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슈가 울던 날 초록별 시리즈 5
후쿠 아키코 지음, 후리야 가요코 그림, 김정화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정말 간만에 아들 대상의 유아책도 아니고, 엄마가 읽는 육아서도 아닌...

애매모호한 시기의 책을 선물로 받게 되었습니다.

대략 글밥이나 그림 수준으로 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어울릴만한 책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간 31개월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느낀건.. 글밥 만으로 책의 수준을 섣불리 논하면 안된다는거죠.

 

이 책은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슈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학교에 가기 싫어 엄마가 일하는 벚꽃병원으로 놀러가면서 시작됩니다.

벚꽃병원 105호 1인병동에 계신 '꼬맹이 할머니'와 우연히 만나 할머니와 정이 들어 학교 생활 이야기를 시시콜콜 털어놓던 슈.

하지만 슈가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사실을 엄마에게 말하고 학교에 안가던 날.. 꼬맹이 할머니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만날 수 없게 되죠.

꼬맹이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병원 복도에 숨어있다 꼬맹이 할머니가 죽고싶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훔쳐보게 된 슈는 할머니에게 왕따를 당해 죽고 싶다고 말하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반성하게 되죠.

다시 학교에 나가겠다는 용기를 낸 슈.

그리고 아무 일이 없었던 듯 다시 기력이 많이 약해진 꼬맹이 할머니를 병문안가는 일상으로 돌아가죠.

하지만 추운 겨울.. 결국 꼬맹이 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하고 왕따 슈는.. 좀 더 내면이 성숙한 어린이가 된다는 일종의 성장동화랍니다.

 

요즘 왕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왕따라서 힘들어서 우는걸까? 라는 혼자만의 상상력을 펼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표지에 나온 포근한 미소의 꼬맹이 할머니와 씩씩해보이는 소년 슈의 잔잔한 이야기라서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어른 책만 읽다보면 너무 현실적인 내용이 많아서 우울한 결말로 치닫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간만에 마음이 따듯해지는 동화를 읽다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물론, 마지막에 꼬맹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벚꽃병원에서 "마미"라 불리던 슈의 엄마도, 그리고 슈도 모두 울면서 끝이 나지만 슈가 가슴에 손을 얹고 "꼬맹이 할머니한테 여기 있어 달라고 말이에요. 계속 여기에."라는 글에서 슈가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잘 지내겠구나 하는 희망이 보였답니다.

 

사실 저희 할머니도 작년에 92살의 고령으로 돌아가셨는데요.

인생의 마지막을 치매기가 심하신데다 눈길에서 넘어지신 후 수차례의 수술에도 불구하고 걸으실 수가 없어서 누워서 요양병원에서 보내셔야 했어요.

매번 제가 딸이라고 구박만 하시던 할머니라서 돌아가셨을 때도 그다지 슬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왕따 슈가 울던 날' 책을 읽고 있으려니.. 인자한 미소는 아니지만, 늘 조선시대를 사는 듯 긴 머리를 정성스레 비녀를 꽂고 화로에서 숯을 꺼내 숯다리미에 넣고 정갈하게 옷을 다리시던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어릴 적에는 항상 무서웠고, 사춘기 때는 딸이라고 구박하시는터라 미워서 할머니의 따듯한 미소가 생각은 안나지만.. 그래도 여자라고 몸 사리거나 포기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크는데 할머니의 영향도 컸지 않을까 싶네요.

 

암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마음이 따듯해지는 동화를 권하고 싶을 때 이 책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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