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부터 무수히 도망치고 싶었네.
청상의 어머니 새벽 흐느낌과
겨울날, 하얗게 얼어버린 새벽,
맨손으로 신문을 돌리던
어린 동생들의 터진 손등,
손가락 한 마디씩 늘 크거나 작던
내 유년의 신발들.
추억으로부터 잊을 만 하면 소환 당하였네.
고향집 앞, 멈춘 듯 흐르던 강물
그 다리 위에
홍시를 으깬 듯 번져있던 노을,
여름밤 둑길
모깃불 사이로 매캐한 듯
눈 비비며 쏟아져 내리던 별들
그리고
‘너’...
너에게서 오랫동안
비전향 장기수로 살았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