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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13
이정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평점 :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의자>, 전문 p10
둘째 남동생 결혼식때 폐백 답례 봉투속에 함께 넣었던 시이다
시인의 말대로 사는 게 별건가
남편에게 아이에게 혈육에게 힘들때 의자노릇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것만이라도 어딘가..
그래도 내 인생에 뭔가가 있을 것만 같은데 이게 다는 아닐텐데
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울즈음 마음을 가다듬게 하는
시 한편, 만나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