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제일 불편한 게 자정만 넘어면 full volume 으로 틀어대는 옆집 귀먹은 노인네 텔레비젼 소리인 한가한 처지에서 

배부른 소리인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뜬금없이, 겉도는 책도 있구나, 생각을 해본다. 

우선 화자로 선택한 유방암 말기의 70 고령의 할머니도 그렇고, 파리 끓듯 몰리는 사람들도 그렇고 

신빙성은 없이하나같이 널을 뛰며 노는데, 그것도 다른 널을 뛰고 있으니 

그렇게 들이댄 (아주아주 묵직한) 소재의 물 위에서 기름처럼 둥둥 떠다닌다. 



그래서 멀리 나가 굳이 사온 책이 아쉬워, 딱 반 99페이지를 읽고 접는다. 

새책인데 헌책이고, 마침 국내에도 뒤늦게 출간이 되어, (여기 말고 다른) 리뷰를 찾아보았더니
















칭찬 일색이다. 그래서 하마면 나아질까 읽은 게 그나마 99 쪽.  

버스에 우연히 탄 승객들도 이 소설보다는 더 개연성 있게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표값은 그만 생각하고 정거장보다 앞서 내려버렸다. 


다른 책도 그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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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작, 스튜어트 다이벡 Stuart Dybek 


단편집인 줄 알았더니, 나름 가로세로 대각선으로 연결된 단편집이다. 

시인이 써서 그런지 구성이, 사용하는 글들이 멋지다. 

음악이 배경처럼 흘러서 그런지, 짜임새가 어느 술집 바에 흐르는 남미 음악같다. 


오기 마치의 '대모험'(절대적으로 시대에 맞춰 새로운 번역이 필요하다)을 (그래서 원서로) 읽다가 

찾아 본 신문기사에서 시카고를 대변하는 두 책으로 비교 소개된 글을 읽고 접하게 된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기 마치처럼 시카고 변방의 이민자들, 미국에 아니 그런 사람이야 없겠지만 

그들 소년시절이 조금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사용하는 단어들도 그렇고, 전자에 꿀리느냐고? 아니다. 

오기 마치가 아마 설익어서 오히려 딸리는 느낌? 


아무튼, 간만에 읽은 맛깔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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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ell and Son (Paperback)
Oxford City Press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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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퍼센트의 인내와 25퍼센트의 오기로 읽어내려간 책. 다작의 작가가 전혀 소개되지 않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책. 20년 전만 해도 먹혔을까, 모르겠다. 1926년이니 어언 90년 묵은-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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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Quiet American : Penguin Classics (Paperback, Deckle Edge) - 그레이엄 그린『조용한 미국인』원서
그레이엄 그린, Robert Stone 지음 / Penguin Classics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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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실 해미트나 레이먼드 챈들러는 느와르/생계형/미국형 추리소설 작가들이고, 나름 한 장르를 이루지만 

영국에서는 끝에 다들 모여 커피를 마시며 범인 발표형 모임을 갖는 '영국식' 탐정 소설이 대척을 이룬다.- 고 하는데, 


이 책은 읽다보면 로맨스, 가다보면 르포르타주, 읽고나면 느와르형 소설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별 하나는 영 신빙성 떨어지는 삼각관계 설정에 끝끝내 마음이 꿍하니 불편하여 깎아먹었다. 

그것만 빼면, 자의식 강한 냉소적인 작가의 출중한 작품이라고 본다. 


영화 만들기 좋은 소재라 생각했더니, 두번이나 영화화 되었고 

두번째 영화에 Pyle역을 한 배우가 연기 욕을 먹었다던데, 욕을 먹을 역할을 

애초에 잘못 선택한 탓이 아닐까 한다. 


절판된 걸로 나오는데, 재출간은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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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useum of Unconditional Surrender (Paperback)
Dubravka Ugresic / New Directions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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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미로슬로프 크리에차, 크로아티아 작가는 1925년 러시아로 가던 길에 잠깐 베를린에 멈췄다. 그달 베를린 사람들이 많이 찾은 구경거리는 고래 시체 전시였다.

