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 - 삶과 육아의 균형을 되찾는다
김지혜 지음 / 길벗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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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똘망군만 키울 때는 주변에서 '꼬마에디슨'이라 불릴 정도로 호기심이 많아 사고도 잘 치고 편식도 심해서 유별난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육아스트레스가 그닥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첫째에 비해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 순둥이 둘째 초롱양을 키우면서 오히려 산후우울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 강도가 거세서 하루 하루 숨쉬고 자는게 힘들 때가 많아졌네요.
남들이 보기에는 매일 여유롭게 집안일 해놓고 엄마표홈스쿨로 첫째 똘망군의 공부도 척척 시키고 심지어 블로그에 하루 2-3건씩 글도 올리는 완벽한 엄마처럼 보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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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관리 해가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데 왜 저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첫째 똘망군만 키울 때와 달리 요즘은 남편에게 화도 많이 내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많이 하는 버럭엄마가 되어가고 있을까요?
무엇보다 예전에는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는데, 요즘은 쌓여가는 택배와 컴퓨터 모니터만 봐도 짜증이 나는 건 왜 이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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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답은 알고 있어요.
굳이 <하루 한시간, 엄마의 시간>을 읽지 않아도 제가 왜 육아스트레스에 시달리는지 알고 있어요.
제 마음의 욕심을 내려놓으면 그만인데 그 욕심의 끈을 놓지 못해서라는거 잘 알고 있네요.
이제 고작 초등학교 2학년인 똘망군의 공부를 제가 봐주지 않아도 그냥 눈 딱 감고 학원에 보내버리면 그만인데,
책을 받아 리뷰를 쓰는 대신 도서관에서 공짜 책을 빌려다 읽으면 그만이고,
협찬받은 제품으로 블로그에 리뷰 쓰는 동안 아이와 함께 가난하더라도 그 시간을 즐기면 그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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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초중고 12년간 미친 듯 공부해서 남들 부러워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심지어 평생 보증되는 수의사자격증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애 낳고 집안에서 살림만 하면서 제 이름 석자와 관련된 모든 사회활동이 단절되니 그냥 저는 이 사회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란 느낌이 들어요.
그나마 엄마표홈스쿨을 진행하거나 책과 제품 리뷰를 작성하면서 10년 가까이 지속해온 블로그를 통해서 'xx엄마' 대신 '귀염수다'라는 닉네임으로 남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숨통이 좀 트였거든요.
물론 첫째 똘망군을 낳았을 때는 지금처럼 이렇게 블로그에 목메이면서 살지 않았고, 일주일에 한 두 번 글을 적을까 말까 말 그대로 블로그는 취미생활이었는데, 둘째 초롱양을 낳은 지금은 블로그를 직장삼아 일하는 기분이라 육아스트레스와 함께 일 스트레스까지 함께 주어져서 힘들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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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6살터울 남매를 키우면서 나이 마흔에 새로 육아를 배우는 기분이라 체력도 정신상태도 젊을 때를 따라가지 못하네요.
첫째 때는 간간히 육아를 도와주시던 친정엄마는 건강이 너무 안 좋으셔서 오히려 제가 도와드려야 하는 상황이고, 결혼 11년차인 남편도 자기 자존감을 찾겠다면서 예전보다 더 자주 족구모임에 나가서 운동을 하고 집안 살림은 거의 도와주지 않으니 이젠 체념상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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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분석을 완벽하게 마쳤으니 이제 해결책만 찾으면 되는데, <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에서 알려주는 해결책을 당장 적용하려니 계속 문제가 생기네요.
남편이나 다른 가족, 아니면 품앗이육아 등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협력육아를 강조하는데 첫째 똘망군만 키울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도움을 받았기에 육아스트레스가 덜했던 것 같은데 6살터울 둘째까지 키우려니 해당되는 사항이 하나도 없어요.
