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음의 과학 - 세계적 사상가 4인의 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김명주 옮김, 장대익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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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의 공존에 대한 물음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양립할 수 없는 두 세계관은 저마다의 패러다임 안에서 세상을 탐구하고 이해했다. 2017년 초, 리처드 도킨스는 말했다. 종교인과 과학자 간의 건설적인 토론 경험이 없다고. 나 역시 본 적이 없다. 종교를 넘어선 종교와 신앙에 대한 대화를 읽은 적은 있지만, 무신론자 간의 대화를 확인한 적도 없었다. 『신 없음의 과학』은 무신론자들의 무신 예찬에 대한 지적 담론이다.

과학과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두 세계관이 융합할 수 없는 대척점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랐으며, 신과 믿음 그리고 종교적 가르침. 영성에 대한 문제 그리고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가진 논리의 비논리성에 대하여 말하는 과학자의 비판은 그들의 패러다임으로 왜 인정할 수 없는지를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투적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데닛,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네 사람의 대화와 함께 이들이 대화를 나눈 2007년에서 약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그 논리의 방향이 바뀌었는지까지 담은 책이다. 무신론에 대한 이론 체계나 과학에서 바라볼 때 종교의 비합리성 문제에 대한 논증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이 책은 대화라는 자유로운 담화의 형태로 담긴 책이기 때문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나, 그 내용에는 과학적 사고의 기초가 어디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초가 담겨 있다.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 논리와 이성의 검증을 벗어나는 소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그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신비롭다고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지 않고 논리와 이성으로 충분히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읽을수록 물음표가 많이 남았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의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사고 자체에 대한 질문이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왜 과학혁명이 사람들의 세계관을 바꾸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과학적 사고가 말하는 합리성에 대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좋은 책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통념에 대하여, "정말?", "왜?"라는 질문을 하였을 때 어떤 생각이 열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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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자답 : 나의 일 년 (LIGHT VER.)
홍성향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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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만났던, 홍성향 라이프 코치와 2019년에 다시 만났다. 민트민트한 예쁜 만듦새를 가진 책으로 말이다. 『나의 일 년』은 "일 년에 한 번, 스스로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셀프 코칭 라이팅 북"이다. 일 년이란 시간을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를 차분히 돌아보며, 나의 시간을 정리하고 다가올 나의 시간을 준비하는 책이다. 정리와 준비를 함께 할 수 있기에 돌아보는 아쉬움만 남지도 않고, 다가올 설레만 있지도 않은. 그 두 가지 감정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책이다.


한 해를 돌아보는 건 참 여러 가지로 할 수 있다. 나와 같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내가 올 한해 동안 얼마나 많은 책을 샀는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그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멜론에 들어가면 내가 올해 어떤 음악을 몇 시간 동안 들었는지도 다 정리해서 알려준다.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에 들어가도, 올 한 해 동안 내가 얼마나 글과 사진을 올렸는지 알려준다. 이렇게 나의 삶에 닿아 있는 SNS 서비스는 나의 일 년을 열심히 정리해준다.


"가볍게 나에게 말을 걸며 시작해볼까요?"


내가 내 마음과 나에게 귀 기울이며 일 년을 돌아보기란 참 쉽지 않아 이와 같은 서비스가 많이 나오는 듯싶다. 내가 들어온 음악, 내가 읽어온 책, 내가 올린 사진들이 나의 시간에 어떤 비중으로 들어와 있었는 지로 나의 시간을 역으로 가늠해보곤 한다. 그 경험이 쌓여온 결과물이 나일 테니까. 하지만 이렇게만 정리해도 되는 걸까? 내 인생이 어떻게 흐르는지 내가 주체적으로 관찰하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의 일 년』은 바로 그런 사람을 위한 책이다. 나의 시간을 내 스스로 돌아보고픈 사람. 하지만 그 막연하고 거대한 시간을 어떻게 돌아봐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나의 일 년』에는 라이프 코치 홍성향이 다양한 질문을 하며, 내가 보내온 시간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Light 버전은 바쁜 12월에 많은 시간을 들여 시간을 돌아볼 틈이 없는 사람을 위해 핵심만을 요약한 책이다. 감정 표현으로, 리커트 척도로 나의 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내년에 대한 준비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2019년의 나를 잘 정리할 수 있고 2020년의 나를 잘 시작할 것만 같은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매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문자답을 통해 기록해둔 나의 계획을 현실에 조금씩 가져오려는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변화하기 시작했으니까요."


