
결혼 전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건 부모님 결혼 10주년으로 수안보 온천에 다녀온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그래서 결혼을 할 때 대부분의 딸들이 그러하듯 우리 아버지랑 다른 사람, 좀 더 가정적이고 여행을 좋아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만나서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답니다.
그리고 긴 연애 끝에 그런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알콩달콩 잘 살았는데..
아들을 임신했을 무렵 저도 딱 저런 느낌이 들었답니다.
내가 원하던게 모두 이뤄졌는데.. 괜히 허전하고 나 홀로 외딴 섬에 있는 듯한 느낌..
그때는 임신 호르몬 영향으로 내가 너무 감수성이 풍부해졌나봐.. 하면서 애써 부인하려고 했는데 이 책을 읽다가 꽁꽁 숨겨둔 그때의 제 마음을 들킨 듯 싶어서 깜짝 놀랬지요.
그리고 외로움을 애써 떨쳐내려고 하던 그때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은..
점점 과거의 내 아버지를 닮아가는 남편을 보면서..
한 집안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 '가장'이 된다는 삶의 무게가 그렇게 바꿔놓을 수도 있구나 하는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내 인생에서 정말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던 친정 아버지와의 관계도 많이 좋아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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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눈물이 툭툭 떨어지게 하던 페이지!
저는 2녀 중 장녀로 태어났어요.
저희 아버지는 5남1녀 중 3남이라서 제사에 대한 부담감도, 대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으셨지만, 할머니께서 유난히 손자를 바랬던 탓에 저는 할머니에게 없는 사람 취급 당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했어요.
'큰 아이에게 남자 옷을 입히면 다음에 아들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어릴 적 제 사진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짧은 머리와 남자 옷만 입혀놓은 사진이 다수에요.
딸 둘을 낳고 고부갈등이 심하셨던 엄마는 어린 저에게 아들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면서 넋두리를 내뱉곤 했지요.
결혼하고 얼마 안되서 바로 저를 임신하셨던 엄마는 " 배 속의 너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고 그냥 이 날 이때까지 살았다." 하시면서 후회섞인 발언도 서슴치 않으셨지요.
그래서 사춘기 때 '죽고싶다.. 내가 지금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텐데..' 하는 위험한 생각도 많이 했었고, 결혼같은건 절대 안하고 평생 독신자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게다가 결혼하고 3년간 임신이 안되서 마음 고생이 심할 때 시어머니가 '손자타령'을 하실 때마다 평소라면 웃고 지나갈 농담도 참지 못하고 욱~하고 화를 터뜨리던 것도 아들이 아니라 딸로 태어났다고 무시당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요즘은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서 아들 딸 구별 안하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운다는 부모들도 많지만..
뱃 속 아이가 딸이라고, 생각치도 않았던 셋째라고... 아이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들이 제 주변에서도 종종 들려오네요.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기억들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 슬펐는데....
이 페이지 읽으면서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지듯 욱~하고 올라와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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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페이지 역시 읽으면서 어쩜 그렇게 공감이 되던지..
한참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게 했네요.
친정엄마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계셔서 어린 시절부터 툭하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셨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엄마가 입원하시는 동안 집안일은 모두 제 차지였답니다.
요즘처럼 학교에서 급식이 나오는 시기가 아니라서 도시락 반찬 만드는 일부터 청소, 빨래, 설거지 같은 잡다한 집안일은 죄다 제 차지였어요.
고3 때도 수능 100일을 앞두고 친정엄마가 두달여 입원을 하셨는데.. 그때도 집안일 하느라 야자도 빼먹고 매일 집으로 향하곤 했었답니다.
결혼 후 시어머니가 '공부만 하느라 뭐 요리라도 할 줄 알겠니?' 하는 말을 하시거나,
정성을 다해 만든 이유식을 아들이 안 먹거나 뱉기라도 하면 엄청 스트레스가 쌓였답니다.
'왜, 나는 이런 것도 못 참는걸까? 다른 일에 비하면 그다지 신경쓰이는 일도 아닌데..'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책에서 딱 제가 느끼던 그 감정에 대해 써놓은 것을 보니..
왠지 막힌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이랄까..
뭐... 이유를 알았다고 해서 바로 해결되는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젠 화를 내기 전에 한번 더 제 자신을 다독여줄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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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서를 좀 많이 읽어보신 엄마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내용...
육아서에서 하라는 대로 화가 나도 소리 지르지 않고 가능한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왜 아이는 점점 더 엇나가는 걸까~ 고민해보지 않으셨나요?
언젠가.. 화는 나지만 육아서대로 냉정을 찾고 가급적 부드럽게 아들을 타이르다가 TV에 비친 제 얼굴을 봤는데..
아.. 얼굴 표정은 '나 화났어!' 그대로더라구요.ㅠ.ㅜ
엄마마음을 읽고 난 후에는 아직 화를 낼 상황은 오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꼭 솔직하게 아이에게 말을 걸어봐야겠어요.
이 외에도 ch3.아이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랑'입니다와 ch4.아이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육아의 기술'은 짤막짤막한 에피소드 별로 다른 육아서에서도 많이 다루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요.
형제자매 차별하지 않고 키우기나 동생이 생김으로써 겪는 큰아이의 불안감 해소라든가..
많은 엄마들이 푸름이 엄마에게 궁금해하는 한글떼기나 읽기독립같은 내용도 담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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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마음에 꼭 새기고 싶었던 글이라면 바로 마지막 ch5. 남편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사랑해줄 때- episode1. 남편을 사랑하는 방법! 맛있는 것 해주고, 사랑해주고, 엉덩이 두드려주세요.였어요.
출산하기 전만 해도 남편에게 온전히 제 사랑을 다 주었는데..
아이가 태어나서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고, 걷고, 말을 하면서.. 엄마의 사랑은 아들에게 모두 향하더라구요.
남편의 퇴근이 많이 늦어지는 날이 길어지면 육아에 무신경한 아빠라고 마구 몰아세우면서 내가 힘들다는 것만 표현했지, 남편의 힘들고 지친 어깨까지 쓰담아줄 여유가 없었네요.
그런데 마지막 chapter를 읽다보니 남편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예시가 나와있는데.. 정말 쉬워서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더라구요.
물론 막상 실천하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하루종일 아들에게 시달리다 남편이 오면 하소연도 하고 싶어져서 생각과 달리 행동으로 나온건 몇개 안되네요.ㅠㅜ
하지만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남편에게 여기 표에 있는 것 중에 하나라도 더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어요.
간만에 책 읽으면서 속 시원하게 울게 만든 [푸른육아] 엄마마음.
실컷 울고나니 그간 쌓인 스트레스도 확~풀리고 답답하던 제 마음의 원인도 알고나니 조금씩 삶에 여유가 찾아오는거 같아요.
매번 엄마 탓이라고 힐책하는 육아서는 잠시 내려놓으시고..
오늘은 엄마 마음 힐링시켜주는 육아서 [푸른육아] 엄마마음 읽으면서 기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