자영업자라서 일년에 쉬는 날이 손꼽을 정도로 없는 남편이나 친정엄마, 시부모님 모두 건강이 안 좋으셔서 아이들을 단 몇 시간이라도 맡길 상황이 안되고 이웃과의 품앗이육아는 6살터울 남매를 키우다보니 그림의 떡 수준~
가끔 첫째 교우 관계 때문에 반 친구들과 만나는 날이면 저는 친구 엄마들과의 대화는 꿈도 못 꾸고 둘째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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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자는 스마트폰으로 육아정보를 찾거나 TV 드라마를 볼 시간을 줄이면 엄마 자신에게 온전히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나온다고 했는데 저는 두 가지 모두 해당이 안되요.
원래 TV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 시간 TV를 볼까 말까 할 정도, 그나마 보는 TV도 뉴스나 아이가 보는 애니메이션이 적합한지 살펴보는 정도에요.
제가 블로그를 오래 하다보니 오히려 인터넷 상의 카더라 통신을 믿지 않는 편이라서 블로그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카카오톡이나 개인 sns 조차도 시간을 정해서 하는 편이구요.
물론 블로그를 안한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스마트폰을 없애도 되겠지만 이제는 단순 취미가 아니라 일이 되어버렸기에 포기를 할 수가 없네요.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가 새벽4시에 일어나서 독서시간을 가졌다는 광고문구를 보고 참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오후 9시반에 취침, 새벽4시에 기상이라는 말에 그냥 헛웃음만 나오더라고요.
6살터울 남매를 키우다보니 두 아이 취침/기상 시간이 들쭉날쭉이라 평소 밤 12시에 잠들어서 새벽5시에 기상하는 저로선 새벽4시 기상은 제 건강을 해치는 일이거든요.
그나마도 밀린 일을 해야할 때는 새벽 1-2시에 잠들기 일쑤고, 수면부족이라도 첫째가 하교할 시간이라 둘째 낮잠타임에 잠깐씩 자는 것도 허용되지 않아요.

 

이런 저를 보고 주변에서는 하루 빨리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라고 성화인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명제가 아닐까 싶네요.
아이를 잘 키우고 내 자신을 챙기고 싶어서 엄마의 시간을 갖자는 것인데, 제가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아이를 볼 수 있는 여력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아직 두돌도 안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는건 아이를 잘 키운다는 전제에 어긋나는 일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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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루 한시간, 엄마의 시간>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을 읽고나면 왠지 육아스트레스가 싹 사라질 것 같은 기대감이 가득했는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오히려 카.페.인 우울증처럼 자꾸 저자와 내 삶이 비교가 되면서 더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어쩌면 이 책을 두 번 넘게 읽었는데도 쉽게 서평이 쓰여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돈 몇 푼이나 벌겠다고, 이까짓 책이나 제품 안 받아도 당장 내가 굶어죽는 것도 아닌데 굳이 블로그에 목 매달고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면서 며칠 내내 더 우울했네요.
어쩌면 최악의 폭염에, 첫째의 여름방학 이후 더욱 시간에 쫓기듯 지내다보니 마음이 힘들어서 저자의 충고보다는 그 배경에만 관심을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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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똘망군을 키울 때는 애착을 강조하고 엄마의 모성을 강요하는 육아서들이 대세였는데, 둘째 초롱양을 낳고 요즘 읽는 육아서들은 노산이 늘고, 전업맘보다 워킹맘이 더 늘어나서 그런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대세인 것 같아요.
솔직히 최근 몇 달 동안 읽은 책들 대부분이 육아서의 모습을 띄지만, 엄마를 위한 자기계발서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육아에만 몰입하지 말고, 시간을 쪼개 독서를 하고, 자기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여기에서 말하는 사람들은 어제 본 드라마가 어떤지, 시월드와 남편 흉만 떠벌거리는 아줌마모임이 아니라 좀 더 자기계발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하는 뻔한 이야기라서 책을 읽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네요.
그래도 이런 류의 육아서를 한 권도 읽어보지 않은 분이라면, 차근차근 삶과 육아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가이드북 삼아 <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을 읽어보라고 추천하네요.
이 책 중간 중간 나오는 셀프코칭 대로 내 고민들을 적어 내려가다보면 자연스레 해법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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