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he Moviegoer (Paperback)
월커 퍼시 / Farrar Straus & Giroux / 2019년 1월
평점 :
워커 퍼시, Walker Percy, 존재론 관련 철학자이자 기호학자, 의사, 소설가, 수필가이다.
1961년 마흔다섯 나이에 낸 첫 소설이고, 전미작가상을 받았다.
배경은 누에바 오를레앙스(뉴올리언즈), 시기는 정월대보름 조금 지난 마디 그라스Mardi Gras 전후 일주일이다.
마디 그라스는 리우데자네이루와 맞먹는뉴올리언즈의 대표적 퍼레이드, 카니발이고, 뉴올리언즈는 과거 프랑스령, 스페인령 식민지라 많은 주민들이 가톨릭교도이다.
서른 살을 맞은 작중 인물 나, 빙스 볼링은
일상성에 매몰되는 자신에 반하여, 자신으로서도 뭔지 모를 'search'혹은 탐구로 쫓아다닌다고 하는, 이런
변명같은 추구도 먹히지 않자 포기해버리는 comformist이다.
동시대의 일반인들처럼 행동하고, 그런 행동에 소외감을 강화하고, 과거와 현재는 자신이 본 영화와 영화관을
매치시켜 떠올리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는 행위에 대해, 그 제목으로 경향, 편향의 암시만 내보일 뿐
영화에 왈가왈부하는 일은 없이, 실제 영화는 거드는 역할 이상은 하지 않고
내면 탐구를 빙자하여 소설은 주변인물의 관찰하며 마디 그라스 축제동안 모여드는, 들르는 가족들,
그리고 현세대 뉴올리언즈 세대, 그 주변들을 그리는 자아 투사 '관찰 일기'이다.
태어나길 남부 주류 백인, 길들어지길 가톨릭인, 소위 계급은 사라지고 종교는 맥을 잃어가고 있으니
마디 그라스는 또 다른 구경거리, 세력 과시에 지나지 않은지 오래다.
늦깎이 데뷔하였으니, 또 다른 남부작가 23살에 벌써 대표작을 낸 카슨 맥컬러스에게서 보이던 푸릇푸릇 젊은 현대의 우울은 없고, 키에르케고르의 영향 아래, 자욱한 우울증의 두툼한 '병리적'인 안개가 끼여있다.
또 다른 반 주인공 '케이트', 주인공과 데깔꼬마니 대척점으로 불안불안하게 물수제비를 뜨고, 소설의 긴장감을
선사하며 그녀 자신의 일상성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집안의 구심점 역할 늦깎이로 저물어가는 이 늙은 세대, 뭐 있는 집안 자손에, 연줄이 밥먹여주는 그런 '클래스' 있고, 자부심 뚜렷하고 소명의식 확실한 보수주의자도 빼놓을 수 없다.
책 종결부 이를 즈음의 말을 옮겨 적어본다.
--왜냐면 모든 똥무더기 사람들이, 구석구석 똥냄새를-내 유일한 재주-맡고 다니는 파리들이, 사실 바로 merde(똥)의 세기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과학적 휴머니즘이 부족/필요를 채우는 대단한 변소간의 시대, 모든 이들이 아무나가 되고, 따뜻하고 창조적인 사람이 되고 쇠똥구리처럼 번성을 하고, 백 퍼센트의 사람들이 휴머니스티이고 구십팔 퍼센트가 신을 믿는다. 그렇게 사람들은 죽었다, 죽었다, 죽어 있다, 고질적인 병폐는 낙진처럼 가라앉았고 사람들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은 폭탄이 떨어지리라가 아니라 포탄이 떨어지지 않을까 봐 두려워한다.-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욕망의 제물이 되는 외에 할 일도 없다.
----
이 책을 읽다가 뜬금없이 또다른 꼭지점, 또 다른 남부 작가가 떠올랐다.
어스킨 콜드웰 Erskin Coldwell
좌파적인 시선에, 남부 벽촌 가난한 백인들의 한없이 한심스러운 한탄스러운 삶을 주로 그렸다.
어찌나 한탄스러운지 흑인들조차 지나다 배고파 벌이는 소극을 쪼그리고 앉아 비웃는 정도다.
대표작은 'tobacco road'외 서너편 더 된다
![Image result for tobacco road](https://images-eu.ssl-images-amazon.com/images/I/51s-gPI356L.jpg)
참고로 콜드웰은, 포크너가 자화자찬의 말에 슬쩍 끼워넣었던 작가, 우생학적인 식견에 지금은 짜하게 식은 다작의 작가인데
1959년 에반 코넬 '처녀작' 캔자스 시티 중상류층 세상이 낯선, 중년의 사멸한 여성상, '브리지 부인'에서 토바코로드 언급이
된다. 'Tobacco Road' 연극버전이 30년대 브로드웨이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장기공연을 하고
저 시골 캔자스 시티까지 원정공연을 하자, 문화적 의무감에 친구와 보러 간다,
브리지 부인은 내용에 당황하여 '좋은 연극이긴 한데 그렇게 대놓고 표현을
했어야 하는가' 조금 몸서리를 치며 얌전한 의견을 내놓아서 알게 되었다.
1941년 이 책은 존 포드 감독이 영화로도 옮겼다. 존 포드 감독은 1940년에 동일 선상 분노의 포도 역시 만들었다.
분노의 포도의 주연의 맡은 헨리 폰다가 나오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유명한 영화 '옥스보우 인시던트'가 moviegoer에 잠시
등장하는 정도가 연결점이라면 연결점이랄 수도 있다.
종교적인 고민을 좀 한다는 작가이긴 한데, 주인공이 그다지 종교에 뜻이 없는 사람이라, 실천 이상은 하지 않고
21세기 세번째 decade 작금의 편향적 시각에서 보면 어엇 싶은 부분이 없지는 아니하지만,
the moviegoer는 잘 빠진 작품이다. 이름 없는 잊힌 흑백영화, 시대상을 반영하는 영화와 시대를 뛰어넘는 영화를 보듬는
재미도 제법 없지는 않다.
옥스보우 인시던트까지 포함해서 다 국내 미번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