2020년의 난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두근두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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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은 내일을 바꾼다 -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의 멋진 질문들 아우름 41
김지원 지음 / 샘터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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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은 내일을 바꾼다』는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보면 좋은 책이다.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의 멋진 질문들'이라는 부제에도 나타나 있듯이, 디자인이란 업을 꿈으로 삼는 사람만이 아닌 무엇이든 꿈을 꾸는 사람들이 디자인이 만든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중요한 질문을 말하는 책이다.

 

디자인이란 순수 예술과는 조금 다르다. 디자인은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다수의 편에 서야 하는 디자인의 본성 탓에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이나 특수성까지" 고려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대중을 고려한 디자인의 속성처럼, 디자인이 절대로 놓치지 않는 철학적 가치가 있다. 바로 "창의성"이다.

 

근본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작가인 디자이너도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디자인 안에 다 녹여내고 싶어한다. 그 창의성의 방향에 따라 우리 사회에 자리한 디자인의 모습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 작가는 설명한다.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역사가 담긴 디자인으로, 편리한 디자인으로, 시대를 담은 디자인으로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

 

인상적인 건 글마다 주제와 닿는 유명한 디자이너의 글귀를 담는다는 점이다. "예술은 질문을 내놓지만, 디자인은 해결책을 내놓는다"라는 존 마에다 디자인 교육자의 말을 비롯해 유명한 디자이너의 글을 통해, 조금은 낯설다고 생각했던 디자인의 세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전문적인 내용이 아닌,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고 살아야할 시대에 디자인이란 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무엇이 있는지, 디자이너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세상이 급속도로 변할 때 지켜야할 가치와 달라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디자인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고, 가장 이상적인 해답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제시해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디자이너가 지금까지 찾아낸 답과 앞으로 무엇을 찾아낼지 기대감을 주는 글이었다. 디자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보이는 모습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디자인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창의적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그들이 특별히 남다른 것은 아닙니다. 단지 사용자들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 모으고, 결합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열린 사고를할 뿐입니다."

 

늘 느끼지만, 샘터의 아우름 시리즈는 정말 좋은 글들을 모아놓은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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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 해피 모지스마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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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소복 쌓이는 눈처럼 차가운 마음을 아름다운 설경으로 만들어줄 그림책을 읽었다. 그림으로 마음에 평온을, 삶으로 마음에 위로를 준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책, 《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았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글을 좋아한다. 그림책을 펴도 그림보다 글을 찾아 읽기 바쁘다. 글로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어떤 그림은 글보다 더 많은 걸 읽어내게 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에겐, 모지스 할머니 그림이 그렇다.


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추억만 아름답게 담은 그림책, 《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모지스 할머니가 그린 겨울 풍경 그림을 보고 있으면 춥다는 생각보다 설렘과 사랑이 느껴진다. 정겹고 그립고 따뜻한 그림에서 크리스마스 추억을, 겨울날 기억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아아, 참 그리운 겨울날입니다. 이렇게 한 해, 또 한 해가 흘러가겠지요. 추위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쌓인 눈도 꽁꽁 언 연못도 사르르 녹겠지요. 그리고 다시 봄이 오면 말들은 들판을 달릴 거예요."


모지스 할머니의 말처럼, 이렇게 또 한 해가 흘러간다. 그 흘러간 시간에 아쉬움도 있고, 행복함도 있고, 슬픔도 있고, 기쁨도 있다. 그 모든 감정을 모두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그림과 함께 해서일까.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추억을 보고 읽으며 행복해졌다.


