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
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산티아고’라는 곳을 자주 들어보았다.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의 제목에 쓰여 있는 산티아고와 그 책에서 실려 있는 산티아고를 담은 사진들. 정작 산티아고가 이 지구상에서 어디에 위치했는지는 모르고 지나갔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받고 나는 제일 먼저 표지에 그려져 있는 지도에서 산티아고를 찾아보았다. 산티아고는 스페인에 있다. 칠레의 수도 이름도 산티아고이지만 다른 곳이라고 한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1980년에서 1990년 초까지 쓰인 글이라고 한다. 책을 보면 사진이 많이 절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이 있다고 해도 모두 흑백이다. 흑백과 과거라는 두 단어가 어울려 나는 몽환적인 느낌을 받았다. 익숙한 이름이지만 밟지는 못한 미지의 곳에 대한 환상의 느낌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잊지 못할 특별한 느낌을 기억에 남겼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도 ‘산티아고 가는 길’을 단순한 여행서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디에서 묵어야 하고 어디에서 먹어야 되는지를 가르쳐주지 않는 여행서라고 말했다. 나는 거기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누군가는 소설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여행서라고. 위험하다는 건 농담이지만 농담을 뺀 나머지 말은 모두 진심이다. 나는 여행서를 읽을 때 주로 인상 깊게 남거나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꼽으라면 사진을 주로 뽑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다르다. 인상 깊고 기억하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세스 노터봄이 이 책 안에 담아놓은 문장들을 꼽을 것이다. 심지어 “파리들은 다시 시체에 내려앉아 노동을 재개한다”는 문장마저도 챙기고 싶다.
길을 가는 것뿐이지만 “길은 간다”고 달랑 한 마디만 하지 않는다. 마치 이 곳은 소설 속의 스페인이라는 듯 자신의 작은 마음 눈 앞의 작은 풍경도 놓치지 않고 갈고 닦아 간직하고 싶은 문장으로 만들어낸다. 그의 이러한 섬세한 관찰력과 그것과 어울리는 섬세한 표현을 이 책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소설이 사진 한 장 없이 빨려들게 하는 것처럼 이 책 역시 사진도 많지 않고 흑백사진이지만 빨려들게 된다.
소설 한 권을 읽듯 에세이 한 권을 읽듯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두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은 일석이조의 매력은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처음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