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본 백석 시집
백석 지음, 고형진 엮음 / 문학동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새우에다 무우를 듬성듬성 빚어넣어 고추가루 한 숟갈, 마늘 조금 넣고 끓이니 

허기진 속이라 그런지 자꾸 입안에 침이 고인다. 하얀 밥 수북히 퍼서 발그스름한 

새우국에 밥을 말아먹으며 아들에게 한마디 툭 던진다. 

  "이 국 이름이 함경도 사투리로 뭔지 아나?"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엄마가 이런 걸 왜 묻는지 의아해 하는 아들에게 느닷없이 시 한편을 읽어준다.  

 

                              여우난곬족 

                                                         백     석 

         .................         중략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육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 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아들아, 지금 니가 먹고있는 국이 바로 이 시속에 나오는 무이징게 국이란다." 

"어... 진짜예요 ?"  

 

아들은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그렇듯이 시를 어려워 한다. 마음으로 감성으로 시를 읽어야 하나 

시를 분석하고 따지는데 익숙해져 있다보니... 문학 중에서도 특히 시를 어려워 한다. 

시라는게 그렇다. 공부로 시작하면 더없이 어렵고 따분한 것이다. 그러나 시를 실생활과 연결 

해서 읽어보면 그 재미가 솔솔하다.  

'무이징게국'이라는 국 한 그릇으로 백석이라는 시인이 누구인지... 그가 시 속에서 

표현했던 나타샤가 누구인지.. 또 그 나타샤가 얼마전 작고하신 법정스님과 어떤 인연이 

있는지 등 등 얽힌 이야기가 무이징게국 구수한 냄새처럼 술술 풀어진다. 

  시 한편으로, 무이징게국 한 그릇으로 참 행복해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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