‘베를린은 로저반더바이덴(화가) 공단과 헤에르트겐(네덜란드 화가) 마지팬 만 사랑하는 도시가 아니다. 고상한 족속들, 이집트 청동, 뒤러의 판화의 도시만이 아니라 고래의 도시기이기도 하다. 24미터 길이의 고래가 상퀼로트(sans-cullotte, 프랑스 혁명시 과격 하층민들)과 상놈들을 위한 기적처럼, 황제의 궁전 앞에 슈프레 강 위, 나무 뗏목에 전시되어 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저항의 멜랑콜리' 고래가 아주 없던 전시물은 아니었던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저항의 멜랑콜리'는 나로서는 읽을 엄두도 내지 않을,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비히모스 떠올린다고 하던 책이다.

 '저항의 멜랑콜리(1989)'가 헝가리가 공산체계를 벗기 전, 56년 러시아제 탱크가 밀고 들어와 89년이후 이제는 없는 나라 소련군이 러시아로 물러나기 전, 60년대 말-70년대 언저리를 그리고 있었다면, 

이 책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동유럽의 국가들이 내란을 겪으며, 이후 몇 년 동안에 서유럽으로 흩어진 사람들, 혹은 포화소리를 라디오 방송처럼 직접 들으며 고향에 붙어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데, 

앞의 고래가 시작도 되지 않은 종말을 사시사철 구름 낀 어느 소도시, 갈피 못 잡고 후달리는 주민들 사이에 우뚝 서서 주름철판 트로이 목마에 숨어 있다면 뒤의 책에서는 버젓이 나와 종말의 시작을 드러내고 직접적으로 그러나 단편적으로 전하고 있다. 


내용은 베를린에서 망명객/피난민 같은 작가의 일상 속 소품(item)들, 고향에서 멀어진 동시대 예술가들(단지 동유럽인들만이 아니라)의 작품들  사이 사이로, 사진, 어머니, 자신의 처지, 혈연의 가족들, 친구들의 이야기로 과거에서 현재로 전쟁의 일상들을 번개보다는 멀리 울리는 천둥소리로 끼어 넣으며 진행을 한다. 작가의 말처럼 심금을 울리지는 않지만 '잘 쓴 글이라면 늘 등장하는 구절'들을 잔잔하게 전해준다. 낡은 19년대 세기 전환 시대의 노랗게 바랜 욕객의 사진이야기를 발단으로, 흔들면 눈이 내리는 둥근 기념품 구슬이 사건들을 이어주고, 어디서 난지 모를 날짐승의 깃털이 이야기를 맺는다. 그 사이 현재의 베를린에서는 

기껏 챙겨 나온 가족 앨범이 피난민을 이어주는 벼룩시장에서 헐값으로 무더기로 쌓이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갑자기 하나가 부활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멀어진 지금에 더욱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다. 마치 우리 사이에 이미 부서진 고리들을 잇는데 하나(Hana)를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page 202


하고 있는 셈인데

내가 읽은 유일한 작품인 '고통 담당부서(2007)'나 성긴 리뷰글들을 참조하면 

물론 유명한 다른 작품들을, 이제 꽤나 흐른 시점인 근자의 작품들을 읽어보고서 판단을 내려야하는 일이겠지만, 

작가는 반복적으로 자서전적인 에세이와, 포스트모던 소설에 모더니즘으로 접근을 하는 소설을 반복을 하고 있다. 



처음 읽은 책, 일년간 이제는 없어진 유고슬라비아어과를 위해 (우울증 깊은) 강사의 이야기인 고통 담당부서도 덜 복잡한 구성에 글솜씨도 이에 못지 않은 책이지만 급격하게 뒤틀리는 뒷부분에 당황스러웠다면, 이 책은 그런 불편은 겪지 않아도 되어서 

고마웠다. 


이제 너무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는지, 너무 변방이라 그런지 우리나라에는 역시 이 작가 역시 

책이 한 권도 소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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