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이훈구 지음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내내 은석이가 너무 가여워서 마음이 아팠다. 2000년도에 그 사건이 일어났으니 

7,8년의 세월이 흘른 셈이다. 은석이는 많이 편안해졌을까...  

 

  이 책은 명문대에에 다니는 학생이 어느날 자기의 부모를 망치로 살해하고서 그 시체를 

토막내 지하철을 타고 타니며 군데 군데 버린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그 사건의 범인인 은석이의 심리분석을 해 놓은 책이라 해야겠다.  

 

  은석의 부모는 엘리트였고 특히 엄마는 그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아들 은석형제를 통하여 

이루고자 하였다. 그러는 과정에서 온갖 억압이 있었을 테고 형과 부모는 다툼이 잦았다. 

부모에게 실망을 안기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   종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히스테리적 성격의 엄마.. 돈 벌어다 줌으로써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아빠..  

은석이는 냉담한 부모 밑에서 자라 인간관계가 서툴러 학교에서나 군대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오직 영화나 비디오 게임에 몰두하여 더 마음이 황폐화되어 갔다.

 

 보통의 아이들은 엄마보다도 선생님을 더 무서워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 은석이는 선생님보다 엄마를 더 무서워하며 벌벌 떠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후에 은석이는  돈으로 여자를 사서는 꼭 안아달라고, 입맞춤을 해달라고 했다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아이들이 엄마에게 조를 법한 이 행동을 거리의 여자에게 웃돈을 얹어줘가며 부탁할 

정도로 은석이는 절절히 포근한 사랑을 갈구했다. 이 부분에서 난 은석이가  너무 가여워서 너무  

가여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나도 내 아이들의 엄마다. 이 책을 읽고서 나의 행동들에 대해 많이 반성해 본다.

나 역시 홀어머니 밑에서 큰지라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이 늘 그리웠다. 사랑받는데 

서툴렀기 때문에 또한 내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에도 서툴다. 그래서인지 

내 아이들은 엄마인 나보다는 아빠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부모의 사랑이 아이의 일생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더 느끼고 배운다. 

 

  은석이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외국에서는 이 같은 경우,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무죄선고를  

받는다고 한다.  이 사건이 어찌 은석이만의 책임이라 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억압받고 학대받 

아 갈기갈기 찢어져 상처입은 아이에게 어찌 범죄자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평론가로 활동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능이 돋보였다고 저자 이훈구 교수는 말한다. 

'부모를 죽인 죄책감' 그 여린 아이가 어떻게 그 깊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있을지....

 마음속으로 말해 본다. "은석아..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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