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아이
조영지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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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마트에서 사온 감자가 싹이 났거나 흠집이 나 있거나 색이 푸르뎅뎅 변해 있으면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 왠지 먹으면 안될 듯 싶어서 싹이 나거나 흠집난 부위를 도려 먹거나 음식물쓰레기통으로 직행했는데요.


싹난 감자를 땅에 심으면 감자 꽃이 피고 금새 또 다른 감자를 키워줄 씨감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착안해서 멋진 자아발견 성장여행에 대한 그림책을 지은 작가가 있어요~


바로 키위북스 <감자아이>를 쓰고 그린 조영지님인데요!


저는 조영지님 그림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외면받는 존재들에게 관심을 두고 사랑을 주는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들은 어떤 내용일까 기대가 될 정도로 푹 빠져들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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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감자아이>는 싹난 감자의 자아발견 성장여행기인데요!


뭔가 철학적으로 거창한듯 싶지만 실제 수확된 감자 중에서 마트에 팔려갈 감자를 분류하던 중 싹난감자와 흠집난 감자는 불량감자로 찍혀서 쓰레기통에 버려질 위기에 처해서 도망을 가고, 숲에서 만난 '붉은수염 돼지'를 통해서 싹난감자는 감자꽃을 틔울 수 있다는 말에 검은흙을 만나 싹을 틔워보기로 한다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어요. 


이 정도면 영웅들이 자아발견 성장 여행 도중 온갖 시련을 만나지만 결국은 보잘것없던 존재에서 영웅으로 한단계 도약한다는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라서 흔한 그림책이 아닐까 싶은데요. 


막상 <감자아이>를 펼쳐보면 왜 표지부터 그림책추천한다는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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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감자들이 놓여있고 그 중에서 나 홀로 뒤를 돌아다보는 감자 하나가 바로 '감자아이'인데요!


머리 위 툭 튀어나온 감자싹으로 확인할 수도 있지만 이 부분만 표지의 질감이 다르게 만들어져서 다른 감자들과 뭔가 다른 감자라는 느낌이 팍 들어요~



잘 만들어진 그림책을 볼 때, 표지부터 면지(표지와 이야기가 시작되는 속지 사이), 그리고 실제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용 모두 물 흘러가듯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될 때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책을 펼쳐보고 그 그림책 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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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아이> 역시 남다른 표지부터 앞면지는 싹이 나고 흠집이 난 여러 모양 감자들이 보여지고 이어서 넓게 펼쳐진 감자밭과 함께 제목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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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감자를 캐는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감자들의 시선으로 감자밭에서 감자가 땅 위로 쑤욱 뽑히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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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시골 할아버지네 텃밭에서 직접 감자를 캐본 경험이 있는 초롱양은 자기가 캤던 감자들도 파란 하늘을 보고 이렇게 신기해했을까 궁금해하더라구요~



감자가 빛을 쬐면 불량 감자 신세가 되어 쓰레기통에 가게 된다고 말하는 불량감자 추적대 대장~


넓던 땅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서 가림막이 드리워진채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감자들 사이에 감자아이만큼은 세상이 너무 궁금해서 슬쩍 가림막 틈새로 고개를 내밀었다 뾰족 싹이 솟아나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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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감자 선별 기계 위에 올라가서 각자 상자 속으로 분류되다 싹이 난 감자들은 불량감자로 쏙쏙 가려내고, 이걸 본 감자아이는 탈출을 감행하는데요~


혼자 하는 탈출이라면 무섭겠지만 몸에 흠집이 나서 역시 불량감자 신세가 된 다른 감자와 함께 탈출을 하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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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농장 한 켠에서 사육되던 돼지에게 잡아 먹힐 뻔 하고 자신들이 불량감자가 되기 싫어서 이들을 쫓아온 불량감자 추적대에게 쫓기다 잡히기도 하고~ 여러가지 시련이 그들을 기다리지만 꿋꿋히 불량감자로 찍힌 이들의 자아발견 성장 여행은 쭈욱 계속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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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감자 추적대에게 잡혀 수송되던 중 붉은 수염 돼지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고~ 그에게서 감자 싹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란 이야기를 듣고 희망의 땅, 북쪽의 까만 흙을 향해 이동을 하게 되요.


그곳에서라면 다른 감자들과 다르게 싹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나쁜 평가를 받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불상사 대신 싹을 틔워 꽃을 피울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갖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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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결말이 딱 정해진게 아니라 열린 결말이란 건데요!


대부분의 유아그림책은 답정너처럼 해피엔딩으로 딱 떨어지는 결말을 강요하는데, <감자아이>에서는 싹난 감자와 흠집난 감자가 함께 자아발견을 위한 성장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진짜 싹을 틔웠는지, 아니면 불량감자 추적대에게 다시 잡혀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어요.



대신 초롱양과 함께 책을 덮으면서 어떤 결말이 나올지 이야기 나눠보는데 정답은 없으니깐 매번 색다른 아이만의 상상력을 들어볼 수 있어서 마음에 드네요~



초롱양은 까만흙을 찾으러 가다가 시골 할아버지네 농장으로 굴러가서 올해도 맛있는 감자를 만들어냈을 것 같다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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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감자아이>의 소개글을 읽었을 때 5~7세 그림책추천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책은 어른인 제가 읽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 안 가리고 함께 읽기에 좋은 그림책 같아요.


각자 살아온 삶에 따라 느낌은 다를테지만~ 언어지연으로 말이 늦어서 남들과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낸 초롱양을 키우다보니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언어능력과 사회성이 뒤떨어졌던 싹난 감자 같던 초롱양이지만, 2년간 열심히 치료받고 이제는 또 다른 감자꽃을 피우기 위해서 땅 속에서 다시 감자싹을 키우고 있을 뿐이라고~ 단지 지난 2년간의 느린 아이라는 모습 때문에 세상의 판에 박힌 시선 속에서 힘들었지만, 감자꽃처럼 또 다른 기회가 초롱양을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저에겐 희망을 전달해주는 그림책인 것 같아서 감동이었네요!!



다른 분들에게는 또 이 책이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그림책이라고 꼭 아이만 읽을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의 소통의 장일 뿐만 아니라 엄마의 내면아이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고 <감자아이>가 알려주는 것 같네요~



내일은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 가는 날인데 조영지님의 또 다른 그림책들을 찾아서 초롱양과 함께 읽어보고 또 다른 감상 나눠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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