언젠가부터 선물 받을 생각에 들뜨기보다 선물을 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진 어른이 된 사람에게,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더는 기다려지지 않은 사람에게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다. 다 잊어버린 줄 알았지, 그런데 네 마음 속에 담긴 소중한 순간을 스스로 꺼내볼 수 있도록 마음 지도가 되어줄 이 책을 말이다.


이번 크리스마스만큼은 내 마음을 토닥토닥 다독여줄 모지스 할머니의 선물을 소중한 사람에게 나에게 건네면 어떨까? 추워진 날씨에 옷깃을 여미듯, 마음에 찬바람이 부는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챙겨줄 그림책. 《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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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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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는 일과 그럴 수도 있는 일이 있다. 살아가며 참 많은 일을 겪지만, 그 모든 걸 '일'이란 단어 하나로 퉁치곤 한다. "그런 일이 있었어."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 일, 어른이 되고 회사를 다니며 '그런 일'이 점점 많아진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그런 일'을 자세하게 들려준 소설집이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똑같은 일은 아니지만 비슷한 감정에 마음이 무너지는 일, 허탈한 일, 씁쓸한 일, 안도하는 일, 아쉬운 일, 행복한 일, 설레는 일, 힘이 되어주고픈 일을 겪는다. 등 다양한 일에 대한 단편 소설을 엮은 책이었다.

소설을 읽는데, 글이 쫄깃쫄깃 좋았다. 나도 모르게, "그래, 이거지."싶은 생각이 순산 순간 스쳤다. 공감이 가는 소설이었던 이유는 소재가 내가 겪었을 법해서가 아니라, 내가 느꼈을 감정을 잘 표현하는 데 있었다. 설명으로 공감을 이끌어내지 않고 표현으로 공감을 만드는 소설들이 많았다. 군더더기처럼 많은 표현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글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조사나 형용사가 나는 묘하게 마음에 꽂혔고, 그 뉘앙스가 좋았다. 그래서 소설을 한번 잡은 순간 놓을 수 없었고 단숨에 읽었다.

"오, 당신을 기억해요. 나는 얀의 아내입니다. 당신이 도와줬던 이야기를 들었어요. 고마워요. 얀이 곧 일어나면 아침식사를 하면서 이 기쁜 소식을 전하겠어요."
나는 봉투에 적혀 있는 주소가 맞는지 여러 번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노인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 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부인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아침밥도 먹고, 늦잠도 자면서.
나는 눈물을 닦고 내가 가진 가장 커다란 노트와 마커펜을 꺼냈다. 그리고 큼직한 글씨로 미루고 미뤘던 편지를 다시 쓰기 시작해다.
Dear. _212-214쪽, <탐페레 공항>

가장 좋았던 소설은 소설집의 맨 마지막 작품 <탐페레 공항>이었다. 한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던 일을 접은 주인공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똑같은 직업을 나도 가지고 싶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내 꿈 때문이 아니라, 그저 바쁘고 지친다는 이유로 정말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을 놓쳤던 적도 있었기에, 그 놓친 소중한 사람과 관계를 다시금 회복하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없어 서글픈 마음까지도 모두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바라고 있었다. "이 이야기만큼은 제발, 슬픔보다 기쁨이 더 많기를."하고 말이다. 다행히 이 소설의 끝은 슬픔이 아닌 기쁨이 많았다. 너무 늦지 않은 때에 그녀는 자신의 관계가 다른 궤도를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 기회를 잡게 만든 것이 그녀가 놓아버렸던 꿈에 대한 아쉬움이라는 서사까지 모두 좋았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가장 그럴 수 있을까 싶은 일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가장 아름답고 단단하게 이야기가 끝났다.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마음이 수없이 흔들리고, 그럴 수 있는 일로 덤덤히 넘길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는 일로 버티는 일도 있고, 때로는 간절히 부여 접고 싶은 일이 있다. 그 일에서 슬픔만이 아니라 기쁨을 발견해 소설에 담은 장류진 소설가의 앞으로 작품이 기대된다. 좋은 소설을 많이 써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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