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기다릴게
스와티 아바스티 지음, 신선해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우연히 또 엄마의 이야기다. 그렇다닌까, 엄마와 자식은 이렇게 얽힌다닌깐. 하고 혼자 고개를 주억거린다.
속도감 있게 읽히고, 조마조마 하고, 재밌고 끝까지 그럴 듯 하다. 이렇게 쉽게 읽힌 책이 용두사미가 아니라서 다행스러웠다.
잘난 아버지의 폭력 - 벌써 이야기의 반은 채워진 듯. 거기에 덜미를 잡혀 조바심이 조성되고. 영리한 작가는 이것까지 계산했을테지. - 아들들을 보호하기 위한 엄마의 순응? 엄마를 보호하려고 위험을 무릅쓰는 아들들. 이래서는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자칫 스릴러가 될 판이다.

막내의 내레이션은 십대의 투덜거림 같다. 들으라는 듯 듣지 말라는 듯. 아버지 처럼 폭력적이 될까, 좋아하는 사람을 그 폭력에 가두게 될까 두려워 하는 두 아들의 긴장감이 뻐근하다.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 하는 엄마를 기다리고, 실망하고, 함께 도망치지 못 한 것을 후회하며 지치는 아들들.

엄마가 더 빨리 선택을 해야 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폭력에 주눅 들기 전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엄마는 폭력에 지쳐 아이들을 버리고 집을 나와서 아이들을 데려오겠다고 편지를 보냈었다. 그랬다가는 다 죽여버린다는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아이들을 버린 자신의 삶을 끝내 용서하지 못했다.
이 책 속의 엄만 아들들이 안전하기를 바래서 자신의 삶을 담보로 잡힌다. 떠나지 못 한 엄마의 짊은 아들들의 자책감으로, 여자친구를 사귀는데 불쑥불쑥 끼어드는 걸림돌이 되겠지만 아들들은 자신들의 삶을 시작한다. 언젠가 엄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들에게 오기를 기대하면서.

엄마와 자식의 얽히는 삶으로만 보면 자신이 삶이 저당 잡힌 엄마쪽이 마음은 편한 모양이다.


‘˝아무 말도 하지마.그냥 듣기만 해.˝
(중략)
도대체 나더러 뭘 들으라는 거야?
일 킬로미터가 가까워지자, 드디어 들리기 시작한다. 일정한 박자로 바닥을 딛는 나의 발소리, 들이마시고 내쉬는 내 숨소리,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 형을 힐끗 쳐다본다. 형의 눈빛은 저 멀리 지평선에 흘린 듯하다. 나도 지평선에 시선을 집중한다. 땅과 맞닿은 하늘이 어둠 속으로 녹아든다.
머릿속을 채웠던 모든 것이 스르르 빠져 나간닺 까맣게 잊고 챙기지 않은 축구화, 하얀 종이에 적힌 통계 숫자들, 에릭과의 싸움, 침착한 교사의 가면을 벗은 미리엄의 얼굴, 나중에 따라 오겠다고 말하면서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은 엄마,
길바닥으로 무너지던 로런......그 모두가 사라진다 ......들리는 것은 발소리, 숨소리, 바람 소리뿐 ...... 보이는 것은 우리가 가로등 아래를 지나쳐 달리는 동안 계속해서 변하는 불빛의 음영뿐 ...... 빛의 웅덩이를 건너 다음 빛의 웅덩이로 ......
빛...... 어둠 ...... 빛 ......어둠 ......
발소리 ...... 숨소리 ...... 바람 소리 ......
마침내 나의 머릿속도 고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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