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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리산 행복학교라는 제목을 보고 내 나름대로 추측해보았다. 지리산 깊은 산자락에 위치한 작은 학교에 아이들이 다닌다. 그리고 아이들의 선생님이거나 친한 친구가 바로 공지영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만 같은 나의 상상의 나래는 곧 접어야만 했다. 땡! 틀렸으니까.

지리산이라는 곳이 있다. 섬진강도 흐른다. 한마디로 배산임수. 그 곳에 사는 아이가 아니라 어른들에게 주목해야 한다. 화려하지만 언제나 바쁘고 시끄러운 도시라는 곳을 벗어나고 싶을 때 쉬러 가는 곳, 그 곳에는 공지영 작가의 친구들이 산다.

어젯밤에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쓰고 행복학교에 찾아갔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데 졸음은 오지 않고 따뜻한 햇빛이 비추는 것만 같았다. 토요일 봄 낮에 양쪽으로 논이 뻗은 길을 걸으며 문득 햇빛이 너무 따뜻해서 세상도 아늑해보였던 적이 있었다. 그 포근한 느낌이 때 아닌 겨울에 찾아들었다. 좋은 꿈을 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행복학교에 다니거나 다녔던 모든 사람들은 알 것이다. 따닥따닥 만들어지는 검정색 글자에도 어젯밤 그 느낌이 되살아나 나에게 벅차오르는데 나의 그 벅차오름이 뭔지 알 것이다.

버들치 시인 소개에도 써 있는 “가세횻!” 이 말이 웃겨서 키득키득거리고 따라해보기도 했다. 한밤중에 난데없이 웃음이라니. 그것도 웃기를 돌 같이 하는 내가 말이다. 나도 모르게 행복감 충만해서 웃음도 넘쳐나는 것 같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뭣도 모르고 한 작가의 산행이야기와 특이한 고산병 증세, 지화자 얼씨구 좋다 랄랄라와 버들치, 버들치 시인과 미니스커트 여인 등등. 마치 학교 수업 중에 짝궁과 속닥거리며 하는 수다들 같다. 감동도 있다. 반짝이옷가게 아내의 기적 같은 완치 소식! 모든 게 다 그 곳에서 걱정없이 반짝이는 옷들을 사오고 팔아오는 재미가 아닐까 하는 순간에 또 나는 키득거렸다. 평상시에 입긴 힘든 옷들을 누가 살까 하던 낙시인의 앞에서 아내 고알피엠 여사는 옷 한 벌을 샀다. “대체 저런 옷을 누가 입을까 궁금했는데 그게 내 마누라라니 헐!!”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서 2km 더 올라가는 곳에 살았던 낙시인은 우체부를 위하여 의자를 두고 헬멧을 씌워 자신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를 가르쳐주었다. 나중에는 인감도장까지 매달았다. 어차피 가져갈 게 없어서 자유로운 것이다. 작가는 한마디 한다. “소유와 자유는 철저하게 반비례한다.” 어느 딴 나라 별 사람들처럼 그들이 가진 것은 아주 작다. 그래도 불평불만 없이 즐거운 일상들을 하나둘 차곡차곡 쌓아간다. 내가 가진 것이 없거나 아주 작을 때 나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라는 숙제를 받은 순간이었다.

학교의 오늘 이야기가 궁금하다. 오늘을 어떻게 보냈을까? 나는 그 오늘을 듣고 어떤 숙제를 받을까? 갑자기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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