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청목 스테디북스 57
펄 벅 지음, 유희명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아버지는 돌아가시며 유언을 남기셨다.  

"내가 죽은 뒤 일년동안 물려받은 땅을 팔지 말라고... "

그러나 대부분의 자식들은 아버지가 평생을 지키고 일궈온 땅을 일년도 못기다리고 팔아버린다. 

 

 <대지>도 이런 우리들의 모습이 그려진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났던 때가 아마 중학교  

2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어린 식견에도 이 책이 너무 좋아 학교 도서관에 반납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스무살 남짓 될 때까지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메뚜기떼가 지나간 자리는 풀이며 곡식이며 남아나지 않던 모습들이며, 늙은 왕룽이 관을 

자기 방에 가져다 두고서 매일 쳐다보고 가끔씩 관속에 들어가 누워보는 장면에선 참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이 책을 최근 아들녀석과 다시 읽었다. 어릴 때 그 감동이 샘솟듯 솟아났다.

시간이 많이 흘러도 이렇게 좋은 책들을 명작이라 부르는가 보다. 

우직하게 일만 하는 왕룽과 거친 손발을 가지고도 마음은 영락없이 여자였던 아내 오란, 

 하루 왼종일 들에서 흙과 씨름하다 돌아와선 늦은 저녁을 먹던, 영락없이 내 부모의 모습이다. 

생활환경이 조금 다르다는 것 외에는 흙속에서 숨을 쉬고 그 흙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나와 무관하지 않고 또 그 속에서  탐욕, 눈물이 버무러져 더 절실히 가슴에 와닿는다. 

  

나이 사십이 다 되어 읽는 대지는 옛날의 느낌이랑 조금 다른 것도 있다. 

땅은 내가 돌아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왕룽의 말에 우선 공감을 한다. 

 '남편이 정년퇴임을 하게 되면 무엇을 하여 제2의 생을 살 수 있을까' 

시골에 땅떼기라도 있는 친구들은 전원으로 돌아가 살 거라고들 하는데... 

새삼 내가 돌아갈 구실이 되어줄 고향의 땅 한평이 절실히 그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