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튤립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8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송진석 옮김 / 민음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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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와 암굴왕이란 이름으로 어린이 세계 명작동화집에 끼어있던 몬테크리스토백작을 좋아 했었다. 기사, 사랑, 의리, 배신 이런 소재들이 어린 마음에 꽤나 낭만적이었나 보다. 왜 그리 좋아 했는지 다시 한 번 읽어 봐야지 싶었는데 아주 희극적인 배우를 연상시키는 표지에 손에 닿았다.

이름만으론 이렇게 낭만적일 수 없다. 꽃으로 최초의 버블 사건을 만들어냈던 바로 그 검은 튤립이라니, 그 당시의 네델란드는 어땠을까 궁금했다. 스리랑카가 원산지인 튤란이란 꽃이 터키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며 튤립이란 이름이 붙여진다. 이 꽃은 바이러스에 의해 수많은 변종이 생기면서 이에 반한 네델란드의 여유 자금이 몰려 화혜가들은 너도나도 튤립재배에 나선다. 이에 맞춰 검은 튤립을 재배하는 자에게 10만 플로린이라는 상금을 하를럼 화훼협회가 내걸자 그 열기는 달아오른다. 주식의 성질은 변함이 없다.


뒤마는 튤립에 얽힌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역사적 사건을 끌어와 긴장감을 부여한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방법을 이 입담 좋은 작가는 알고 있다. 도덕적이고 옳바른, 매력적인 이들이 당하는 핍박은 가슴이 아리다.
제방감독관이며 전 시장인 코르넬리우스 드 비트와 총리대신 얀 드 비트가 스타트 하우더 (황제를 대신해서 각 주를 통치하는 총독)제를 영구 칙령을 통해 폐지하지만 시민들은
네델란드의 황금시대가 루이14세에 의해 무너지는 위기상황에서, 방종 없는 자유와 넘침 없는 번영을 사랑한 두 형제를 혐오하며 다시 왕정을 불러 들인다. 왕정이 회복되면 네델란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그들이 환호한 이는 얄궂게도 얀 드 비트의 제자였던 오렌지 공 윌리엄이다. ㅡ네델란드 축구 대표단의 오렌지색 유니폼의 유래가 이 집안이란다ㅡ역사는 공화정까지는 일단 쉬어가야 한다는 듯 이 ‘과묵한 윌리엄‘의 손에 왕정을 쥐어준다.

이런 역사의 아이러니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서술한다.ㅡ 어떤 역사적 순간에 위대한 행위를 수행할 큰 인물이 신의 손이 미치는 곳에 있는 경우란 극히 드물고, 그런 까닭에 신의 섭리에 따른 조합이 우연처럼 이루어지면 역사는 지체없이 그 선택받은 인물의 이름을 기록하여 후세로 하여금 경애하도록 하는 것이다.ㅡ

이런 순간에 희생양을 선택하기가 얼마나 쉬운 지에 대해서는 ㅡ반면에 악마가 사람의 일에 끼어들어 어떤 존재를 파멸시키고 제국을 전복하려 들 때는, 귀에 다대고 한마디만 속삭이면 즉각적으로 일에 착수하는 불쌍한 존재가 언제든지 악마의 손아래 대기하고 있기 마련이다ㅡ 라고 말한다. 언론이 끼어드는 순간.


군중은 잔인해서 이미 그들 손에 목숨이 끊긴 이들을 굳이 사형대 위에 세우며 환호한다. 돌아보면 잔인함에 치를 떨텐데도 무리 속에선 이렇게 당당하다. ㅡ사람들 가운데는 덜 적대적인 의도를 품은 사람들 또한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언제나 군중을 사로잡으며 그들의 본능적인 오만을 만족시켜 주는 광경, 즉 오랫동안 꼿꼿하게 서 있던 사람이 먼지 속에 나뒹구는 광경을 바라보는 것이다.ㅡ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인간의 못됨이다.


이런 잔혹함을 자신의 이득에 이용하는 자가 악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이들은 권력을 잡고 죽임을 당한 자를 추모하고 그들의 고결함을 얘기한다. 애석하지만 역사를 위해 그들은 그렇게 소모되어야 했다는 듯이. ㅡ 코르넬리우스가 세례반 위에서 당신에게 맡긴 이름과, 얀이 보여준 우정에 값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애쓰시오. 두 사람의 공덕을 길이 간직하도록 하시오. 이성을 잃은 혼란한 시기에 잘못 판결되고 잘못 단죄된 비트 형제는 위대한 시민이었고, 오늘날 홀란트는 그들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소ㅡ 그들이 도망갈 모든 성문의 열쇠를 감추었던, 시민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지켜보고 역사가 자기 편이라 확신하며 스타트하우더의 자리에 오른 자는 이렇게 사과한다.


자신의 외모처럼 입담좋게 술술 풀어놓은 이야기 속에 음모, 배신, 계략 그리고 사랑까지 줄줄이 엮고 있다. 거기에 강인하고 정의로운 인간상까지.
뒤마의 문체는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단 말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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