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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여인숙 ㅣ 민음의 시 105
이정록 지음 / 민음사 / 2001년 9월
평점 :
양수를 여섯 번이나 담았던
당신의 아랫배는
생명의 곳간, 옆으로 누우면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며
방바닥에 너부러진다
긴장을 놓아버린 아름다운 아랫배
누가 숨소리 싱싱한 저 방앗간을
똥배라 비웃을 수 있는가
허벅지와 아랫배의 터진 살은
마른 들녘을 적셔 나가는 은빛 강
깊고 아늑한 중심으로 도도히 흘러드는
눈부신 강줄기에 딸려들고파
나 문득 취장의 물처럼 소용돌이친다
뒤룩뒤둑한 내 뱃살을
인품인 양 어루만지는 생명의 무진장이여
방바닥도 당신의 아랫배에 볼 비비며
쩔쩔 끓는다
<강>, 전문 / p63
둘째를 낳고서 더 축 늘어진 내 아랫배, 바람빠진 풍선처럼 쭈글쭈글한 내 똥배
쳐다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려보려고 거들같은 속옷을 입어
보기도 했지만 이번엔 삐죽 튀어나오는 옆구리살이 문제다.
오늘, 이 시 한편이 너무 위로가 된다.
그래, 다른 어느 것도 아닌, 생명을 담았던 곳간인데 ,부대자루인데...
흉터가 있어도 영광의 자국아니겠는가..
탱탱한 내 아랫배와 뭘 해도 이쁜 내 아들과 딸 바꾸었다 생각하면
그래도 조금 위로가 된다.
이만하면 남는 장사 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